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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교
  • 입력 2019.04.19 22:51
  • 호수 1253

[종교칼럼] 아름다운 극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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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문 성당사 주지

바야흐로 봄이다.

매화, 산수유, 동백, 개나리, 목련, 벚꽃, 민들레, 냉이, 수선화, 이름 모른 각종 야생화 등 온갖 초목이 앞다퉈 꽃을 피우고 싱그러운 새싹을 틔우니 극락이 따로 없는 것 같다. 이와 같은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주는 산천초목의 화사함과 싱그러움이 즐기는 인간의 눈으로 보면 예쁘기 그지없지만, 그들에게는 이것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결실을 맺는 중요하고 치열한 여정일 것이다.

초목이 어여쁜 꽃과 싱그러움과 열매라는 결실로 스스로 생존과 번식의 이로움을 갖추는 자리(自利)를 성취하고, 다른 존재들에게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주면서 열매를 제공해주니 이는 자연스럽게 이타(利他)를 실행하고 있음이라.

산천초목이 천연스럽고 순수하게 굳이 의도하거나 애쓰지 않아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과 세상을 위해서 존재하듯, 우주에 있는 모든 존재도 다 그러하리라. 우주는 세상은 인드라망(그물망)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의존되어 있다. 그래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존재한다. 누군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각자가 중요하다. 우리가 흔히 잡초라고 부르는 이름 모를 풀 한 포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지구는 사막과 같은 불모지가 되었을 것이고 생명체는 그 안에 깃들어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모든 존재는 존재하는 그 자체로 소중하고 전체이며 우주이다. 그런 존재가 자기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묵묵히 충실하게 수행할 때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왜냐하면 서로 의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발생하는 많은 인위적 사고 및 충돌은 각자가 자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할 때 많이 생겨난다. 그물망에 코가 하나 빠지면 그 그물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듯.

개개인이 경험하고 갖게 되는 복락이란 인과에 따라 변한다. 윗물이 맑으면 아래 물이 맑듯이 원인 없는 결과란 없다. 적절한 복락을 원한다면 자신과 세상을 위해서 충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더 나아가 세상 모든 존재의 행복을 위하여 자비의 마음을 내어 실행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자비의 힘으로 인과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생겨난 빈부(貧富) 귀천(貴賤) 고락(苦樂)의 차별을 좁혀 더불어 행복한 상생의 사회를 이룬다면 이 세상이 곳곳이 바로 극락정토가 되지 않겠는가.

부처님께서 탄생하신 사월.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실 때 주변의 나무들이 꽃잎을 휘날려 꽃비를 내려 장엄했다고 하는데 지금 내 앞에 있는 벚나무들이 바람에 자신의 몸을 맡겨 꽃비를 내려주니 황홀하기 그지없다. 부처님오신날 사월초파일 꽃비가 내리는 아름다운 극락을 생각해 본다.

모든 존재이시여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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