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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앙코르채운을 운영하는 지은애·남경욱(33) 부부
40년 된 슈퍼, 식당으로 재탄생하다

“도전과 변화, 두렵지 않아요!”
레트로 수집품으로 과거 되살려
“새로운 문화 컨텐츠 만들고파”
박경미l승인2019.07.19 18:54l(13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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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슬레트 지붕에 빨간 우체통을 가진 가나안슈퍼는 오랜 시간 당진 사람들의 곁에 자리해왔다. 대원사와 문화이용원 사이에 자리한 슈퍼는 때로는 문구점이 돼 학생들이 자주 드나들기도 했다. 가나안슈퍼는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긴 여행을 떠나면서 사람들의 추억으로만 남게 됐다.

그러던 올해 봄, 부산에서 올라온 한 부부가 이 집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뚝딱뚝딱 집을 손보는 지은애·남경욱(33) 부부의 손길에서 이곳은 ‘앙코르채운’이라는 이름을 달고 다시 태어났다.

낯선 당진을 만나다
부산에서 올라온 지은애·남경욱 부부에게 당진은 낯선 곳이었다. 부부가 당진을 알게 된 것은 지 대표의 여동생 지은진 씨가 당진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 대표는 지난 가을 당진정보고 근처에 꽃집 ‘로제로’를 문 연 여동생을 만나러 오면서 당진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

동생을 만나기 위해 당진을 종종 찾곤 했지만, 약 342만 인구의 광역시에서 살던 그에게 당진은 심심한 도시였다. 지 대표는 “당진에는 즐길만한 문화가 없었다”며 “그래서 서울이나 평택 등 수도권이나 근처 도시로 사람들이 유출된다”고 말했다.

파란 지붕에 빨간 우체통 있는 집
동생의 만나기 위해 부산에서 심심한 동네 당진에 자리한 동생의 꽃집을 오가던 그때 그의 눈에 띤 것이 현재 앙코르채운이 된 집이었다. 옛날 상점으로 쓰였으리라 짐작되는 건물의 반을 차지는 창과 파란 슬레트 지붕에, 현재까지도 이용 가능한 빨간 우체통을 통해 과거의 그림자를 엿보았다. 평소 빈티지하고 레트로한 물건들을 수집하던 지 대표의 마음에 한순간 시간이 멈춘 그 집이 자리하게 됐다.

“동생의 꽃집을 드나들면서 이 집을 발견했는데, 너무 예뻤어요. 1970년대에 지어졌다는 이 곳에서 할머니가 슈퍼를 운영했다고 들었어요. 3~4년 전에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제가 이 집을 알게 됐을 때는 할머니의 아들이 살고 있었죠.”

마음에 쏙 든 집이었지만 주변 지역 상권이 발달한 곳은 아니었기에 섣불리 매입을 결정하기엔 부담이 됐다. 오히려 부동산을 통해 집의 내부를 볼 때 마음에 들지 않기를 바랐을 정도였단다. 그러나 내부를 보자 지 대표는 더 욕심이 생겼다. 그 길로 지 대표는 하던 일을 정리하고 남편 남경욱 대표와 함께 다시 당진을 찾았다.

당진에서의 새로운 도전
부부는 언제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김해에서 태어난 남 대표는 대구에서 대학을 다니다 꿈을 좇아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 새로운 삶의 환경에서 남 대표는 의상 전문 학교를 다니고 의류편집숍에서 일하면서 6년간 일본에서 생활했다.

대구 출신의 지 대표는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 대표를 따라 일본으로 가려다 우연히 들린 부산의 바다 풍경에 반해 부산에 정착하게 됐다. 이후 지 대표는 남 대표를 설득해 부산에서 터를 잡았다.

남 대표의 다년간의 의류산업 경험과 의류MD로 일하기도 했던 지 대표의 경력이 더해져 부부는 부산에서 의류편집숍을 크게 운영했다. 장사도 잘 됐기에 주변 사람들은 부부의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결정을 말렸지만, 새로운 도전을 향한 부부의 행보를 막을 수 없었다.

복고 감성 살린 앙코르채운
당진에 온 부부는 손수 공간을 꾸며나갔다. 전기·수도 공사를 제외한 모든 작업이 부부의 손에서 이뤄졌다. 2개월을 예상했지만 뜻하지 않은 일로 공사는 3개월 간 이뤄졌다. 부부는 유투브를 통해 시멘트와 물을 섞는 비율을 공부하면서 손수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했다.

부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 한 것은 건물을 최대한 부수지 않고 ‘살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앙코르채운에서는 옛날 건물의 모양새와 구조가 그대로다. 나무 마루와 천장에 난 창은 그대로 존재하고 있으며, 천장에는 나무 뼈대를 볼 수 있고, 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황토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부부만의 감성이 더해졌다. 20대 때부터 모아온 부부의 수집품들이 앙코르채운을 채워갔다. 손 때 묻은 선풍기와 전기포트, 1993년 대전엑스포 공식 뱃지, 88서울올림픽 기념접시, 타자기, 다이얼을 돌려 사용하는 전화기 등 부부의 수집품들은 제 집을 찾은 것 마냥 앙코르채운에서 빛을 발했다.

“복합문화공간 됐으면”
복고 감성을 살린 앙코르채운은 규동과 카레를 주 메뉴로 하는 음식점이다. 평소 요리를 좋아하고 잘하던 지 대표의 장점을 살린 음식들이 선보여지고 있다. 하지만 지 대표는 앙코르채운이 평범한 음식점으로만 남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는 “지역에서 마땅히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가 없는 만큼 앙코르채운이 복합문화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며 “요즘 당진이 수도권이나 인근 지역에서 주말에 여행오기 좋은 곳으로 인기를 얻지만 정작 당진사람들은 갈 데가 없다”고 말했다.

당진사람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전에 프리마켓 주최 등 행사 기획자로 활동하기도 했던 경험을 살려, 지역에서 프리마켓 등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진행해보고 싶어요.”

>> 앙코르채운은?
■ 운영시간 : 오전 11시~오후 9시(일·월 휴무)
■ 메뉴 : 카레 8000원, 규동 8000원, 튀김세트 4000원, 닭껍질 튀김 5000원, 콘튀김 5000원, 슬러시 2000원
■ 위치 : 백암로 234
               (옛 가나안슈퍼, 당진고등학교 인근)
■ 문의 : 070-8860-9161
 


박경미  pkm94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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