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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9.07.14 18:27
  • 호수 1265

[기고] 수학여행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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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자 해나루시민학교 사랑반 학생


지난 6월 14일 내 생애 처음으로 중학교 3학년 수학여행을 설렘반 걱정반으로 다녀왔다.

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 그리고 우리반 급우들을 포함해 26명이 5박 7일 중국 장가계로 출발해 비행시간 3시간을 넘게 타고 장사 공항에 도착했다. 장사에서 5시간을 버스로 이동하는데도 지루하지 않았다. 긴 여정이었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마다 신비로웠다. 가끔씩 저 산봉우리 하나만이라도 당진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천문산에서 30분 동안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다보는 산세는 한 폭의 병풍과도 같았다. 그 높은 산 모든 시설은 사형수들의 몸값으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부역을 했다고 한다. 측은지심이 들었다. 아마도 살아서 나오려는 몸부림이었으리라 믿어진다.
유리잔도를 거쳐서 천문동으로 이동하는데 에스컬레이터가 까득히 보인다. 길고긴 에스컬레이터가 열두 곳이나 된다고 했지만 세다가 잊어버렸다. 정말 중국은 세계 최고를 좋아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천문동은 산 중간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는데 그 구멍으로 영국의 여성 비행사 두 명이 에어쇼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황용동굴은 유네스코에 등재돼 있어 그런지 밑에서 자라는 석순과 위에서 거꾸로 자라는 종유석이 있다. 이들이 만나면 석주가 된다는 것도 배웠고 92.2m의 석순이 170억 원 보험에 들어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보봉호수의 아름다운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선생님이 사진을 찍고 내려오시다 넘어져서 큰 걱정을 했다. 교장선생님이 여행 끝난 줄 알았다며 농담을 하는 것을 보니 큰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다행이었다. 올랑가 말랑가 다리에서는 한 쪽에서 남자가 노래를 하면 반대쪽에서 여자가 답가를 하는데 애절함이 묻어났다. 그것이 사랑의 구애라고 한다.
한 폭의 산수화 같이 기이한 봉우리와 암석으로 돼있는 십리화랑을 모노레일을 탑승하고 올랐다. 비가 내려 안개가 많이 내려왔지만 그래서 더 멋있었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산 중턱에 걸쳐있는 것이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았다. 중국에서는 5㎞를 십리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4㎞를 십리라고 하는데 몰랐던 것을 알아간다.

산꼭대기에 전원을 일궈 모내기를 해 놓은 공중전원을 만드신 분은 송재윤 씨라고 한다. 키도 작고 왜소한 몸집에서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열정이 나왔을까? 한 개인의 노력으로 관광객이 끊이지 않아 그 부족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곳에서 먹었던 수박은 내가 어렸을 때 시골에서 어머니가 애지중지 키워 따 먹었던 그 맛이었다.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전동카를 타고 내려오며 산모퉁이를 돌때마다 함성을 질러 맞은편에서 오던 사람들이 깜짝 놀랐지만, 하나둘셋 구령에 맞춰 목청껏 외쳤던 함성으로 내 몸속에 있던 노폐물을 다 토해놓고 온 것 같다.

비가 와서 우리는 박물관에 갔다. 그곳 작품들은 황용산에서 나는 흙과 돌로 그린 그림인데 화려하진 않았지만 1963년생인 이군성 작가의 작품을 보니 천재적인 기술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림에 대해 무지하지만 유리잔도와 대협곡에서 내려는 물줄기는 실물을 보는 듯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장가계 관광코스중의 하나인 매력상서쇼(매력은 ‘매력있다’라는 뜻이고 상서는 지방이름이라고 한다)를 보았다. 중국말로 해서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토가족과 묘가족의 애환을 그린 내용이었고 마지막 정말 재미있었던 사건으로 우리 학생 연덕 씨가 각 민족을 대표해 7명이 무대에 올라 장기자랑을 했는데 (뭉쳐야 뜬다 tv프로그램에서 배우 장동건이 출전해서 1등을 했던) 3000명의 관중이 박수와 환호로 심사해 1등을 했다. 이 또한 두고두고 추억이 될 것이다.

여행하는 동안 내내 아쉽고 속상했던 것은 여행지 어디에서도 한국말로 안내한 곳이 없었다. 5박 7일간 여행을 하면서 서양 사람들은 한명도 보지를 못 했는데 영어 안내방송은 항상 했었다. 내가 알기로는 장가계 구경하는 여행객들의 대부분이 한국 사람들인 것으로 아는데 우리나라의 힘이 부족해서 그런지 참으로 아쉽고 속상했다.

마지막날 황석채는 억구의 세월 속에 지각변동으로 바다에서 솟구쳐 삼형제 바위와 무수한 바위들이 장관을 이뤘다. 5박7일 긴 여행 동안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여행을 마치게 되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특히 불편한 몸으로 끝까지 친구들 폐 끼치지 않는다고 항상 앞장서 걸었던 인귀순 언니, 이영자 언니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이번 수학여행은 내 생에 정말 잊을 수 없고 오랫동안 가슴깊이 간직할 우리들의 추억이 될 것이다.

이금자 학생은
>> 1955년 생, 합덕읍 대전리 거주. 초등학교 졸업 후 진학하지 못한 배움을 이어가고자 지난 2017년 중학교 1학년에 입학. 현재 해나루시민학교 학생회장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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