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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앙코르채운을 운영하는 지은애·남경욱(33) 부부
40년 된 슈퍼, 식당으로 재탄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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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변화, 두렵지 않아요!”
레트로 수집품으로 과거 되살려
“새로운 문화 컨텐츠 만들고파”

파란 슬레트 지붕에 빨간 우체통을 가진 가나안슈퍼는 오랜 시간 당진 사람들의 곁에 자리해왔다. 대원사와 문화이용원 사이에 자리한 슈퍼는 때로는 문구점이 돼 학생들이 자주 드나들기도 했다. 가나안슈퍼는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긴 여행을 떠나면서 사람들의 추억으로만 남게 됐다.

그러던 올해 봄, 부산에서 올라온 한 부부가 이 집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뚝딱뚝딱 집을 손보는 지은애·남경욱(33) 부부의 손길에서 이곳은 ‘앙코르채운’이라는 이름을 달고 다시 태어났다.

낯선 당진을 만나다
부산에서 올라온 지은애·남경욱 부부에게 당진은 낯선 곳이었다. 부부가 당진을 알게 된 것은 지 대표의 여동생 지은진 씨가 당진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 대표는 지난 가을 당진정보고 근처에 꽃집 ‘로제로’를 문 연 여동생을 만나러 오면서 당진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

동생을 만나기 위해 당진을 종종 찾곤 했지만, 약 342만 인구의 광역시에서 살던 그에게 당진은 심심한 도시였다. 지 대표는 “당진에는 즐길만한 문화가 없었다”며 “그래서 서울이나 평택 등 수도권이나 근처 도시로 사람들이 유출된다”고 말했다.

파란 지붕에 빨간 우체통 있는 집
동생의 만나기 위해 부산에서 심심한 동네 당진에 자리한 동생의 꽃집을 오가던 그때 그의 눈에 띤 것이 현재 앙코르채운이 된 집이었다. 옛날 상점으로 쓰였으리라 짐작되는 건물의 반을 차지는 창과 파란 슬레트 지붕에, 현재까지도 이용 가능한 빨간 우체통을 통해 과거의 그림자를 엿보았다. 평소 빈티지하고 레트로한 물건들을 수집하던 지 대표의 마음에 한순간 시간이 멈춘 그 집이 자리하게 됐다.

“동생의 꽃집을 드나들면서 이 집을 발견했는데, 너무 예뻤어요. 1970년대에 지어졌다는 이 곳에서 할머니가 슈퍼를 운영했다고 들었어요. 3~4년 전에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제가 이 집을 알게 됐을 때는 할머니의 아들이 살고 있었죠.”

마음에 쏙 든 집이었지만 주변 지역 상권이 발달한 곳은 아니었기에 섣불리 매입을 결정하기엔 부담이 됐다. 오히려 부동산을 통해 집의 내부를 볼 때 마음에 들지 않기를 바랐을 정도였단다. 그러나 내부를 보자 지 대표는 더 욕심이 생겼다. 그 길로 지 대표는 하던 일을 정리하고 남편 남경욱 대표와 함께 다시 당진을 찾았다.

당진에서의 새로운 도전
부부는 언제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김해에서 태어난 남 대표는 대구에서 대학을 다니다 꿈을 좇아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 새로운 삶의 환경에서 남 대표는 의상 전문 학교를 다니고 의류편집숍에서 일하면서 6년간 일본에서 생활했다.

대구 출신의 지 대표는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 대표를 따라 일본으로 가려다 우연히 들린 부산의 바다 풍경에 반해 부산에 정착하게 됐다. 이후 지 대표는 남 대표를 설득해 부산에서 터를 잡았다.

남 대표의 다년간의 의류산업 경험과 의류MD로 일하기도 했던 지 대표의 경력이 더해져 부부는 부산에서 의류편집숍을 크게 운영했다. 장사도 잘 됐기에 주변 사람들은 부부의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결정을 말렸지만, 새로운 도전을 향한 부부의 행보를 막을 수 없었다.

복고 감성 살린 앙코르채운
당진에 온 부부는 손수 공간을 꾸며나갔다. 전기·수도 공사를 제외한 모든 작업이 부부의 손에서 이뤄졌다. 2개월을 예상했지만 뜻하지 않은 일로 공사는 3개월 간 이뤄졌다. 부부는 유투브를 통해 시멘트와 물을 섞는 비율을 공부하면서 손수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했다.

부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 한 것은 건물을 최대한 부수지 않고 ‘살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앙코르채운에서는 옛날 건물의 모양새와 구조가 그대로다. 나무 마루와 천장에 난 창은 그대로 존재하고 있으며, 천장에는 나무 뼈대를 볼 수 있고, 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황토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부부만의 감성이 더해졌다. 20대 때부터 모아온 부부의 수집품들이 앙코르채운을 채워갔다. 손 때 묻은 선풍기와 전기포트, 1993년 대전엑스포 공식 뱃지, 88서울올림픽 기념접시, 타자기, 다이얼을 돌려 사용하는 전화기 등 부부의 수집품들은 제 집을 찾은 것 마냥 앙코르채운에서 빛을 발했다.

“복합문화공간 됐으면”
복고 감성을 살린 앙코르채운은 규동과 카레를 주 메뉴로 하는 음식점이다. 평소 요리를 좋아하고 잘하던 지 대표의 장점을 살린 음식들이 선보여지고 있다. 하지만 지 대표는 앙코르채운이 평범한 음식점으로만 남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는 “지역에서 마땅히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가 없는 만큼 앙코르채운이 복합문화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며 “요즘 당진이 수도권이나 인근 지역에서 주말에 여행오기 좋은 곳으로 인기를 얻지만 정작 당진사람들은 갈 데가 없다”고 말했다.

당진사람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전에 프리마켓 주최 등 행사 기획자로 활동하기도 했던 경험을 살려, 지역에서 프리마켓 등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진행해보고 싶어요.”

>> 앙코르채운은?
■ 운영시간 : 오전 11시~오후 9시(일·월 휴무)
■ 메뉴 : 카레 8000원, 규동 8000원, 튀김세트 4000원, 닭껍질 튀김 5000원, 콘튀김 5000원, 슬러시 2000원
■ 위치 : 백암로 234
               (옛 가나안슈퍼, 당진고등학교 인근)
■ 문의 : 070-8860-9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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