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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전하는 인생 이야기
세상사는 이야기 우진용 전 고대중학교 교장

정년퇴임 후 구연동화·숲해설사로 봉사활동
늙을수록 멋진 나무처럼 살고 싶은 ‘나무시인’
임아연l승인2019.10.25 18:13l(12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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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거듭할수록 나이테를 더하는 나무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멋이 깊어지는 나무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나무’가 주는 깨달음.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자, 무성한 잎사귀를 다 떨구고 결국 거름이 되는 것이다. 나無(없을 무), 나茂(무성할 무). 누군가가 ‘나무시인’이라고 불렀다. 고마운 별칭이다.

35년 교직생활 후 자격증 취득
천안 출신인 우진용 전 교장은 1982년 만리포중학교를 시작으로 태안·서산·논산 등에서 교직생활을 하다 5년 전 원당중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당진에 왔다. 그는 지난 2017년 고대중학교 교장을 마지막으로 교정을 떠났다. 그러나 고향으로 돌아가진 않았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고향은 의미가 없었다. 대신 처가가 있는 당진에 정착했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그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퇴임 직전에 행정사와 어린이집 원장, 숲해설사 자격증을 땄고, 퇴임 직후 동화구연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지금 당진지역의 어린이집과 학교 등을 다니면서 동화구연 및 나무 인문학 강의를 하며 지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한자도 가르치고 요즘엔 풍선아트도 한다.

“처음엔 손주에게 멋있는 할아버지가 돼볼까 해서 구연동화를 배웠어요. 손주가 있는 어린이집에 가서 구연동화를 해주기도 했죠. 기왕 배웠으니 당진교육지원청에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신청했고, 당진시립도서관의 두근두근봉사단을 통해 어린이집과 학교에서 구연동화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나무 이야기로 전하는 인성교육
숲해설사 자격증도 갖고 있는 그는 나무인문학 강의를 하기도 한다. 여러 종류의 나무의 특성을 통해 삶의 이치를 가르친다. 이를테면 참나무와 은행나무 이야기는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자주 사용하는 소재다.

우진용 전 교장에 따르면 참나무 열매인 도토리는 벼농사가 흉년일 땐 많이 나고, 벼농사가 풍년일 땐 적게 열린단다. 이유는 모내기철과 도토리꽃이 수정하는 시기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인데, 이 시기에 비가 많이 오면 수정이 어려워 도토리가 적게 열리는 대신, 모내기가 잘 돼서 풍년이 든단다. 하지만 비가 적게 내리면 수정이 잘 돼 도토리가 많이 열리는 대신, 모내기철 가뭄으로 흉년이 든다는 것이다. 흉년일 때 도토리는 굶주린 사람들에게 대체식량의 역할을 하는 고마운 식물이 된다.

특히 다람쥐들은 볼에 도토리를 한가득 머금고 몰래 다른 곳에 숨겨두는데, 머리가 나쁜 다람쥐들은 어디에 숨겼는지 찾지를 못한다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그 자리에서 또다시 나무가 자라는 것이다. 이렇게 참나무는 자신을 내어주고 베풀면서 그 영역을 넓힌다. 실제로 참나무는 번식력이 좋은 나무 중 하나다.

반면 은행나무는 우리에겐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로 여겨지지만, 사실 세계적으로는 멸종위기종에 속해 있다. 은행나무는 독성 때문에 씨앗을 퍼뜨리는 매개체가 없어 자생하지 못한다. 은행나무는 인위적으로 사람이 심어야만 살 수 있는 나무다. 독성 때문에 병충해가 없고, 가을날 노랗게 물든 잎사귀가 무척 아름답지만 자연적으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우진용 전 교장은 참나무와 은행나무를 통해 더 베풀고 더 많이 주면서 살아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무 이야기들을 통해 학생들을 만난다. 나무 하나하나가 가진 속성은 자연의 이치이자, 인간이 살아야 하는 삶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자연이 좋아서, 나무가 좋아서 시작한 숲해설이 그에겐 제2의 인생이 됐다.

우 전 교장은 “‘산에 있으면 산이 보이지 않았는데, 산을 나오니 산이 보이더라’는 말처럼 교직을 떠나보니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교육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아이들과 함께 하는 요즘이 즐겁다”고 말했다.

인생의 3대 영양소
그는 퇴직 후의 삶도 나무를 닮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가을이 되면 스스로 잎을 떨구는 나무처럼, 인생의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 그 역시 하나, 둘 버리고 비우는 연습을 한다. 그는 “정년퇴임을 하면서 세 가지를 실천하며 살기로 마음먹었다”며 ‘삶의 3대 영양소’를 소개했다.

그가 전하는 3대 영양소는 몸소, 간소, 고맙소다. 귀찮다 여기며 게으르게 살지 않고, 스스로 실천하기 위한 ‘몸소’, 그리고 인간관계부터 주변의 물건까지 꼭 필요한 것만 남겨두고 최소한으로 정리하는 ‘간소’,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삶이 나 혼자 잘나서 살아온 것이 아니기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 ‘고맙소’는 그가 남은 인생에서 늘 마음에 새기고 갈 단어다.

“여생도 나무처럼 살고 싶습니다. 우리에게 자연의 섭리와 세상의 이치를 알려 주는 나무야말로 진정한 계관시인(영국왕실이 영국의 가장 명예로운 시인에게 내리는 칭호)이 아닐까요? 눈을 감고서는 숲길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것처럼,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눈을 뜨고 살아갔으면 합니다.”

>> 우진용 씨는
-1955년 천안 출생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웅진문학상, 김명배문학대상 등 수상
-2003년 등단. 시집 <흔> <한뼘> <회문> 출간
-한자교육서 <한자어에 숨은 공부 비법> 출간 
-전 원당중·고대중 교장(정년퇴임)
-현재 구연동화가, 숲해설사,
  한자교육 강사로 활동 중

 


임아연  zelkova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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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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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경연 2019-11-06 05:09:13

    드리나 강의 다리를 읽는 느낌이네요.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간다는 향수를 읽는 느낌도 나고...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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