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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혜숙 청운대학교 교수
“요즘 어떠세요?”

당진시대l승인2019.09.24 10:51l(12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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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바람이 선선해졌습니다. 이 때쯤이면 들을 수 있는 말이 있지요? ‘책 읽기 좋은 계절’이라는 말입니다. 가을만 그렇겠습니까? 찌는 듯한 한여름 더위를 피하는 방법으로 시원한 곳에서의 휴식을 곁들인 독서도 좋습니다. 지난 여름엔 독서토론 모임 찾아 부지런히 서울을 오르내렸습니다. 책도 책이려니와 책 읽는 사람들을 만나 “생각에 도끼질 해보는” 대화의 장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이유인 듯 합니다. 

그렇게 몇 개의 독서토론 모임을 찾다보니 다양한 책들을 접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 책 한 권을 고르라고 하면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를 고르겠습니다. 이 책은 올 2월에 처음 만난 책인데 처음 읽었을 때 감동이 지금도 뭉클합니다. “어떻게 이런 감성을 가질 수 있지?”부터 “어떻게 인간에 대한 이해가 이리 따뜻하고 깊을까?”에 이르기까지 정혜신이라는 작가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책을 읽다가 가슴이 저며 오는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만 오늘 말하고 싶은 대목은 저자가 나에게 “요즘 어떠세요?”라고 던진 질문입니다. 활자일 뿐인데 그 말에 눈물이 팽그르 돕니다. “요즘 하는 일이 어떠세요?”라는 일을 묻는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존재 자체를 물어보는 질문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던 내밀한 내 마음 속을 물어보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마치 꽁꽁 숨겨 둔 마음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며, 사랑과 위로를 담은 마음의 질문이란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가 책을 통해 던진 질문에 왜 이렇게 마음이 움직이는 걸까요? 그것은 저자의 마음씀씀이에 대한 신뢰입니다. 마음을 묻는 이도 드물거니와 마음을 열어보였다가 상처받기 십상인 우리들의 일상입니다. 모두가 상처난 마음들을 가지고 자신의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타인을 바라보기에 상대방의 마음 깊숙한 곳에 닿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행동의 의미, 언어의 의미는 내 식대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 또는 그녀의 의도와 상관없이 말입니다.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존재 자체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를요. 대화가 장황하게 많은 시간동안 이어지지만, 자리를 털고 일어날 때는 외롭거나 고독한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으신가요?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직장 상사로부터 이러저러한 일을 당했다고 말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러저러한 일’은 존재 자체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일을 당했을 때 어떤 감정이었는지를 말하는 것이 존재 자체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내 아픔과 상처의 내용보다 그 아픔과 상처에 대한 나의 태도와 감정이 존재의 이야기입니다. 

존재의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대화는 공허합니다. 공감 받을 수도 없고 위로받을 수도 없습니다. 존재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서 들어주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인정이고 상대방에게 집중하는 것입니다. 내 존재가 그대로 수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본 대화가 있습니까? 그리고 그 때의 느낌은 어떠하였습니까? 누군가와 있을 때 존재가 있는 그대로 수용되는지의 여부는 본인이 바로 느낍니다. 그것은 생명의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정혜신 작가의 표현에 의하면 “내 고통에 진심으로 눈을 포개고 듣고 또 듣는 사람, 내 존재에 집중해서 묻고 또 물어주는 사람, 대답을 채근하지 않고 먹먹하게 기다려주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상관없다. 그 사람이 누구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해 주는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다. 그 ‘한 사람’이 있으면 사람은 산다.” 

책 속의 저자가 저에게 집중을 하네요. 그리고 묻습니다. “요즘 어떠세요?”라고요. 그리고 그 질문에 제가 대답을 합니다. “요즘 제 마음은 이렇고 이래요”라고요. 그러면서 눈물 한 방울 흘리는 것도 괜찮습니다.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면서 신선한 산소를 들이키는 기분이 듭니다. 여러분들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요즘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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