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칼럼
  • 입력 2019.05.13 12:42
  • 호수 1256

[당진시대 시론] 협력과 연대의 미학
이동준 당진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라의 황룡사 9층 석탑의 공사를 총지휘한 사람은 신라인이 아니다. 선덕여왕 때, 자장법사가 당나라 황제에게서 받은 불경․불상 등 선물을 가지고 귀국하여 탑을 지을 일에 대해 왕에게 아뢰었다. 선덕여왕은 군신들에게 의론을 붙였고, 백제의 기술자를 데려와야 한다는 중지를 받아들여, 아비지(阿非知, 백제의 아버지)라 불리는 기술자를 초청하기에 이른다. 아비지가 이간 용춘(김춘추의 아버지)과 2백여 명의 기술자를 거느리고 공사를 총지휘하여 완성한 탑이 황룡사 9층 석탑이다.

군신들에게 의론을 붙여 얻은 결론을 지도자가 받아들이고 강하게 추진한다는 것도 배울 점이지만, 더 주목할 점은 대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문가(최상의 적임자)를 발탁할 때 울타리(국경) 안에서만 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1360년이 지난 2002년에도 네덜란드 사람인 거스 히딩크를 대한민국 축구 감독으로 기용하여 월드컵 4강의 신화를 낳은 것처럼 외부자원을 활용하여 크게 성공한 사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없이 많다.

외부로부터 유입된 전문 인력은 지역(혹은 조직) 내부의 관행과 알력을 혁파하고, 구성원 간의 협력과 외부자원과의 적절한 연대를 매끄럽게 이끌어내는 강점을 가지고 있어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곤 한다. 지역사회 내부의 관점에서 보면 외부자원을 지역의 사회적 자본으로 빠르게 전환시키고, 이를 자양분 삼아 내부 역량을 극대화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를 보면 어린이책시민연대, 문화연대, 참여자치시민연대 등 명칭에 ‘연대’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한 경우도 있고, ‘연합회’, ‘협의회’ 등의 명칭을 사용하는 기관, 단체도 많다. 살아있는 조직은 고유한 사업을 통해 그 조직을 확대 재생산하고, 내외부와 협력하거나 연대하는 능력을 확장시키면서 그 지역의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지역의 ‘연대’, ‘연합회’, ‘협의회’들은 다른 조직과의 연대와 협력을 위해 얼마만큼 공을 들이고 있는가를 스스로 진단해보아야 한다. 외부자원을 활용하고,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훈련해야 하는지조차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성적으로 토론해야 할 때이다. ‘이름만 연대’, ‘말로만 협력’인 경우, 시민들은 냉정하게 돌아설 수 있다.

아비지의 총지휘 아래 2백여 명의 기술자를 거느리고 황룡사 9층탑을 완성한 용춘의 아들 김춘추는 삼국을 통일하는 데 기여했고, 히딩크 감독의 총지휘 아래 코치를 담당했던 박항서는 베트남 축구 감독으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우리 지역 시민단체와 행정에서도 외부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협력과 연대를 촉진시켜 사회적 자본을 키워나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이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