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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9.10.07 10:55
  • 호수 1275

[칼럼]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의 축제
고대영 당진시 문화관광과 문화재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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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것보다 놀기 좋아하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게다가, 혼자 놀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노는 것은 재미를 배가시키는 더욱 좋은 방법이다. 네덜란드의 학자 요한 호이징가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로 정의했다.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뜻인 호모 사피엔스와 도구와 물건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파베르와 함께, 인간의 중요한 특징인 유희와 놀이, 또 필자가 지금부터 말하고자 하는 축제를 설명하는데 중요한 개념이다.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즐기는 축제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3세기에 작성된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는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예의 무천, 삼한의 5월제와 10월제 등 다양한 축제가 기록되어있다. 또한 이러한 축제의 형태는 대부분 제의행사와 연계되어 있었다.

축제(祝祭)의 한자어가 그야말로 ‘기원하는(祝) 제사(祭)’라는 것은 이러한 특성과 밀접한 관계를 잘 드러낸다. 축제의 규모 역시 앞의 역사서에 기록된 것처럼 국가 차원의 축제도 있지만 마을마다 정월대보름 등이 이러한 마을축제로서 기능해왔다. 

 축제는 단순히 인간의 유희적 성격, ‘호모 루덴스’의 특성이 발현한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 공동체 내부에서 발생한 갈등을 축제와 축제 중의 다양한 형태의 일탈을 통해 더 큰 갈등과 대립으로 발전하지 않고 그 에너지를 해소하게끔 하기도 하고, 축제를 통해 공동체 구성원들의 화합과 단결, 협력을 이끌어낸다. 고대에는 이러한 축제를 지배자가 주관하고 피지배층에게 혜택을 베풀면서 지배 권력을 공고히 하는 의도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오늘날에도 축제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대외적으로는 지역의 유, 무형 콘텐츠를 소개하고, 지역 이미지를 제고하고, 생산물을 판매하며 관광객을 유치한다.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모여서 지역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을 해소하고, 지역정체성을 강화하고 주민간의 화합과 협력을 공고히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지역에서도 500여 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유네스코에 등재된, 지역의 최대 축제로 성장한 기지시줄다리기민속축제, 심훈 선생의 정신을 계승하고 우리 지역 최대의 도심축제인 심훈상록문화제, 남부권역의 여름축제인 합덕제 연호문화축제, 그리고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면천진달래축제, 순성왕매실축제와 매화벚꽃축제, 한진바지락축제, 삽교호조개구이축제 등 크고 작은 축제가 일년 내내 개최되고 있다.

이러한 우리지역의 유무형 자원을 활용한 축제를 위해 시에서도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자하고, 민간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축제는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 전통적으로 동양에서 창업을 이루는 3가지 요소, 바로 천, 지, 인이 축제에도 적용된다. 축제의 관점에서 천(天)은 바로 축제의 소재가 되는 콘텐츠이다. 어느 지역의 자연환경, 유무형의 자원, 생산물은 하늘이 부여하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의 지(地)는 축제의 기반을 말한다. 기반이 되는 축제장의 위치, 축제 시설물이나 예산까지 포괄한다. 마지막 인(人)은 바로 축제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축제의 콘텐츠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고, 기반을 조성하고, 이를 잘 활용해서 최적의 성과를 거두는 것을 바로 이러한 축제의 구성원들이 준비한다.

그래서 이 3가지 요소가 잘 갖춰지면 그 축제는 성공한 축제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축제들이 훌륭한 콘텐츠를 가졌으나(天) 기반과 인력이 부족(地, 人)해서 실패하기도 하고, 콘텐츠와 기반은 훌륭하나 이를 활용할 인력이 부족해서 실패하기도 하는 등, 3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주, 우리시의 축제 관련 부서 담당자들과 각 지역의 축제 주관 단체에서 함께 김제지평선축제를 벤치마킹하였다. 대한민국 글로벌대표축제인 김제지평선축제를 통해 각 축제별로 반영하거나 검토할 사항들을 둘러보고 논의하는, 매우 뜻깊은 자리였다.

물론 각 축제들이 주력했던 축제의 콘텐츠, 가치를 재발견하고 현실적인 계획을 통해 부족한 기반을 확충하는 것 역시 성공적인 축제의 개최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축제를 준비하고, 기획할 수 있는 인력의 육성이다.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기획하고, 또 그러한 사람들이 노력해서 성공적인 축제로 발전시키기 때문이다. 우리지역의 축제를 한 차원 발전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도록 축제 기획자의 육성과 활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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