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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공터를 공습한 텃밭, 위기에서 쿠바를 구하다
미세먼지 시대, 생태도시와 도시농업을 꿈꾸다 5 쿠바 아바나

‘옥상’에서 키운 채소 ‘직판장’에서 판매
화학비료·농약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업
당진시대l승인2019.08.10 13:46l(12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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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시대, 생태도시와 도시농업을 꿈꾸다 1 당진시
미세먼지 시대, 생태도시와 도시농업을 꿈꾸다 2 태안군
미세먼지 시대, 생태도시와 도시농업을 꿈꾸다 3 순천시
미세먼지 시대, 생태도시와 도시농업을 꿈꾸다 4~6 쿠바

 

▲ 쿠바에서는 거리 곳곳에 농장이 자리한다. 이같은 농업 형태는 쿠바를 식량위기에서 벗어나게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건축 폐기물만 쌓여 있던 버려진 땅이었습니다.”
올드 아바나 도심에서 택시를 타고 20분 정도 이동하면 센트로 아바나에 있는 오그란오포니(Organoponic) 농장에 다다른다. 농장 관계자가 취재진을 건물과 건물 사이로 안내하자, 거짓말처럼 건물 사이로 1000여 평은 됨직한 도심 속 농장이 다가왔다.

쿠바 도시농업의 신기술 ‘오가노포니코’

농장은 폐콘크리트를 이용해 사각형의 둑을 만들어 흙이 유실되지 않게 했다. 각각의 둑에는 푸릇푸릇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농장을 안내한 알렉센드 씨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게 쿠바 특유의 ‘오가노포니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쿠바 토양은 알칼리성인 데다 유기물이 거의 없어요. 예전엔 화학비료를 이용해 농사를 지었는데 경제위기로 비료 수입이 중단됐죠. 콘크리트로 둘레를 만들고, 그 안에는 퇴비를 섞은 흙을 채워 채소를 키우기 적합한 땅으로 만들었어요. 쿠바식 영농기법을 여기 말로 ‘오가노포니코’라고 해요. 농장에서는 콘크리트로 만든 17개의 사각 묘판에 배추, 알로에, 양상추 등 대략 20가지 정도의 작물을 키우고 있어요.”

▲ 센트로 아바나에 있는 오그란포오니 농장 관계자 알렉센드 씨

길거리 농사, 식량 위기를 극복케 하며

알렉센드 씨가 취재진을 농장 한 편으로 이끌었다. 또 다른 사각 묘판 안에 두엄이 쌓여 있었다. 절반은 잘 썩은 검은 색이고 나머지는 바나나 껍질과 마른 풀이 섞인 아직 덜 숙성된 누런색을 띠고 있었다.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 퇴비를 섞어 만든 유기질 거름이다. 알렉센드 씨는 삽을 들어 덜 숙성된 퇴비를 검은색 퇴비와 섞으며 거름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바나 도심에만 가정 텃밭, 가족농, 소규모 기업농, 협동농장 형태로 약 1만여 곳에서 약 5만여 명이 2만 헥타르의 도심 농지를 경작하고 있다. 아바나시 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통역사 라온(27세) 씨는 “1990년 경제위기로 식량난이 심해지자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자투리땅에 채소를 가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발코니에도, 안마당에도, 옥상에도 농작물이 자랐다. 정부는 농사를 짓는 시민에게 국유지를 빌려줬고, 이 농장도 국유지다. 쿠바 정부는 또 ‘도시농업 동호회’를 만들어 채소재배법 등 농업기술을 제공했다. 길거리 농사, 도심 속 오가노포니코 농법이 아바나 시민을 식량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고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주요 역할을 했다.

농장 옆 직판장 “하루 손님 평균 50명”

- 생산량은 얼마나 되나요?
“예전 도시 외곽에서 농사를 지었는데 여기도 그때처럼 잘 자랍니다. 수확도 많이 해요.”

- 농약은 얼마나 사용하죠?
“농약을 쓰면 유기농업이 아니죠. 전혀 쓰지 않아요. 대신 병충해는 벌레가 싫어하는 나무를 곳곳에 심어 해결합니다.”

순간 지나치게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하는 한국의 농업 현실과 대비됐다.

- 생산된 작물은 어떻게 판매하나요?
질문하자마자 그가 농장 안쪽을 가리켰다. 과일 나무 몇 그루에 가린 안쪽 공터엔 원두막 모양의 아담한 채소 직판장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 키운 채소를 여기 직판장에서 바로 판매합니다. 일부 과일은 인근 직판장에서 공급해 와요. 키운 채소를 바로 직거래하니까 다른 곳보다 훨씬 싸게 팔죠.”

직판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을 물었다.

“배추, 오이, 콩이요. (한 식물을 가리키며) 이건 바질인데 이것도 많이 찾죠.”

바질은 허브 식물의 일종이다. 쿠바에서는 보건부와 농업부가 협력해 허브 식물을 약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바질은 고혈압에, 캐모마일은 설사, 알로에는 화상을 다스리는 데 쓰인다.
취재진이 머문 한 시간 동안 100여 명의 주민이 직거래장을 찾았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여는데 하루 평균 50여 명이 방문해 300 페소(한국 돈 약 3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단다.

▲ 아그람카도 시장의 모습

북적이는 채소 직판장, 당근 한 다발 10페소

센트로 아바나에 있는 아그람카도(Agromercado) 시장은 한국의 전통시장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애플 망고, 파인애플, 바나나, 당근, 파, 호박에서부터 레몬 주스, 요리용 와인, 고기와 맥주까지 없는 게 없다. 시장 관계자는 “가정 텃밭 또는 생산조합에서 키운 남는 작물을 새벽에 싣고 와서 그날 시세로 돈을 받아간다”며 “아침 8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문을 연다”고 전했다.

어느 시장이나 빠지지 않는 게 있다. 입이 심심할 때 찾게 되는 군것질거리다. 쿠바의 국민 간식은 타블라 떼(de)다. 참깨와 땅콩을 녹인 설탕에 버무려 눌러 만들었는데 꼭 한국의 깨강정 혹은 땅콩강정과 모양과 맛이 비슷하다. 1쿡(약 1300원)을 건네자 손바닥 절반 크기의 떼를 10개나 줬다.

취재진은 흙이 적당히 붙어 있는 붉은 당근 한 다발을 들고 가격을 물었다.

“10페소! 물론 유기농입니다.”

우리 돈 600원 정도다. 이날 직판장은 오후 4시 무렵 문을 닫았다. 평소보다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직판장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센트로 아바나에만 10여 곳의 직판장이 있다”고 말했다. 1990년 기준 절반 이하였던 채소 자급률은 시가지의 빈 땅과 옥상에서 농사짓는 시민들 덕에 자급자족은 물론 주요 소득원으로 떠올랐다.

※ 이 기사는 2019년도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

“유람선 끊겨 이산가족”

쿠바 민중 삶 옥죄는 트럼프의 경제 제재

▲ 쿠바의 한 지방도시 관문에 설치된 트럼프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대형 게시물

지난 2014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쿠바와 국교를 정상화했다. 쿠바를 옥죄던 경제 제재가 어느 정도 풀렸고, 여행 규제도 완화했다. 지난 2016년에는 오바마가 쿠바를 방문하기도 했으며 미국에서 쿠바를 오가는 직항노선도 생기고 유람선도 오갔다.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들어섰다. 다시 경제 제재 조치가 발동됐다. 군과 정보기관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기업 20곳에 관련된 거래도 금지됐고 개인 관광을 목적으로 한 쿠바 방문길도 막혔다. 지난해에는 경제제재를 더욱 강화했다.
취재진을 만난 한 시민은 “오바마 미 대통령 때는 미국에 사는 외삼촌이 유람선을 타고 정기적으로 쿠바를 오고 갔다”며 “그러나 지금은 쿠바를 오갈 수 있는 수단이 끊겨 사실상 이산가족이 됐다”고 말했다.
거리 곳곳에는 트럼프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홍보물도 많았다. 한 지방도시 관문에는 ‘쿠바’라고 쓴 큰 주먹으로 겁에 질린 트럼프의 얼굴을 가격하는 대형 게시물이 있다. 시민들의 미국에 대한 반감은 더 커 보였다. 아바나 길거리에 전시된 한 화가는 트럼프의 머리를 칼로 동강 낸 그림을 내걸었다.

당진시대·태안신문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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