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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산면 가곡리 용오름 돌풍 피해 현장을 가다
천둥 10개가 한꺼번에 치듯 굉음…공포의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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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뽑히고 지붕·비닐하우스 등 다 날아가
송산농협 육묘장 일대에서 발원한 것으로 추정
적십자 등에서 복구 손길…지원방안 없어 막막

 

“천둥 10개가 한꺼번에 치는 소리랄까요? 괴물소리 같다고 생각했어요. 굉음이 점점 더 집 가까이로 다가오는데, 너무 무서워서 집 안에서 딸을 꼭 붙잡고 있을 정도였어요.”

지난 15일 오후 4시 무렵, 강한 돌풍이 몰아쳤다.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검은 회오리바람이 순식간에 파인스톤 골프장과 가곡리 일대, 그리고 현대제철을 훑고 지나갔다. 미국에선 토네이도라고 부르는 용오름 현상이 당진에서 나타나 소나무를 부러뜨리고 비닐하우스를 날려버렸다.

당시 밭에서 일하고 있던 유호근 전 가곡리 이장은 “용오름 안에 검은 비닐이 빙글빙글 돌면서 회오리모양으로 날고 있었다”며 “처음에는 까마귀 떼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돌풍이 지나간 뒤에 보니 지붕이 날아가 있고, 비닐하우스가 통째로 지붕에 올라가 있었다”고 말했다.

파인스톤 가로질러 현대제철 통과

용오름이 직접 지나간 집들의 지붕이 날아가고 벽면이 부서지고, 현대제철 내 창고 지붕도 날아갔다. 바람을 타고 날아가다 아무데나 떨어진 철근에 자동차가 파손되고 콘테이너와 대형 트럭이 쓰러졌다.

사람들은 저 멀리서 불어오는 회오리바람을 보고 집으로, 자동차 안으로 도망쳤다. 일부는 휴대전화를 꺼내 동영상과 사진을 찍었다. 강력하고 매서운 돌풍에 사람이 죽거나 다치지 않은 게 천만 다행이었다.

당진시에 따르면 오후 3시30분경 송산농협 육묘장에서 용오름이 발원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용오름은 파인스톤을 가로질러 가곡리 마을회관 일대와 현대제철을 지나 바다로 빠져나갔다. 불과 30~40분 만에 있던 일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풍속은 60~100m/s로 자동차가 350km/h 속력으로 달렸을 때와 비슷한 저항”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현상으로 가곡리 일원의 주택 25동과 창고 8동이 부분적으로 파손돼 5억5600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됐다. 또한 양파 등 일부 농작물 피해도 있었다. 특히 현대제철의 피해가 컸다. 후판·열연 창고 지붕이 날아가 약 6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복구까지 약 2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자동차·관정·콘테이너 등이 파손됐다.

법적 기준 안 돼 지원 어려워

하지만 재난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행정적 예산 지원은 어려운 상황이다. 자연재해로 인한 민간 피해 금액이 36억 원 이상일 때에만 특별 재난지역으로 지정되기 때문에 이번 피해는 지원을 받을 수 없어 보상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 피해주민들은 사건이 발생한 직후 지붕이 날아가 집에 비가 새 찜질방에서 자야 하기도 했고, 자비로 파손된 재산을 복구해야 하기 때문에 막막한 실정이다.

지난 20일 피해현장을 방문한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당진시장을 비롯해 도의원들과 협의해서 피해 주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당진시·송산면 관계 공무원을 비롯해 대한적십자사 당진지구협의회 등이 즉각 현장에 투입됐다. 이들은 당시의 공포가 그대로 담겨 있던 현장에 찾아가 복구를 돕고, 주민들을 위로했다.

김명용 가곡리 이장은 “여러 환경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갑작스러운 자연재해로 많은 주민들이 놀랐다”며 “하지만 신속한 대처로 빠르게 복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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