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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읍면소식
  • 입력 2019.11.16 11:26
  • 수정 2019.11.16 12:17
  • 호수 1280

[창간26주년 특집기획] 지역 구술사와 당진지역의 포구
송산의 시루지, 신평의 마항포구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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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어촌 주민들의 이야기
당진시, 당진지역 포구 문화구술사 연구용역 실시
신평·송산 지역 포구 16개, 40여 명 구술 채록

당진시가 당진의 포구를 중심으로 주민들의 생활문화 변천사를 집대성하는 당진 포구문화 구술사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문헌에 기록되지 않은 당진지역 포구 주민들의 실제 생활상을 기록하는 것이다.

11월 말 완료예정인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주민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있던 당진지역 포구의 옛 모습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본지는 특집 <지역 구술사와 당진지역 포구>를 통해 당진시에서 추진 중인 당진포구문화 구술사 연구용역, 현장을 소개하고 지역의 역사를 기록하는 한 방법으로서 구술사의 의미를 짚어볼 예정이다.

▲ 현재 음섬포구의 부교 선착장

● 연구용역, 현장을 가다 
  
기억 속에만 남아 있는 포구의 옛 모습 기록 
개인사를 통해 지역의 해양문화사 수집  
사라진 곳 포함해 신평·송산의 16개 포구 조사 

지난 10월 25일, 성구미 등대선착장에서 ‘당진포구문화 구술사 연구용역(이하 당진포구 구술연구)’의 일환으로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카메라 앞에 선 구술자는 우동기 씨다. 우 씨는 성구미포구에서 태어나 평생을 성구미 앞바다에서 어업을 해 온 주민이다. 그는 성구미포구가 송산일반산업단지에 포함돼 공원으로 개발되는 바람에 당진시내로 이사를 가게 됐다. 그러나 평생 업으로 삼아온 뱃일은 차마 놓을 수 없어, 여전히 성구미 북항이라 불리는 등대선착장에서 매일 조업을 나가고 있다.

연구진은 카메라와 녹음기를 이용해 우 씨가 평생 살아온 성구미포구에 대한 기억을 기록했다. 이날 구술인터뷰로 19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성구미포구의 생활문화 변천사를 엿볼 수 있었다.

당진포구 구술연구 연구진은 우 씨에게 10대 때 보았던 성구미포구의 풍경부터 낭장망을 이용한 어업 실태, 1980년대를 전후로 성구미포구 근방에서 이뤄진 각종 양식업, 성구미포구의 당제 등에 대해 물었다. 약 두 시간에 걸쳐 구술한 성구미포구에 대한 기억들은 영상물과 함께 구술 자료집에 생생하게 기록될 예정이다.

▲ 성구미포구에 앉아있는 우동기 씨, 포구에 정박한 목선이 인상적이다. (사진제공 : 우동기)

구술면접 대상자만 40여 명 

연구진은 연구 대상지역의 포구별로 오래 거주하고 있거나 거주했던 주민을 찾아 그들의 옛 기억을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포구문화에 대한 구술연구인 만큼, 실제로 어업에 종사한 주민들이 주요 구술면접 대상자로 선정됐다. 연구의 구술면접 대상자는 총 40여 명에 이르며, 참여자 대부분의 연령은 60대에서 90대에 이른다.     

당진시가 올해 첫 시행하는 당진포구 구술연구는 당진시대방송미디어협동조합이 맡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사업대상지역은 신평면과 송산면으로, 현존하는 포구와 더불어 사라진 포구도 포함한다.

연구진은 구술 면접자의 기억을 토대로 하는 연구인 만큼 증언이 가능한 인물의 연령대를 고려해, 지금으로부터 100년 내로 제한했다. 더불어 포구로 통칭되는 포구, 항구, 나루 등을 모두 통틀어 집대성한다는 목표 아래 송산면과 신평면 두 개 지역을 합한 총 16개 포구(항)를 연구 대상지역으로 설정했다.

연구대상지역을 살펴보면, 송산면의 경우 성구미포구, 오섬포구가 대표적인 연구대상이다. 이밖에도 두포, 칠성포, 서원포, 북창포, 은포, 섬돌매, 함박포, 시루지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신평면의 경우 현존하는 음섬포구, 맷돌포구, 깔판포구, 삽교천포구(옛 운정포구 포함)와 함께 실제 기능이 사라진 행담포구와 마항포구에 대한 조사도 진행됐다.

▲ 당진포구 문화구술 연구용역 집단구술 인터뷰 모습

● 구술사 의미와 중요성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의 목소리 ‘구술사’ 
민중의 체험과 기억을 기록한다는데 의미 
지역 향토사 빈 공백 메우는 연구로 주목 

구술사란 개인이 기억하는 과거의 사건과 행위, 그에 대한 해석을 면접과 육성구술을 통해 기록으로 채록하는 사료수집방법이다. 나아가 구술기록을 토대로 과거를 연구하는 역사학 방법론을 의미하기도 한다. 구술사는 주로 문서기록에만 의존하던 전통적인 역사사료의 범위를 일반 대중의 기억으로 전면적으로 확대시킨다. 특히 스스로 문서기록을 남길 수 있는 능력이나 기회를 갖지 못한 민중의 체험과 기억을 역사 담론의 장으로 끌어낸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교육평가 용어사전』 오성철, 2004, 학지사

다시 말해 구술사는 문자로 공식화되지 않은 사건이나 소소한 시민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다. 이러한 작업은 국가의 역사물에 비해 협소한 지역 향토사의 빈 공백을 메워주기 위한 연구 방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예컨대 향토사 관련 서적을 찾아보면 1970년대 성구미포구에 대한 개략적인 규모나 위치 등에 대해서는 알 수 있지만, 당시 성구미에 살던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과 공동체문화 등 지역민들의 삶과 정서까지는 알기 어렵다. 그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갈 수 있는 것이 구술사의 역할이자 의미라 할 수 있다.

 

‘구술사’ 인문사회과학연구의 중요한 영역

국내에 구술사가 소개된 지는 약 30년 정도 됐다. 2000년 이후 구술사 연구는 다양한 기관에서 주목하며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인문사회과학 연구에서 중요한 연구영역으로 여겨지며 근현대사를 다루는 중요한 연구방법으로 다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지역사 연구에서 구술사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의 역사적인 근대현사 사건을 기록하기 위해 실제 현장에서 사건을 경험한 지역주민들이 구술증언자로 나서는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구술사 연구의 특성상 연구 목적에 적합한 인물의 생존, 건강, 이주 등 신변문제로 자료 수집이 어려워질 수 있음을 고려할 때, 그 중요성과 시급성이 강조되기도 한다. 실제로 당진포구 구술연구 연구진들은 일부 포구의 경우 실제 거주했던 주민이 사망했거나 타 지역으로 이주해 연락이 닿지 않아 조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사라져간 포구 기록 

당진지역의 포구 역사만을 놓고 볼 때, 당진 전역에 형성된 포구들이 산업화 과정에서 기능을 잃거나 형태조차 사라지는 상황이 최근 30여 년 사이에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포구의 변화는 지역주민, 개인의 삶 뿐만 아니라 포구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공동체, 나아가 지역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이 같은 포구의 변화에 대한 기록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고작해야 남아있는 기록물은 산업화 과정을 중심으로 한 몇몇 언론보도와 지자체에서 발행한 군지·면지 정도다.

당진포구 구술연구에는 현존하는 포구와 함께 이미 사라진 포구에 대해서도 기록한다. 구술대상자는 산업화 이전과 이후 포구의 변화를 직접 경험한 지역민들이다. 이들의 생애사는 곧 당진의 생생한 현대사이자 해양문화사인 것이다.

연구진은 지역의 산업 발전을 위해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밀려난 주민들, 그들이 일생동안 삶을 일궈 온 포구를 중심으로 형성된 주민 생활문화의 변천사를 기록한다. 특히 해양문화와 관련해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으나, 주민들 사이에서 구전으로 이어져 오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 당진포구문화 구술사 연구용역  

주민 구술인터뷰 통해 당진 포구 생활문화 변천사 기록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작성한 구술사, 항공촬영 포함한 영상물도 제작 
당진포구문화 구술사 연구용역, 11월 말 완료예정 

당진시가 포구를 중심으로 주민들의 생활문화변천사를 집대성한다. 당진시는 <당진포구문화 구술사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포구를 중심으로 주민들의 생활문화 변천사를 조사 연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는 체계적인 역사자료 보존 및 연구 자료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연구용역은 주민들의 구술 인터뷰로 연구 자료를 수집함으로써 문헌에 기록되지 않은 당진 포구 주민들의 실제 생활상을 기록한다는 데에 의미가 크다.

연구 대상지역은 신평면과 송산면에 형성된 포구로 사라진 포구도 포함한다. 이번 연구에는 당진포구의 변천과정 관련 면담, 구술자료 조사·수집, 당진포구 주민 생활문화변천과 특성관련 면담, 구술자료 조사·수집이 이뤄진다.   

 

개인의 기억을 넘어 지역의 역사 기록

연구용역은 실제 포구에 거주했거나 거주하고 있는 주민의 구술 인터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는 문헌이나 공문서 등 기록물로 남지 못한 당진의 지역생활상을 기록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특히 개인의 기억을 넘어서 공저자를 탄생시킴으로써 사회적 인정과 배려, 상호 신뢰를 형성해 지역사회를 성숙시키고 사회문화적 기억을 재구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술 인터뷰 대상자는 포구에 오랫동안 거주한 주민과 대를 이어 포구에서 어업 활동을 해온 어민, 포구가 사라지기 전 거주했던 이주민 등을 포함한다. 특히 마을 노인회를 중심으로 한 집단 인터뷰를 포함하여 당진 해양지역 집단의 기억 및 사회상도 함께 수집하고 있다.

연구용역을 맡은 당진시대방송미디어협동조합은 “지역에 거주하거나 생존하는 주민 중에 1960년대 이전의 포구를 기억하는 주민들이 이주, 사망 등의 이유로 생각보다 많지 않아 연구에 어려움이 있다”며 “그만큼 더 늦기 전에 주민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당진 해양문화와 주민생활문화 변천사를 기록할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당진의 옛 해양문화 연구자료로 활용 

연구용역 결과보고서에는 신평 깔판포구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피난촌의 생활상과 역사, 삽교호방조제 건설 이전의 운정포구와 염전문화, 현대제철소 건설로 인해 현재는 사라진 성구미포구의 옛 주민 생활상, 오섬을 비롯한 송산지역의 작은 포구들에 관한 이야기 등이 실릴 예정이다.

특히 이번 연구용역은 구술 면담 전문과 함께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작성한 ‘주민들이 들려주는 당진 포구 이야기(가칭)’가 제작될 예정이다. 또 구술면접 현장과 포구 환경, 항공 촬영, 관련 자료 등이 포함된 영상물도 제작된다.

당진시는 구전으로만 전해지던 당진의 옛 해양문화에 대한 연구자료를 확보해 당진의 역사, 문화 컨텐츠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글/사진 우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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