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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교육 현장, 신촌초등학교를 가다
시골마을 작은 학교, 세계를 담다

러시아·베트남·중국 등 7개 나라가 함께
전교생 29명 중 고려인 아이들이 11명
“통역가능한 보조교사 반드시 필요”
한수미l승인2019.05.17 19:16l(12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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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덕읍 신리에 위치한 신촌초등학교

소들평야가 드넓게 펼쳐진 당진의 남쪽 끝, 예산과 맞닿아 있는 합덕읍 신리에 신촌초등학교(교장 김광렬)가 자리 잡고 있다. 농촌에서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점점 줄면서 폐교위기에 놓인 신촌초등학교는 최근 다문화 교육의 새로운 현장이 되고 있다. 

신촌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29명 학생들 중 부모가 모두 한국인인 가정에서 태어난 학생들은 11명 뿐이다. 고려인 학생들도 11명,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7명이다.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베트남과 필리핀, 중국 그리고 한국까지 7개 나라가 무지개처럼 어우러져 함께 공부하고 뛰놀고 있다.   

다문화가정 학생들도 많지만, 특히 몇 년 새 이 학교에 고려인 4세 어린이들의 입학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총29명의 전교생 중 11명이 러시아 국적의 고려인이다. 고려인 4세 아이들이 증가한 것은 합덕농공단지에 위치한 업체에서 근무하는 부모가 늘면서부터다. 거주지에 따른 학구 상으로는 합덕초등학교를 입학해야하지만 신촌초등학교에 고려인 학생들이 많다는 소식이 입소문으로 이어지며, 작은 학교인 신촌초로 아이들이 모이게 됐다. 유치원생까지 포함하면 13명의 고려인 아이들이 매일 통학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덕분에 폐교 위기에 놓였던 신촌초는 다시 학생들의 웃음꽃이 피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 신촌초등학교 유치원 원아들

의사소통 어려워 걱정

하지만 문제는 언어의 장벽이다. 부모 중 한 사람이 다른 나라 출신인 다문화가정과 달리, 고려인 아이들의 경우 부모가 모두 러시아 출신으로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정 자녀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 사용이 가능한 반면, 11명의 고려인 학생들은 ‘안돼요’, ‘싫어요’ 등과 같은 아주 기본적인 단어와 문장을 제외하고는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상태로 입학한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신촌초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2학년의 경우 러시아에서 온 고려인 학생 1명만 재학하고 있다. 2학년을 담당하는 교사와 이 학생은 단 둘이 수업을 진행하는데,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이 필수다. 번역 프로그램이나 어플리케이션이 없으면 수업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고,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소통이 쉽지 않다. 

교사와 단 둘이 수업하는 2학년 학생 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에게 국어와 도덕은 특히 더 큰 한계에 부딪힌다. 다른 문화에서 자란 고려인 아이들에게 ‘부뚜막’은 사진으로 보여줘도 알 수 없는 단어다. 자세히 설명해주려고 해도 언어의 장벽이 가로 막고 있다. 자칫 학업 부진으로 이어지진 않을지 걱정이 크다. 

▲ 방과후 돌봄시간을 활용해 젠가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

생활지도 또한 어려움 있어

언어가 통하지 않아 학업과 교과수업 이외에도 생활지도 등 기본적인 교육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학교생활을 통해 사회성을 기르기 때문에, 교과과정을 교육하는 것 이외에 생활지도는 필수적이다. 학교생활에서 잘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말해주고, 잘한 행동은 칭찬해줘야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고. 

윤상길 연구부장은 “아이가 러시아어로 욕을 해도 교사가 알 수 없다”면서 “바로 대처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왜 욕을 하면 안 되는지 설명해야 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의 학업과 학교생활에 대해 부모와 상담하거나 소통하고자 해도, 부모 역시 한국어를 모르기 때문에 난관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부모들은 자녀들보다도 더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생계활동으로 인해 만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 1박2일로 제주도 다녀온 신촌초등학교 학생들

체육활동으로 친해지는 아이들

김광렬 교장은 “그래도 아이들이 학교에 온 이상 뛰어 놀며 하루를 재밌게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신촌초에서는 한국인 아이들과 다문화가정 학생들, 그리고 고려인 아이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과 의사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조회 대신 ‘한자리모임’을 만들었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한자리모임에는 모든 교사와 학생들이 참여해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한자리모임의 일환으로 친구카페를 운영하기도 했다. 친구카페는 고학년이 주축이 돼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에게 차를 내주고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언어적 소통이 쉽지 않기에 학생들이 신체활동으로 서로 가까워지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전거와 트램폴린을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질 주 있다고. 이와 더불어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당진시의 지원을 통해 수영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2박3일 간 제주도 여행을 함께 했으며, 내년에는 러시아를 다녀올 계획이다.

▲ 1박2일로 제주도 다녀온 신촌초등학교 학생들

통역 가능한 보조교사 필요

하지만 무엇보다 외부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고려인 가정 학생들에게는 주당 13시간의 한국어 교육이 이뤄진다. 하지만 언어교육과 교과학습을 함께 진행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김 교장은 “생활지도 및 언어발달에 중요한 시기인 1~2학년만이라도 통역이 가능한 보조교사가 필요하다”면서 “한국문화를 함께 알려 줄 수 있는 보조교사가 배치돼야 아이들이 학교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남다샤(5학년)

“학교 오는 것이 좋아요”

“4년 전에 아빠와 엄마, 언니와 함께 한국에 왔어요. 저는 학교에 오는 게 정말 좋아요. 러시아에서 살 때보다도 좋아요. 러시아에서는 수업이 늦게 끝나고 어려웠어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수업도 재밌고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노는 것도 재밌어요. 지난번에 제주도도 처음 가봤는데 정말 좋았어요. 그런데 한국말을 못해서 힘들어요. 처음 학교에 들어왔을 때는 한국말을 하나도 몰랐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말씀하는 것도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학교에서 많이 배워서 학교 오는 게 즐겁고 재밌어요.”

인터뷰 김광렬 교장 

“교사의 열정만으론 역부족”

“교사들이 굉장히 열심히 해요. 2학년 담임선생님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 한 명의 학생을 위해 직접 집으로 데리고 가서 한국요리도 해주며 아이와 소통하려고 노력하더라고요.  하지만 교사의 열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에요. 말이 통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학교에 온 이상 행복함을 느끼고 건강하게 뛰어 놀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놓인 신촌초에 학생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될 수도 있고요. 교육청과 당진시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정상영 시의원/총동문회장

“특수성 살리면 모두에게 장점될 수 있어”

“신촌초 뿐만 아니라 당진 곳곳에 고려인 4세 학생들이 많아요. 하지만 분리수업을 할 수 없어 아이들은 수업에 뒤쳐질 수 있죠. 이는 곧 학습부진 등으로 이어져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신촌초가 특수성을 살려 교육적으로 활용한다면, 폐교 위기의 학교도 살아나고 또 서로의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장점도 함께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한수미  d911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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