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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9.04.26 18:15
  • 호수 1254

[종교칼럼] 자기 허물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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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 영랑사 주지·당진시사암연합회장

옛날에 어떤 사람이 여러 사람들과 함께 방 안에서, 밖에 있는 사람의 흉을 보고 있었다. “그 사람은 오직 두 가지 허물이 있다. 첫째는 화를 잘 내는 것이요, 둘째는 일을 경솔히 하는 것이다.” 그때 문 밖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사람이 성을 내면서 방에 들어가 그를 움켜잡고는 “이 어리석고 나쁜 사람아” 하면서 주먹으로 때렸다.

옆의 사람이 물었다. “왜 때리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내가 언제 화를 잘 내며 경솔했기에 이 사람이 나를 흉보는가. 그래서 때리는 것이다.” 옆의 사람이 말하였다. “네가 화내기를 좋아하고 경솔하게 행동하는 것을 지금 보여주었다. 그런데 왜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가?”

남이 자기의 허물을 말할 때에 원망하거나 화를 내면 여러 사람들은 그의 어리석고 미혹함을 더욱 더 그러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불교경전 백유경(百喩經)에 나오는 이야기다. 백유경은 100가지의 교훈적인 비유를 모은 경전으로 5세기경 인도의 상가세나(Sanghasena) 스님이 지었고, 100가지의 이야기 속에는 매우 교훈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불교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마음의 양식과 생활의 지혜를 심어 주는 명구 같은 가르침이 많다.

불교의 十惡懺悔文(십악참회문) 10가지 가운데에도 口業(구업)에 대한 것이 4가지나 된다. ‘거짓말하지 않고, 항상 진실하게 살겠습니다’,  ‘꾸미어 짓는 말로 남을 속이지 않고, 항상 바르게 살겠습니다’, ‘두 말로써 이간질 하지 않고, 이쪽 말을 저쪽에 저쪽 말을 이쪽에 옮기지 않으며, 항상 좋은 말로써 대중을 화합시키겠습니다’, ‘욕하는 말로 꾸짖지 않고, 자비한 말로 항상 부드럽게 말하겠습니다’

즉, 남을 속이고(妄語), 뒤에서는 욕하면서 앞에서는 마음에 없는 칭찬을 늘어놓고(綺語), 이간질 시키고(兩舌), 험담을 한다(惡口)는 말이다. 불교에 입문하여 처음 배우는 초발심자경문에도 愼諍論勝負 愼聚頭閒話 愼誤着他鞋(신쟁론승부 신취두한화 신오착타혜) 말로써 상대 이기기를 좋아하지 말며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 급하다고 하여 남의 신발을 신지 말라는 말이다. 부처님께서도 언어습관 5가지를 말씀해 주셨다.

 1. 나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2. 나는 부드럽게 말하고 있는가?
 3. 나는 유익하게 말하는가?
 4. 나는 좋은 뜻에서 말하고 있는가?
 5. 나는 적당한 때와 장소에서 말하고 있는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일 중에서도 말로 짓는 구업(口業)이 가장 많다고 한다. 거짓말, 꾸며대는 말, 이간질하는 말, 욕하는 말 등은 아마도 사람들이 말로써 화근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남의 이야기를 좋지 않게 말하는 습관도 세상을 파멸로 이끄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입조심하고 살지만 나도 모르게 구설수에 올라있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마련이다.

우리가 평소 말하는 습관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화를 내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며, 남들이 하는 모든 이야기들에 화를 먼저 내거나 경솔히 대하는 습관으로 자신의 허물을 키우며 구설수를 키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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