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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지역을 잇다 1 일본 나오시마 섬과 지중미술관
“예술과 주민, 자연이 녹아든 섬 전체가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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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속에 지어진 미술관, 작품 고려한 설계
나오시마에서만 관람할 수 있는 독특한 작품들
미술관 개관 후 다양한 아트 프로젝트 전개
섬 방문객 급증하며 일본 4대 관광지로 등극 

<편집자주> 다양한 예술이 만나 새로운 문화공간을 창출하고, 문화공간은 지역사회와 융합해 한 도시를 완전히 뒤바꿔 놓기도 한다. 본지에서는 <미술관, 지역을 잇다> 기획취재를 통해 미술관으로 대표되는 문화예술이 지역사회와 융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사회의 발전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일본의 나오시마 섬과 지추미술관에 대해서 보도하며, 다음호에서는 일본의 테시마 섬과 테시마 미술관에 대해서 보도할 예정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예술의 섬’ 나오시마
나오시마는 일본의 바다인 세토내해에 있는 섬이다. 과거 섬 주민들은 주로 염전이나 어업 등으로 생활했지만 근대화와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섬에는 구리제련소가 들어섰다. 제련소가 들어서면서 일자리가 늘고 인구도 증가했다. 그러나 제련산업 쇠퇴와 함께 섬은 폐허가 됐다. 제련소에서 배출되는 아황산가스 등 산업폐기물로 인해 환경이 오염됐고, 산업이 쇠퇴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섬을 떠나갔다.

버려진 섬이었던 나오시마가 오늘날에는 예술의 섬이라 불린다. 1985년 후쿠다케 출판사(현 베네세 그룹)의 창업자인 후쿠다케 테츠히코가 황폐해진 나오시마를 아름다운 섬으로 되살리고자 결심한다. 이후 그의 아들인 후쿠다케 소이치로가 일본의 유명한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를 영입해 예술 활동을 지원하면서 산업 폐기물로 가득했던 나오시마 섬을 예술작품으로 채워져 갔다.

섬을 위한 작품들
나오시마의 예술작품들은 오로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 섬의 자연환경을 고려한 작품들은 이곳에 있어 더욱 가치를 띤다.

1996년 나오시마를 예술과 문화의 섬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는 ‘사이트 스페시픽 워크’로 방향을 전환한다. 단순히 작품을 구입해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들을 초청해 나오시마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베네세 하우스 내외에 영구 전시하는 형태를 띠게 됐다.

‘집 프로젝트’는 마을 사람들이 섬을 떠나면서 늘어난 빈 집을 예술작품화 했다. 특히 집 프로젝트는 단순히 공간만 활용한 게 아니라 빈 집의 역사와 스토리를 활용했으며, 주민들의 아이디어도 수용해 진행됐다.

이외에도 마을 곳곳에 자리한 예술작품들과 건물 벽면에 꾸며진 그림, 섬의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지하에 자리한 미술관, 각 집 앞에 전통과 가문을 고려해 다지인된 노랜(조각보) 프로젝트 등은 섬 전체를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땅 속에 자리한 미술관
지난 2004년에 개관한 지중미술관은 ‘섬 전체가 미술관’이라는 평가를 받는 예술의 섬 나오시마를 대표하는 전시공간이다. 지중미술관은 ‘지중(地中)’이란 이름 그대로 땅 속에 자리했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나오시마 섬의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겠다는 의도로 설계한 곳이다.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생각하는 장소’를 콘셉트로 한 지중미술관은 이제까지 나오시마 섬에서의 활동을 집대성함으로써 자연, 예술, 건축이 융합된 새로운 미술관상을 제시했다.

특히 지중미술관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처음부터 어느 작가의 작품이 전시될지 알고 지어졌다. 한 작가의 작품만을 위해 구성된 공간이기 때문에 작품을 더욱 집중해 감상할 수 있다. 게다가 작품들은 오로지 이곳에서만 볼 수 있어 작품의 가치와 희소성을 극대화한다.

미술관 개관 후 더욱 활기 띤 프로젝트
지중미술관 개관 이후 나오시마의 프로젝트는 더욱 활발해졌다. 지난 2009년에는 공중목욕탕이 예술품이 된 아이러브유(I Love Yu (I♥湯))가 문을 열었다. 아이러브유는 일본의 작가 오오타케 노부아키가 만든 실제로 목욕이 가능한 미술시설로, 나오시마를 방문하는 사람들과 나오시마 주민간 교류의 장으로 만들어졌다. 섬의 활력원인 목욕탕은 지역과의 협역으로 NPO(Non-Profit Organization, 비영리 민간단체) 법인 나오시마쵸 관광협회가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이우환 미술관이 개관했으며, 그 해 1개 항구와 7개 섬에서 세토우치 트리엔날레가 개최됐고, 이후 3년마다 트리엔날레가 개최되고 있다. 올해에는 나오시마 섬을 중심으로 테시마, 메기지마, 오기지마, 쇼도지마 등 12개 섬과 두 개의 항구에서 봄·여름·가을·겨울 시즌제로 트리엔날레가 개최된다.

한편 지난 2009년에는 나오시마를 넘어 인근 섬 이누지마, 데시마에까지 프로젝트가 이어졌다. 2009년에 이누지마에서 근대화 산업의 유산인 제련소를 미술관으로 탈바꿈해 이누지마 제련소 미술관이 개관했고, 2010년에는 데시마에서 데시마 미술관이 개관했다. 이후 인근의 여러 섬으로 프로젝트가 더욱 확장됐다.

매년 수십만 명이 찾는 섬
지중미술관의 개관으로 나오시마의 가치는 더더욱 올라갔다. 지중미술관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예술작품은 섬과 미술관으로 사람들을 이끌었고, 나오시마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아 예술의 섬이라는 나오시마의 이미지를 제고했다.

베네세 그룹이 프로젝트를 최초로 시작한 1989년 나오시마를 찾은 방문객은 1만1000여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중미술관이 개관한 2004년에는 방문객이 10만 명을 돌파했다. 이후 나오시마 방문객은 매년 급격히 증가해 이제는 매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나오시마를 찾아온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30여 년이 흐른 지금, 나오시마는 일본 관광청이 선정한 4대 관광지 중 하나이며, 세계적인 여행잡지 트래블러가 선정한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세계 7대 명소’ 중 하나로 뽑힌다.

>> 지중미술관에는 어떤 작품들이 있을까?

지중미술관에는 ‘자연과 빛’이란 주제로 클로드 모네,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 등 단 세 작가의 9개 작품이 전시돼있다.

클로드 모네의 전시실에는 모네가 말년에 그린 <수련> 연작 5점이 전시돼 있다. 작품이 걸린 네 벽면은 아무런 장식과 무늬 없이 오로지 하얀 벽으로 돼 있어,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의 집중을 높여준다.

월터 드 마리아의 <시간/영원/시간 없음>에는 거대한 검은색 구가 중앙에 위치하고, 네 면의 벽에는 금색으로 칠한 막대기가 곳곳에 배열돼 있다. 압도적인 크기의 공간은 엄숙한 분위기로 관람객들을 인도하며 사색에 잠기게끔 한다. 이곳 역시 천장에서 내려온 빛에 따라 구와 막대기의 그림자 변화를 좇을 수 있다.

‘자연과 빛’이라는 주제에 더없이 부합하는 작가가 제임스 터렐이다. 제임스 터렐은 ‘빛’ 그 자체를 다루며 이를 어떻게 예술적으로 표현할까를 고민한 작가로, 미술관에 자리한 그의 작품들은 공간 자체가 작품이 됐다. 특히 <오픈 스카이> 빛과 공간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데, 일몰 시간대에 체험할 수 있는 나이트 프로그램은 이 작품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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