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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19.07.19 18:40
  • 호수 1366

[미세먼지 시대, 생태도시와 도시농업을 꿈꾸다 3]
전라남도 순천시
쓰레기 넘치고 골재 캐던 순천만의 성공요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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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가 골재채취 반대운동 주도
전봇대 뽑자 흑두루미 늘고 일자리도 늘고

▲ 순천만 습지

지역 지인들에게 ‘전남 순천’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물었다. 많은 순서로 나온 답변은 ‘갈대군락, 흑두루미 떼, 한국 최초 국가 정원 축제, 생태 도시’였다.

순천만은 강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민물과 짠물의 기수역이다. 드넓은 갯벌(22.6㎢)과 갈대밭(5.4㎢)에는 다양한 생물이 어우러져 있다. 식물 340여종, 저서생물 300여종, 조류 24여종의 터전이다. 이 중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순천만은 버려진 땅이었다. 쓰레기가 널려 있었고 농약 사용과 음식점 난립으로 하천도 썩어 갔다. 이에 순천시는 세수를 올리기 위해 골재채취사업까지 허가했다.

‘골재’보다 ‘갈대’,
‘농장 오리’보다 ‘야생 흑두루미’

시민사회가 골재채취 반대 운동을 시작한 건 1997년이다. ‘순천만갈대축제’를 통해 골재보다 갈대가, 농장의 오리 수천 마리보다 야생에 사는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 수 십마리가 더 가치가 있다고 홍보했다. 순천시는 이듬해인 1998년 골재채취 사업을 취소로 응답했다.

2009년에는 천수만 인근 농경지를 지나는 전봇대 280개를 뽑아냈다. 덩치가 큰 흑두루미가 전선에 걸려 다치는 일이 빈번해지자 전봇대를 제거한 것이다. 주민들은 농약과 제초제를 쓰지 않는 친환경농법으로 전환했다. 흑두루미 등 주변 생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처음 수십 마리에 불과하던 흑두루미는 지난해 2515마리로 늘었다.

그러자 주민 소득이 늘고 주민 일자리가 생겨났다. 먼저 지난 2008년 학생 수 35명이던 인근 학교 학생이 2015년 120명으로 증가했다. 순천만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 주말이면 식당과 숙박업소가 품귀현상이 일어난다.

▲ 항공 촬영한 순천시 일원

“정주형 관광 시스템 정착”
순천만 가까이에 순천 도심이 붙어 있다. 관광객이 늘어날수록 순천만 쪽으로 도심이 팽창했다. 지속가능한 보존방안 마련이 필요해졌다. 고심 끝에 순천시는 순천 도심과 순천만 생태 지역 사이에 ‘에코 벨트’를 조성하기로 했다. 바로 국제정원 조성과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최다.

2013년 첫 개최한 국제정원박람회장에 23개국 83개 정원을 설치했다. 이는 대성공이었다. 국내 최초 정원박람회에 440만 명의 관람객이 찾았고, 첫 해에만 205억 원의 흑자를 안겨줬다.
이듬해에는 순천만 정원지구를 영구 개방했다. 지난 2015년 제1호 국가 정원으로 지정됐고, 그해 관람객은 533만 명에 이르렀다. 순천시는 사계절 축제와 문화예술 행사, 도심 야시장으로 관광객들이 머무는 도시로 발돋움시켰다.

순천만관리센터 국가정원운영과 이재환 씨는 “관람객들이 낮에는 국가 정원과 순천만 습지에서 시간을 보낸 후 밤에는 도심에서 야시장과 로컬푸드를 즐기는 정주형 관광 시스템이 정착됐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습지와 정원으로 지역경제를 꽃 피운 셈이다.

▲ 순천만 국가정원

시장 세 명 바뀌어도 ‘생태 도시’
사실 생태도시로의 시작은 더디고 힘들었다. 농민들은 문전옥답에 정원을 조성하는 게 말이 되냐고 맞섰다. 순천시 공무원 일부도 쌀농사 대신 꽃밭과 정원수 농사를 짓는 정원박람회 사업을 우려했다.

순천만관리센터 국가정원운영과 이재환 씨는”농민과 주민들을 만나 순천에는 공단이 없어 먹고 살 길은 생태뿐이라고 설득했다”며 “또한 관광객들이 순천에서 머무르고 돈을 쓰고 가도록 유도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성공 요인을 꼽자면 ‘민·관·학의 협치’다.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순천시, 전문가 집단이 하나로 뭉쳤다. 순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순천환경운동연합,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순천시가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도 힘을 보탰다.

순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김인철 사무국장은 “순천시를 비롯해 시민단체, 지역 청년단체가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 성숙한 민주주의 체계가 가동되고 있다”며 “민관 거버넌스 체계가 주민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킨 요체”라고 밝혔다.

정원박람회가 열리는 서문 주차장 입구에서 만난 주민 김주영 씨(64)도 비슷한 진단을 내놓았다. 그는 “지난 2006년 ‘생태수도 순천’ 비전을 처음 제시했던 시장부터 모두 세 명의 시장이 들어섰지만 여전히 생태수도를 이어가고 있다”며 “마을 주민에서부터 시민사회, 순천시 공직자 모두가 같은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생태 도시 꿈꾸다
순천의 꿈은 계속된다. 이제 대한민국의 생태 도시를 넘어 아시아 생태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순천만 국가정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관광 클러스터를 조성 중입니다. 교육 연구(정원지원센터), 생산제조(화훼농가 계약재배), 판매유통(정원수 공판장과 조경수 수출 물류센터)으로 순천만과 정원이 만드는 생태 도시의 꿈을 이룰 계획입니다” (순천만관리센터 이재환 씨)
지난해, 순천시 전역이 유네스코 생물권보호 지역으로 지정됐고 순천만은 람사르 습지 도시로 지정됐다. 아시아 생태도시로 향한 발걸음이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당진시대·태안신문 공동취재단
 

※ 이 기사는 2019년도 충청남도 지역언론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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