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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지역을 잇다 4 홍성 이응노의 집(고암 이응노 생가기념관)
이응노 화백으로 다시 살아난 홍천예술마을

쓰레기매립장 들어서며 마을 위기 겪기도
이응노의 집 개관 이후 마을과 문화예술 연계 활성화
인식개선과 거버넌스 운영을 중점 사업으로 추진
박경미l승인2019.06.22 16:42l(12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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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본지에서는 ‘미술관, 지역을 잇다’ 기획취재를 통해 미술관으로 대표되는 문화예술이 지역사회와 융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사회의 발전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홍성 이응노의 집 사례를 취재·보도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고암 이응노 화백이 태어난 홍성 흥북읍 중계리 홍천마을은 수려한 용봉산과 백월산에 싸인 평온한 마을이다. 이 화백이 17세 때 고향을 떠나기 전까지 살았던 이 마을은 화백의 마음에 예술의 씨앗을 심어준 곳이다.

그러나 예술가에게 감수성을 심어줬던 마을이 위기에 놓였던 적이 있다. 지난 2005년 마을에 쓰레기매립장인 홍성군위생매립장이 들어서면서 마을은 홍천문화 1·2차 마을로 나뉘고, 이로 인해 마을공동체 문화가 훼손돼 마을의 정체성까지 흔들렸다.

그러던 홍천마을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고암을 기리며 이응노의 집이 문 열었고, 이응노 마을 조성사업이 진행되면서 마을은 예술마을의 정체성을 확립해가기 시작했다.

▲ 이응노의 집

쓰레기매립장 마을이 예술을 품다

지난 2011년 개관한 이응노의 집은 초가로 지은 생가, 전시홀, 북카페, 창작스튜디오, 연밭 등을 갖춘 기념관이자 미술관이다. 고암이 탄생하고 유년을 보낸 곳에 지어진 만큼 이응노의 집에서는 초기작과 스케치, 습작 등 고암의 인생 전반기에 중심을 둔 컬렉션이 전시돼 있다.
이응노의 집은 중소 규모의 기념관으로 개인의 작품을 소장하고 전시하면서도 문화적으로 ‘열린 공간’이다.

이곳의 주된 목표는 사람들이 고암의 예술세계를 형성한 배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지역사회의 역사·문화와 어울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응노의 집이 개관하면서 예술을 연계한 새로운 마을공동체에 대한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행정과 지역예술분야 전문가, 마을주민들이 함께 이응노의 집과 연계한 홍천마을의 예술가치화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하며 변화를 만들어냈다.

▲ 별의별 도자기 공방에서 도예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응노마을 조성 사업 이뤄져

홍천마을이 ‘이응노마을’이라는 브랜드를 얻고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특화지역조성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1년간 2억 원씩 총 3년간 6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이응노마을 조성사업이 추진됐다.

이응노마을 조성 사업은 고암 이응노 화백의 생가기념관인 이응노의 집을 중심으로 시설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주변 마을인 홍천마을 일원을 문화예술 복합공간화해 홍성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키고자 한 사업이다. 중요한 것은 마을 조성 당시 행정이 주도해 개발하는 방식이 아닌, 주민들의 참여로 이뤄진 부분이다.

이 사업으로 거버넌스가 구성되고, 주민 역량강화와 생활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또한 홍천마을이 이원화되기 전 사용했던 마을회관 1층을 도자기 공방으로, 2층은 별의별 도서관으로 조성했다. 더불어 마을지도를 만들고 마을의 빈 집을 활용해 창작공방을 구축했으며, 매월 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마을신문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 힐링반상회

성공요인은 거버넌스 구축

이응노마을 조성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민·관 협력의 거버넌스 구축과 마을신문 제작, 도서관 조성이었다.

이응노의 집과 홍천마을, 지역예술가 등 14명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운영위원회를 만들고 16차례의 거버넌스 회의를 통해 3년간 진행될 사업의 세부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마을 조성사업은 내실있는 소프트웨어 구축을 중점으로 진행했다. 주민 역량강화에 집중된 마을 조성사업은 힐링반상회를 열고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참여율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힐링반상회를 통해 마을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생활예술활동은 어떻게 추진해나갈지 주민이 모여 논의하는 자리로 만들어갔다. 또한 주민 리더와 주민들의 국내·외 선진지 견학을 통해 마을 예술화와 공동 소득창출 등을 고민했고,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 생활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을 생활화하고 주민 역량을 강화했다.

마을신문은 사람들의 소통을 풀어내고 전하는 창구가 됐다. 마을과 주민 간 소통의 연대를 위한 마을신문사가 지난 2016년 8월 별의별 창작공방 옆 공터에 설치됐다. 2015년 6월 첫 호를 시작으로 마을신문은 매달 제작돼 2017년 10월까지 총29호를 발간했다. 신문에는 사업 추진과정 및 결과, 마을이 예술적으로 변화하는 모습, 이응노의 집 전시·행사, 주민들의 삶, 국내·외 마을 만들기 성공사례 등의 콘텐츠들이 차곡차곡 담겼다. 마을신문은 올해부터 다시 이어지며, 격월로 신문이 발행되고 있다.

▲ 별의별 작은 도서관

작은 도서관은 빈 건물이나 공간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도서는 거버넌스 운영위원이 기증하고, 이외에도 홍성과 내포신도시 등 타 지역에서도 도서를 기증했다. 도서관에서는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 예술활동의 주요거점이 되고자 했다.

▲ 마을 내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조형물

예술을 심고 마을에 깃든 변화

홍천마을이 예술을 품은 이응노마을이라는 씨앗을 뿌리자 다양한 변화가 나타났다.

윤후영 학예사는 “마을에 전원주택단지가 조성되거나 마을로 새로운 인구들이 유입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마을에 비어 있던 공간들이 활용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이어 “이응노의 집 창작스튜디오와 이응노마을 내 공방 등을 통해 예술가들이 자연스럽게 마을로 찾고, 또 이들이 이응노마을에 예술을 불어넣고 있다”고 전했다.

이응노마을 신문 편집인이자 마을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전상진 편집인은 “예술에 대해 주민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며 “또한 쓰레기매립장이라는 마을의 이미지가 예술마을로 바뀌고 이를 통해 주민들이 마을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응노마을은 또 다른 분기점에 놓여있다. 이응노마을이 농림축산식품부의 시·군창의사업에 선정돼 지난 2017년부터 4년간 10억 원의 예산을 지원 받아 사업을 추진한다. 예술마을 토대 위에 마을공동소득 창출을 위한 사업들이 이뤄질 계획이다. 이응노마을 추진위원장을 맡는 양주명 홍천마을 이장은 “소득창출을 위해 협동조합 등 주민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며 “이응노의 집에 자리한 연밭을 활용한 소득창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양주명 이장·전상진 편집인·윤후영 학예사

“대화와 소통, 성공으로 이끌어”

다른 지자체의 마을 조성사업과 차별점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구축이 먼저였다. 마을조성 사업에 있어 중점이 됐던 것은 주민들의 인식개선과 역량강화였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대화와 소통이다. 행정, 마을, 예술가가 함께 대화하고 모든 주민들이 사업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최고의 자원은 사람이다. 이를 활용할 지역민의 태도가 중요한 것이다. 또한 사업 콘텐츠에 대해 갈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고 지원해야 한다.

홍성의 사례에서 당진시가 적용할만한 부분은?
목표(이상적 가치)를 설정하고 소통할 수 있는 조직화가 필요하다.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 조사하고 문화활동가들이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활동할 것인지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 또한 문화는 10년 동안 농사를 지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다. 행정이 장기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당진심훈기념관 운영에 대해 조언하자면?
기념관이 활성화되려면 교육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강원도 원주에 있는 박경리 문학관처럼 지속적인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 또 심훈의 가치와 상징성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당시 심훈의 농촌계몽사상을 오늘날의 마을재생 또는 농촌재생과 연계해보면 좋을 것이다.


박경미  pkm94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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