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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6주년 특집기획] 당진청년을 만나다 3
박송이 당진시건강가족지원센터 건강가정지원팀장

1년 3개월만에 복직…“설레었지만 힘들었다”
“맞벌이 부부의 희망 ‘아이돌봄 서비스’ 개선돼야”
김예나l승인2019.11.16 11:20l(12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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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엄청 울었어요. 여주인공인 김지영의 모습에서 제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김지영 주변의 엄마들이나 회사 선배의 모습에서도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보통 여성들의 모습이 보였어요. 특히 김지영처럼 육아에만 전념하고 있는 서울대 출신 엄마, 연극영화과 출신 엄마를 만나는 장면도 기억에 남아요. 공대 출신 엄마는 수학문제를 풀며 마음을 다스리고, 연기를 전공한 엄마는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면서 전공을 살린다고 말하는데,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여성들도 충분히 자신의 전공이나 능력을 살려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결혼과 육아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 일들이 아직도 많아요. 이게 현실이에요.”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많은 여성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1982년에 태어나 누군가의 딸이고, 누군가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평범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여성이 일상에서 겪는 차별을 세밀하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여성이 학교와 직장에서 받는 성차별과 불평등, 독박육아를 둘러싼 문제점 등 사회구조적인 모순과 연결해 보여주기도 한다. 당진시건강가족지원센터에서 건강가정지원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박송이 씨 또한 최근 이 영화를 보고 ‘폭풍 공감’했다며 감상평을 전했다.

 

“육아하며 정체성 혼란 느끼기도”

박송이 씨(31세·읍내동)는 워킹맘이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회복지사가 되기로 한 그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당진청소년문화의집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3년 후 당진시건강가족지원센터에 입사한 그는 현재 센터 산하의 가족봉사단 관리와 방학 중 돌봄교실 운영 등의 업무를 맡으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6살에 결혼한 송이 씨는 지난해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 다은이를 낳았다. 송이 씨는 다은이를 갖고 1년 3개월 동안 출산 및 육아 휴직을 내고 육아에 전념하다, 지난 4월 복직했다.

 

26살에 결혼을 했네요. 요즘 사회에 비교적 이른 나이인데, 결혼을 일찍 한 이유가 있나요?

“6살 연상의 남편을 만나 연애결혼했어요. 만나면 너무 좋고, 헤어지기 싫어서 결혼을 선택했죠. 부모님과 주변에서는 왜 이렇게 빨리 결혼하냐 묻기도 했지만, 저는 결혼을 빨리 한 것을 후회하진 않아요. 좋은 남편과 결혼해 3년 동안의 신혼생활도 충분히 즐겼고, 알맞은 나이에 예쁜 딸도 낳았으니까요.”

 

출산 및 육아휴직 1년 3개월 만에 복직했죠? 다시 일하니 어떤가요? 

휴직 중에 아이를 돌보면서 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렇게 살다가는 한 아이의 엄마로만 살아가게 될까봐요. 박송이라는 이름을 잃는 느낌이랄까요? 이후 복직해서 회사를 갔는데 너무 설레는 거예요. 내 자리가 있고, 내 이름이 적힌 명찰을 보니 행복했어요.”

 

육아와 일을 같이하기 힘들지 않아요?

“힘들어요. 남편과 살림 및 육아를 함께 하고 있고, 심지어 친정엄마와 시어머니가 번갈아가면서 아이를 돌봐주시는데도 육체적으로 힘들죠. 또 복직을 하면서 15개월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게 됐는데, 아이가  한 달에 두세 번은 아프더라고요. 아이가 아플 때마다 연차를 계속 쓸 수도 없고, 엄마로서 미안했어요. 그래서 계속 직장을 다녀야 하나 생각도 들었어요.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만이라도 육아휴직 기간이 연장되면 좋을 것 같아요.”

 

모든 워킹맘들이 공감할 거 같네요. 이외에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아픈 아이를 데리고 갈 병원이 없다는 거요. 당진에 사는 엄마들은 모두 공감할거에요. 병원 대기시간이 너무 길고, 진료를 잘 보는 병원도 적어요. 그래서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무렵에는 의료나 교육 인프라가 좋은 지역으로 이전하는 가족들이 많아요. 또한 맞벌이 부부는 아이돌봄서비스가 절실한데, 보완돼야 할 점이 많아요. 제 아이의 경우 어린이집 운영이 끝나는 시간보다 한 시간 먼저 하원해 돌봄서비스를 받고 있어요. 하지만 어린이집 운영시간과 중복되는 한 시간은 정부 지원이 안되더라고요. 홍성군에서는 지자체에서 돌봄서비스 이용료를 전액 지원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진시도 지원되면 좋겠습니다. 이밖에 어린이집이 여름, 겨울방학일 때도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것도 아쉬워요. ”

 

“비혼 선택한 청년 많아”

오늘날에는 ‘일단 나부터 잘 살아야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결혼을 미루거나 선택하지 않는 청년들이 많다. 또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좋아하는 청년들은 본인의 의지로 비혼을 선택하기도 한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송이 씨의 친구들만 해도 그렇다.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이 많아요?

“당진의 경우 지역적 특성인지는 몰라도 비교적 이른 나이(20대 초·중반)에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대부분 당진에 있는 친구들은 이미 결혼했거나, 결혼을 앞두고 있어요. 하지만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을 하지 않았어요. 결혼 생각이 없더라고요.”

 

서울에 사는 친구들은 왜 결혼 생각이 없대요?

“취업난, 불안정한 일자리, 비싼 집값 등으로 결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해요. 또 서울에는 문화생활이나 취미활동 등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그동안 즐겼던 개인의 삶을 잃게 되잖아요.”

 

결혼한 선배로서 결혼을 추천하나요?

“저는 추천해요. 결혼하면서 잃은 것도 있지만, 내 가정을 꾸리면서 얻은 것이 더 많아요. 아이의 사소한 행동 하나로 웃게 되고, 아이 하나로 시댁과 친정의 분위기도 달라졌어요.”

 

“여성 채용 기업 많아졌으면”

한편 당진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전형적인 농촌이었던 당진이 이제는 도시의 느낌이 난다며, 살기 좋은 당진시가 돼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송이 씨는 변화하고 있는 당진을 보면서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단다. 하지만 청년으로서, 여성으로서 지역 인프라에 대한 아쉬운 점도 있다고.

“당진에는 여성을 채용하는 기업이 적다는 의견이 많아요. 일자리박람회에도 남성을 채용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라 아쉽더라고요. 또한 지역에서 청년들이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부족해요. 활기찬 당진시가 되려면 청년들이 많이 유입돼야 하는만큼, 이들이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김예나  yena08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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