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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2 20:44
  • 수정 2019.11.25 17:40
  • 호수 1282

“우리의 꿈은 래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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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해 가는 아이들] 압둘레만(원당중1)·한지성(원당초6) 학생
아버지 빈 자리로 인한 우울감, 랩으로 극복해
“아무리 긴장되도 무대만 오르면 더 뛰고 싶어요”

 

사람들은 저마다 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주어진 상황에 따라 움직이다 보면 내 꿈은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하지만 생각보다 꿈은 작은 것에서 시작되곤 한다. 압둘레만(원당중1, 父 압둘라시드·母 이숀골와 니고다)·한지성(원당초6, 父 한상현·母 김경애) 학생처럼.

아직 어리지만 어느 순간 삶에 감동을 준 ‘랩’에 빠졌고, 꿈을 키우며 현실로 빚어내고 있다. 막연할 수도 있다. 또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래퍼라는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

“사람들의 호응 ‘잘하고 있다’고 들려”
무대 뒤편 한지성 학생이 긴장을 이겨내기 위해 쉬지 않고 가사를 중얼거렸다. 곧 사회자가 두 학생을 소개하고 뒤이어 비트가 나오기 시작하자 긴장했던 두 사람은 사라지고 무대 위에서 랩을 쏟아낸다. 레만 학생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생각하면 부담도 되지만 시작을 알리는 음악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흥이 넘친다”고 말했다.

지성 학생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박수와 갈채, 호응이 ‘너네 잘하고 있어’라는 소리로 들린단다. 그는 “무대에 오르면 더 뛰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두 학생은 학교는 물론이고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와 다른 지역의 대회까지 오가며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어 습득 위해 1200권 책 읽어

레만 학생은 파키스탄에서 온 아버지와 우즈베키스탄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서울과 천안을 거쳐 5살 때 당진에 왔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그의 국적은 아버지를 따라 파키스탄인이지만 파키스탄말을 할 줄 모른다. 대신 한국말로 랩을 할 정도로 우리말 실력이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도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말에 독서를 시작했다. 아버지는 레만이 한국말을 익힐 수 있도록 새벽부터 깨워 책을 건네곤 했다. 그렇게 초등학교 1학년 때 1200여 권의 책을 읽었다.
우울감 랩으로 극복해

뒤에서 묵묵히 도와준 아버지였다. 하지만 지난해 불가피한 일로 아버지가 파키스탄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고작 13살의 나이에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아야 했다. 레만 학생은 “아버지 없이 살 수 있을까 두려웠고 어린 마음에 많이 우울했다”며 “우울감에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때 레만 학생은 우연히 TV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777>에서 슈퍼비라는 래퍼를 보게 됐다. 슈버피가 부른 <슈퍼비와>를 들으며 랩에 매력을 느꼈고, 래퍼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무대에서 랩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불안과 우울함을 랩을 통해 이겨냈다.

“내 가사에 사람들이 어떤 느낌을 받을지 생각하면서 가사를 써요. 제가 쓴 가사로 사람들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힘들었던 시간을 극복한 것처럼요.”

“가사에 제 이야기 담고 싶어요”
한편 지성 학생은 수년 전 우연히 TV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래퍼의 꿈이 시작됐다. 우리나라 역사를 랩으로 만드는 장면을 보고 ‘랩’이란 장르를 처음 접하게 됐다.

그때부터 랩에 흥미를 느꼈지만 부담이 컸다. 당연히 학생이라면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릿속에선 계속 랩이 맴돌았다. 공부할 땐 흥미를 느끼지 못해도 랩 가사를 쓰는 순간은 재미까지 느낄 정도였다. 랩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지성 학생은 본격적으로 래퍼를 꿈꾸며 랩에 빠지기 시작에 나섰다. 지성 학생은 “가사에 내 이야기를 담고 싶었고,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는 랩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든든한 조력자, 부모님
레만과 지성 학생에게는 든든하게 도와주는 조력자들이 있다. 레만 학생의 어머니 이숀골와 니고다 씨는 아들이 공연하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따라간다. 아들을 응원하며 그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긴다. 니고다 씨는 “아들이 무대에 오르는 걸 보면 뿌듯하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손수 남긴 아들의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곤 한다.

레만 학생은 “처음엔 어머니가 영상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웠다”며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를 위한 행동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편 지성 학생의 어머니 김경애 씨는 피아노와 성악을 전공하면서 예술인의 길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기에 래퍼를 꿈꾸는 아들을 보면 애정 어린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아버지 한상현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아들이 오를 수 있는 무대를 찾아다닐 정도로 적극적으로 지성 학생을 돕고 있다.
 
“사람들에게 진 빚 갚고 싶어”
두 학생은 꿈을 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실로 실현하고 았다. 이들은 무대에 오르는 것뿐만 아니라 각자의 앨범 제작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각자 음반을 준비하는 이들은 서로 피처링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 10월부터 시작한 앨범은 12월경 완성될 예정이라고.

한편 래퍼라는 꿈을 꾸고 있지만, 서로가 바라는 래퍼의 모습은 다르다. 지성 학생은 팀이 유명해지는 것이 꿈이다. 또한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음반을 내고,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명해지고 싶단다. 지성 학생은 “랩을 하면 어깨도 올라가고 기대감도 생긴다”며 “꼭 사람들에게 유명한 앨범을 만들어 내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레만 학생은 “유명해지면 좋겠지만, 유명해지지 않아도 상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에게 빚진 것을 갚고 싶다며 어른스럽게 말했다. 몸이 약해 병원 신세를 지기 일쑤였고 그때마다 학교 선생님과 교회에서 도움을 줬단다. 레만 학생은 “나 또한 다른 사람들을 도우며, 사람들에게 진 빚을 갚고 싶다”면서 “모든 사람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야기를 랩에 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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