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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9.03.29 21:01
  • 호수 1250

[칼럼] 오윤희 당진어울림여성회 회장
아직 진정한 해방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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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초 유독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의 부고 기사가 많았다. 그 해 당진어울림여성회는 당진에도 피해 할머님께서 생존해 계신다는 소식을 접했고, 우리가 있는 지역에 평화의소녀상을 세우자는 결심을 세웠다. 

쉽지 않았다. 돈도, 경험도 없던 엄마들이 2명씩 짝을 지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동참을 호소하고, 추진위원 모으기에 돌입했다. 과정에 황당한 오해를 받기도 하고, 냉소 섞인 핀잔도 들어야 했다. 하지만 당진시민들의 마음은 우리와 같았다. 1000명이 넘는 추진위원과 33개의 단체들이 모여 ‘당진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기꺼이 재능을 나눠주신 작가분과 당진시의 협조로 2016년 3월 1일 소녀상이 세워졌다. 

그 이후 피해할머님들과 함께하겠다며 청소년들이 모임을 만들고, 당진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는 기념사업회로 전환해 매해 3월1일이면 기념식을 열어 당진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특히 올해 3.1운동 100주기를 맞이하며 진행한 이번 기념식에서는 당진에 거주 중이신 ‘일본부인회’ 분들이 함께 해 시민들에게 더 큰 울림을 전해 주셨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시민들이 함께하는 우리 지역이 얼마 전 발칵 뒤집혔다. 전 충남도의원 예비후보였던 이병욱 씨가 자신의 SNS 게시판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망언을 써놓은 것이다. 그것도 100주년을 맞이하는 3.1절에 말이다. 

가해국인 일본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는 자가 성노예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다 겨우 살아 돌아오신 피해자들에게 ‘부역’을 운운하며 ‘은장도’를 거론했다. 역사에 대한 몰상식을 넘어 이병욱 씨의 여성에 대한 폭력적 시각은 분노스럽기까지 했다. 이후에도 ‘일제치하에 간호사면 친일’이라거나, ‘우리 어머니들이 더러운 성노예냐’ 따위의 피해자들을 모독하는 글을 이어갔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병욱 씨와 그의 입당을 추진했던 자유한국당에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병욱 씨는 공식사과는 커녕 SNS를 통해 막말을 이어갔고, 급기야 한 단체에 전화를 걸어 ‘고소’를 운운하며 협박까지 일삼는 기가 찬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자유한국당 역시 개인의 일이라며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한 개인의 문제인가. 이병욱 씨는 인터넷 검색창에 이름을 치면 기사가 쏟아지는 지역의 정치인이다. 정치란 무엇이고, 정당의 책임성은 어디에 있는가? 이제라도 이병욱씨는 피해자분들과 당진시민들에게 공식사죄를 해야 할 것이며, 자유한국당 역시 공당으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제 생생한 목소리로 일본군의 만행을 증언할 생존자는 22분밖에 남지 않았다. 25년간 거리에서 일본의 공식사죄와 법적배상을 외치셨던 할머님들을 대신해 이제는 정치인들이 앞장서 나서야 되지 않겠는가. 

눈이 오면 소녀상에 자신의 목도리를 벗어 매어주고, 무더위에 모자를 씌워 주는 것이 바로 당진시민들이다. 오늘도 당진터미널광장에서는 내 아이 손을 잡고 소녀상을 바라보는 가족들과, 친구와 함께 소녀상 주변을 청소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소녀상을 통해 우리들은 지나간 역사의 상처를 보듬고 함께 치유해가며,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아픔을 기억한다.

최소한 소녀상을 세워낸 우리 당진의 정치인과 정당들은 민의가 무엇인지 정확히 보고, 일본군성노예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본다. 해방 후 70년이 지나도록 일본군성노예 문제는 왜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가? 누가 역사를 왜곡하고, 청산되지 못한 과거를 지우려고만 하는가?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와서도 한국사회의 무관심과 순결이데올로기로 숨죽이며 살아야했던 수많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아직 ‘진정한 해방’은 오지 않았다. 피해자분들이 원하는 ‘진정한 해방’을 위해 우린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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