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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웰다잉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유정순 당진웰다잉문화연구회장 당진시대l승인2019.05.03 21:45l(12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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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태안에서 살고 있는 28세의 여성으로부터 늦은 6시에 전화가 왔다. 현재 암 말기 상태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당진웰다잉문화연구회에서 작성 가능하냐는 것이다. 가능하다는 대답에 젊은 여성은 바로 택시를 타고 당진을 찾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돌아갔다. 또 한 번은 눈이 보이지 않는 분이 활동도우미와 함께 사무실을 찾았다. 눈이 보이지 않지만 활동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이밖에도 2명의 아들을 둔 서산에서 살고 있는 한 노인은, 죽음 앞에서 혹시 아들이 연명치료를 선택할까봐 미리 작성해 둔다며 당진웰다잉문화연구회 사무실을 찾았다.

향후 겪게 될 임종 단계를 가정해 연명의료에 관한 자신의 의향을 미리 밝혀두는 문서를 뜻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법안인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법’이 개정된 지 1년하고도 3개월이 지났다. 법안이 개정된 후 실제로 많은 이들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당진웰다잉문화연구회는 보건복지부로 지정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이다. 당진에서는 유일하며 충남에서도 몇 군데 없다. 나는 7년 전 중노년지도자과정과 웰다잉상담과정을 수강하며 잘 사는 ‘웰빙’, 잘 늙는 ‘웰에이징’, 잘 죽는 ‘웰다잉’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 웰다잉이란 아름다운 삶을 잘 마무리하면서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을 말한다. 나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다운 삶 속에서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잘 죽자’는 말이다. 잘 죽기 위해 잘 살자는 것이다.

100세 시대이자 초고령사회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어르신들의 소원이 1. 오래 아프지 않고 2. 자식에게 폐 끼치지 않고 3. 끝까지 대·소변 잘 가리고 4. 자다가 죽는 것이라고 한다. 즉 좋은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것이다.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삶의 의미를 알고,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 삶을 삶답게 살도록 하려는 것이다. 죽음은 떠나는 자와 남겨진 자 사이에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다.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가족이나 의미 있는 사람이 함께 있는 것 그리고 주변 정리가 잘 마무리 되고, 통증에서 해방되며 생명에 대한 삶의 가치와 존엄하게 여기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평소 정리하고, 준비하고 또 화해하는 모습으로 살았기에 자연스럽게 수명을 다하는 이들이라 생각한다. 유진 오켈리의 “인생이 나에게 준 선물”에서 53세 나이에 암 선고를 받고 삶을 아름답게 정리하면서 “나는 멋진 인생을 살았어….”하며 환자와 함께 침대에 누워 나눈 대화가 나의 삶을 설레게 한다.

2008년 2월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한 김 할머니 사건을 아는가? 폐암 조직 검사를 받다가 과다출혈로 인해 식물인간 상태에서 자녀들은 어머니가 평소에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고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말씀해 왔다며, 인공호흡기 등의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병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자 재판 끝에 2009년 5월 대법원에서 가족들이 승소했다.

대법원의 판례는 연명치료가 무의미하고 환자의 의사가 추정되는 경우에는 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가치를 유지하며, 스스로 자신의 생명과 신체의 기능을 어떻게 유지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본 것이다. 즉 존엄하게 살 권리도 있고, 존엄하게 죽을 권리도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의사 결정대로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것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임종직전 삶의 마무리를 위해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고통스럽고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인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상담하고 등록하는 것이 ‘당진웰다잉문화연구회’의 목적이기도 하다.

현재 지역의 경로당과 노인대학, 복지관 홍보도 더욱 활성화 되고 있지만, 당진시의 적극적 관심과 홍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보건소 혹은 보지관에 테이블 하나만 일주일 며칠만 놓아 준다면 많은 시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삶을 어떻게 마무리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생각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언젠가 맞이할 나의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미리 생각해 보는 것도 매우 뜻 깊은 일일 것이다. 삶의 완성을 위하여….

>> 당진웰다잉문화연구회는?
■위치 : 당진시 서부로 40 좋은길교회 2층(보건소 옆)
■문의 : 356-1355 / 010-3072-6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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