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칼럼
  • 입력 2019.05.18 16:32
  • 호수 1257

[농업칼럼]권민진 농사펀드 팀장(당장 기획 담당자)
당진 농부시장 이야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동네 농부 만나는 날, 당장은 2018년 6월 16일 토요일 첫 시장을 연 이후 9월과 10월 각 1번씩, 그리고 지난 4월 27일에 첫 시장을 열었다. 당장에서 파는 물건은 당진에서 생산한 농산물과 손으로 직접 만든 물건들이다. 누가 생산했는지 알 수 없거나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은 판매할 수 없다.

특이점은 ‘농부가 만드는 농부시장’을 주제로 파머스마켓 기획과정을 열고 교육생을 모집한 것이다. 수도권의 인기 있는 마켓의 경우 도시 소비자의 감성이나 취향을 잘 이해하고 있는 출점자들이 많다. 하지만 당진 농부들은 도시 소비자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에 마케팅과 브랜딩 공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교육프로그램으로 시장을 만들었다는 것이 다른 농부시장과 다른 점이다.  지금도 당장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시장이 아닌, 농부가 소비자들을 만나 그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소통하며 각자의 상품을 홍보하고 브랜딩해 나가기 위한 교육과 성장의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당장의 시작은 ‘당진에도 마르쉐@ 같은 시장이 있었으면 좋겠어. 우리도 만들어볼까?’였다. 당장의 시작은 농부들의 판로개척이나 매출향상과 같은 거창한 주제가 아니었다. 2017년 농업기술센터에서 당진의 농부들과 브랜딩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그 중 서울의 마르쉐@ 농부시장을 견학하는 과정이 있었다. 최근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직거래 장터를 열고 있고 당진에도 직거래 장터가 이미 있지만, 마르쉐@ 장터가 가진 매력이 분명히 달랐고, 당진에도 마르쉐@와 같은 시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2018년 초 당장을 운영하고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한만호 지도사로부터 시장을 함께 만들어보자는 연락이 왔다. 당장은 농부시장을 만드는데 있어서 행정의 역할, 담당 공무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이후에도 행정의 역할이 적극적으로 이어졌으며 무엇보다 기획자의 역할을 존중하고 믿어줬기에 기획자로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당장을 기획·운영하면서 느낀 변화를 몇 가지다. 첫 번째는 즐기는 마음이다. 처음에는 장터를 연다고 하니 자신들의 물건을 팔아 매출을 올리고자 모인 농부들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시장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시장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됐고, 당장 이 시장에서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시장을 열고 준비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게 되었다. 이러한 즐기는 마음이야말로 시장을 오랫동안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두 번재는 배려하는 마음이다. 시장을 준비하면서 이런저런 힘든 일들을 함께 해나가면서 끈끈한 동지애 같은 것이 생기게 된 것 같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느껴지는 부분인데, 일례로 시장을 준비하면서 서로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겹치는 품목에 대한 부분이다. 시장이 풍성해지지 못하는 이유가 이러한 겹치는 품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인데, 당장에서는 원칙적으로는 겹치는 품목을 허용하고 있다. 똑같은 상품이라도 그것을 생산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서 다른 상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권리를 보장해줘야 더 풍성하고 건강한 시장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아직 시장의 규모가 작고 경쟁보다는 함께 공부해 나가는 단계라 농부님들 스스로 양보하고 조율하면서 겹치는 품목을 서로 조정해나가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세 번째는 마케팅과 브랜딩이다. 이전에는 수업을 통해서 마케팅과 브랜딩에 대한 이론적으로만 학습했는데, 이것을 실전에서 소비자들과 만나 소통하면서 그들의 욕구를 파악해 나가게 되고, 각자의 상품을 더욱 가치 있게, 매력적으로 디스플레이 할 수 있게 되었다. 개떡을 그냥 쌓아놓고 팔다가 옆 사람 조언대로 6개씩 묶어서 팔았더니 30분도 안 되서 절판이 팔렸다는 등의 마케팅 기법을 직접 경험하면서 배우게 된 것이 커다란 변화 중의 하나다.

우리 동네 농부 만나는 날, 당장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과제는 앞으로 조금 씩 더 당진이라는 지역의 색깔을 시장에 담아내고 정체성을 잘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또한 돈도 많이 벌지 못하는 이런 시장이 대체 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시장의 존재 이유에 대해 더 많은 소비자들과 행정 그리고 당진의 다른 농부들에게 증명해 나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담당 공무원이 없어도 농부 스스로 자립하고 지속가능할 수 있는, 진정한 농부가 만드는 농부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당장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