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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9.06.14 18:34
  • 호수 1261

[기고] 당진천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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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기 휴스턴 이민문화연구소장

객지 생활을 하다 보면 문득문득 고향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사람이 제아무리 부귀공명(富貴功名)을 누리고 백수(百壽)까지 강령(康寧)한다 하더라도 고향이 없고서야 그 무엇이 복될 것이며 또 그 무엇으로 즐거움을 가질 것인가.
말 못하는 짐승들도 자기가 태어난 고향을 그리워하는 정(情)이 있다고 한다. ‘호마 북풍 수구초심(胡馬 北風 首邱初心)’이란 말이 있다.

즉, 호마(胡馬)는 서 있을 때에 머리를 북쪽을 향하여 북풍(北風)에 의지(依支)하고, 수구초심(首丘初心) 떠돌이 습성(習性)을 가진 여우도 죽을 때에는 머리를 자기가 태어난 곳을 향하고 죽는다 하였다. 하물며 사람으로 태어나 자기가 태어난 고향을 저버려서야 될 말인가?

누구나 다 바쁜 객지 생활을 하다 몇 해만에 고향을 찾아갔을 때 나오는 느낌은 ‘아! 오래간만에 고향에 돌아왔구나’하는 안도의 느낌을 들게 해주는 것은 각 지방 나름대로 고향 마을을 상징(象徵)하는 사물(私物)들이 있기 때문이다.

당진 초입에 우두커니 서 있는 동진아파트에서 바라본 송악의 모습이 당진의 첫인상을 불러온다. 로터리를 지나 기지시리에 도달하면 구 시장의 풋풋한 고향 내음이 절로난다. 거기서 5km쯤 가면 골목마다 하늘을 찌르는 아파트들이 옛 모습을 시샘하듯 시야를 조금 가리지만 오히려 푸근함이 있어 좋다. 서쪽편 양지 바른 곳에 옹기종기 자리 잡은 마을이 당진이다. 그 속엔 어머니 품 같이 일출과 일몰을 잉태하며 마음껏 자태를 드리운 왜목마을이 나를 반긴다.

나의 본래 고향은 낙동강 상류 기슭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마을(경북 안동 운흥동)이다. 내가 태어나 9세까지 자라난 곳이다. 이곳은 유교사상의 본원지이고 양반가문이 아니면 출세할 수 없는 곳이다. 하여간 그러한 곳에서 태어나 자라났다. 그리고 그곳의 강물과 바위 나무들은 내 어린 시절 친구들이므로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성인이 되고 먼 타국에서 이민생활을 하는 내겐 고향이 무척 그립다. 외로움이 찾아올 때면 그때의 추억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면서 평범(平凡)한 산천임에도 감회(感懷)가 새롭다.
이민 20년만에 처음 찾아본 당진은 나의 제2의 고향이다. 내가 살던 안동에서 동구 밖으로 10여분만 가면 안동댐이 있지만 어찌 바다만 하겠나.

처음 가서 본 대호방조제 제방에 서서 불어오는 바다 내음에 심취하여 내일을 꿈꿔보기도 했다.

그리고 언젠가 봄이 되면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노오란 꽃밭을 이룰 때면 그곳에서 제2의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 바다의 향기가 내 몸과 영혼에 퍼지고 온 마을을 덮을 때 나는 참 행복했노라 말하고 싶다. 그 꽃이 질 때면 나도 지겠지….
- 휴스턴에서 반촌사람 찰리가 쓰다

>> 최영기 씨는
- 1961년 생 경북 안동 출신
- 전 휴스턴한안회 이사장
- 현 휴스턴 이민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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