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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19.03.22 19:39
  • 수정 2019.03.22 19:59
  • 호수 1249

[기자수첩] 박경미 당진시대 취재기자
‘막내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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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과 기대승의 ‘사단칠정’ 논쟁은 대학자로 존경받던 퇴계 선생이 무려 26살이나 어린 젊은 선비와 벌인 열띤 토론으로, 한국 성리학의 수준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의 서울대학교 총장격인 당시 성균관 대사성이었던 퇴계 선생은 갓 과거에 급제한 새내기 선비 기대승과 13년 동안 120여 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이기론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

지금까지 이 일화가 의미 있는 역사적 논쟁으로 전해져내려 오는 것은 비단 논쟁의 내용이 우리나라 성리학의 발전을 크게 이끌었던 것 뿐만은 아니다. 나이와 지위 등 서열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당시 퇴계 선생은 호기롭고 과감한 새내기 선비의 질문에 스스로 잘못 생각한 부분은 인정하고 고치기도 하면서 진지하게 토론에 임했다는 점이다.

3개월에 걸친 취재…반론권 보장
당진시대는 최근 일부 문화예술단체에 지원된 보조금 예산 집행에 대한 기사를 다뤘다. 이 중에서 극단 당진(대표 류희만)이 주도한 제3회 당진전국연극제 관련 기사를 두고 일주일 내내 SNS가 뜨거웠다.

전국연극제의 총예술감독을 맡은 석애영 씨는 취재를 모두 끝마치고 기사까지 넘긴 편집마감 직전에 신문사를 직접 찾아와 해명했다. 하지만 당진시대는 지난 1월 초에 이미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고, 기사를 내보내기 전까지 전국연극제와 관련한 계획서·정산서·영수증 및 입출금 내역 등을 확인했다.

또한 극단 당진의 류희만 대표까지 직접 만나 반론 기회를 보장했다. 3개월에 걸친 취재 과정에서 전혀 나서지 않았던 석애영 씨는 마감 직전 신문사에 나타나 “기사를 빨리 내는 게 중요하냐, 제대로 보도하는 게 중요하냐”며 당진시대의 편집권을 압박했다.

그리고 해당 기사가 실린 신문이 발행된 이후 4500여 명과 친구를 맺고 있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비롯해 당진시대와 관계된 여러 포스팅에 “묻지마식 막무가내 흠집내기 기사”, “빨리 내기에 급급한 허위기사”라고 글을 올렸다.

특히 그는 해당 기사를 작성한 필자를 두고 “문화예술전문기자도 아닌 막내기자에게 취재를 시켰다”며 서열화 하고, 심지어 입에 담기도 민망한 “당진시대는 무슨 돈으로 소고기를 사먹는지 궁금하다”며 기사의 논점과는 전혀 무관한 주장을 했다.

석 씨는 기자의 경력과 나이를 꼬투리 삼아 공개적으로 폄하했으며, 구독료·광고료를 통해 정당한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당진시대를 “삥 뜯는 언론사”라며 비아냥거렸다.

“팩트로 논쟁해야”
극단 당진을 옹호하는 누군가는 “열흘 동안 2700명의 관객이 왔다면, 당진 수준에서는 꽤 많은 것”이라고 했다. 하루에 두 번, 10개 공연이 진행돼, 한 회차 당 평균 135명이 관람했고, 당진문예의전당 소공연장(300석) 기준으로 절반 수준도 미치지 못했다. 그의 발언을 바꿔 말하면 당진 수준에서는 아직 이 정도 예산 규모의 행사는 과하다 할 수 있다.

석애영 씨는 “문화예술에 대해 정성평가가 아닌 관객수 등 정량평가로 재단한다”면서 당진시대의 기사를 비난했지만, 결국 좋은 콘텐츠는 통하는 법이다.

당진시대는 극단 당진과 얼마든지 팩트를 갖고 논쟁할 수 있다. 지역의 문화예술발전을 위해, 퇴계 선생과 기대승의 논쟁까진 기대하지 않더라도 당해년도 정산과 사업평가도 없이 다음해 예산이 3배씩 뛰어 오른 문제에 대해, 수많은 문화예술단체들과는 달리 유독 이 사업 예산은 왜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얼마든지 팩트를 기반으로 논쟁하고 싶다.

인신공격성 발언과 마냥 억울하다는 토로는 ‘프로’에게 걸맞지 않다. 기자는 기사로 말하는 것처럼, 예술인은 작품으로 말하면 된다. 그가 주장하듯 자신이 하고 있는 예술활동이 가치 있는 것이라면 좋은 작품으로 시민들을 설득하면 된다.

1억 원, 아니 수 억 원의 세금을 지원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면 시민들은 환영할 것이다. 음식 하나를 먹어도 가성비는 물론 가심비까지 따지는 요즘 세상에 평균 135명 관객이 왔던 열흘짜리 연극 행사에 억대의 혈세지원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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