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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9.10.21 13:45
  • 호수 1277

[기고]김완종 당진시장애인달팽이문학회 사무국장
소신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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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소아마비로 다리를 절고 한쪽 손도 부자연스럽지만, 주차 요금 징수원으로 일하고 있는 올해 55세인 정 씨. 88올림픽과 함께 장애인 올림픽을 치른 후,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한층 높아지면서 그에 따른 일자리도 많이 생겼다. 주차 요금 받는 구역이 만들어졌고 ‘주차 요금 징수원’이라는 장애인 일자리가 마련됐다.

장애인 일자리에 대한 인식도, 주차 요금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 부족했던 그때. 그 일을 하겠다고 뛰어든 정 씨. 당시 ‘불편한 몸으로 일을 할 수 있겠냐’며 ‘괜스레 사람들에 웃음거리나 되지 않겠냐’고 말하며 우려하는 시선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껏 20여 년 동안 묵묵히 그 일을 하고 있다.

“처음엔 경험 부족으로 많이도 힘들었다”며, 멋쩍은 웃음으로 지난날을 회상한다. 그리고는 눈물짓던 나날도 많았다고 말하는 정 씨다. 주차 요금을 왜 내야 하느냐며 항의 속에 몰아붙이던 사람들 앞에서 일일이 설명하며 잘못도 없으면서 죄지은 사람처럼 지내기도 했다. 요금 몇십 원 때문에 실랑이하고, 주차 요금을 주지 않고 슬그머니 달아 나는 차들 앞에 호루라기 불며 쫓아다니기 바빴다. 길바닥에 동정 몇 닢 던지고 가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더러는 괜스레 멱살을 잡으며 트집 잡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침 9시부터 늦은 저녁까지 쏟아지는 빗속을 활보하고 살갗을 파고드는 칼바람을 몸으로 받아 내면서 그렇게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을 했다. 그러면서도 찡그림 없이 늘 웃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면했다. 그렇게 20여 년을 한결같은 모습으로 일을 해왔다.

그런 그 앞에 냉랭하게 대해주던 사람들의 시선도 조금씩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그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이해하려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났고 열악하던 주차시설도 많이 개선되었다. 당진시에서는 징수원들이 햇빛과 비를 잠시나마 피할 수 있도록 부스도 마련해 주었다.

조금만 계산이 늦어지면 경적을 울려대며 짜증 내던 사람들이 이제는 한꺼번에 차량이 몰려서 미쳐 계산이 늦어져도 가만히 차 안에서 기다려 주기도 하고, 본인들이 스스로 뛰어와서 주차 요금을 주고 가기도 한다. 잠시도 쉴 틈 없이 들랑날랑하는 차량 앞에 제때 점심 한번 찾아 먹지 못하고 허기진 배고픔을 빵 한 조각으로 때워가며 뛰어다니는 그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 쥐여주며 어깰 토닥여 주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자신 앞에 처한 현실 앞에 좌절하지 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는 그에게 화답하는 사회의 따뜻한 손길이다.

어렵사리 형성된 장애인 일자리를 중도에 포기하고 물러나면 다음에 올 순서가 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신을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에 실망스러운 시선이 부담되어서 수십 번 주저앉고 싶은 마음을 다지고 오늘까지 왔다며, “이해해주고 도와주는 분들이 많아 힘도 생기고 행복하고 감사하다”며 씨익 웃어주는 정 씨.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일지라도 한 곳에서 한 가지 일을 20년 넘게, 그것도 사람들과 수없이 부대끼며 하는 일이 수월하진 않았을 것임에도 아무런 불평 없이 미소 속에 한다는 것.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그를 볼 때마다 나 역시 같은 장애인으로서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 속에 스스로를 담금질하게 된다.

그의 소신 있는 마음이 어쩌면, 주변을 밝은 모습으로 변화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장애인도 무엇이든,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인식 개선을 몸으로 보여 주고 있는 그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정수영 씨. 오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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