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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0.01.20 11:11
  • 호수 1290

[의정 칼럼]조상연 당진시의회 총무위원장
갑질 근절을 위한 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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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청 노동자의 감정노동과 인권실태 관련 실태조사 결과 보고 및 토론회’가 지난 15일 진행됐습니다. 저는 이번 당진시청 직원 510명의 감정노동과 인권실태 관련 조사 결과를 보고 놀랐습니다.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의 우울 스트레스 지수와 당진시청 노동자의 지수가 비슷하게 나온 것입니다. 저는 당진시청에서 근무하는 노동자가 이렇게 우울증에 시달릴 정도인 줄 전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직의 적극적인 지지와 보호체계, 조례, 가이드라인 제작·배포, 감정근로자의 업무중단권, 악성민원 또는 고객으로부터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조례와 관련이 있습니다. 국내 37개 지자체에서는 감정노동자 보호 등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아직 당진시는 관련 조례가 없습니다만 당진시의회가 감정노동자 보호 조례안을 담당부서에 보내 의견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당진시 적극행정 운영 조례’와 ‘당진시 적극행정 면책 및 공무원 경고 등 처분에 관한 규정’이 있습니다. 공무원이 적법하게 일을 하다 실수를 하더라도 면책을 해주는 조례입니다. 다른 지자체 조례에는 심의를 통해 부당한 민원이나 소송이라고 판단되면 소속 노동자를 대신해 아예 소송을 대행해 주거나 변호사를 대주는 조항이 있습니다. 당진시 또한 조례와 규정을 개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대민업무, 창구업무는 거의 공무원이 아닌 노동자들이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례가 필요한데 현 조례는 거의 공무원만 보호하는 조례라는 점도 개선돼야 합니다.

조례는 정책의 근거입니다. 그러나 부서가 싫으면 정책을 시행하지 않을 것 아닙니까? 그러나 정책이 있더라도 예산을 세우지 않고 형식적으로 시행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례를 만들기 전에 행정사무감사나 시정질문을 통해 행정부를 설득 또는 견인하고, 공개적으로 공론화를 한 뒤 조례를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이번 6월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당진시 국·과장님에게 엄청난 감정노동(?)을 시킨 다음에 조례를 만들어야겠습니다.

갑질과 감정노동의 문제는 시민과 노동자의 인식 전환이 해결책이지만 제도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갑질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양측에 부여해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양측에 힘을 배분해 갑질을 근절시키는 것은 갈등을 갈등으로 푸는 해법입니다.

시청 민원실 경비노동자는 민원실 문이 8시 30분에 자동으로 잠기고도 밤새 수시로 순찰을 합니다. 며칠 전부터 농민수당을 요구하는 농민들이 민원실 바닥에 이부자리를 깔고 밤을 지새기 시작했습니다. 당진시청에 항의하는 의미도 있고, 아무래도 한겨울 추위에 천막보다는 실내가 6낫기 때문입니다.

저는 경비노동자들을 위로하고 조금만 참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사실 그분들이 직무를 다하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작은 권한의 행사를 농민들을 위해서 잠시 포기해달라고 부탁한 것입니다. 그런데 농민수당 농성장에 갔더니 농민 중 한 분께서 경비가 잠자는데 방해됐다 하시더군요. 또 농민들은 시위용 현수막을 만드느라 보도블록에 페인트가 묻었는데 그것을 당진시 관계자가 불량한 태도로 지적했다고 화를 냈습니다. 그런데 굳이 노동자와 농민이 서로 감정싸움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공무원은 선출직에게, 선출직은 유권자들에게, 유권자는 법의 준수를 요구하는 공무원에게 을이 됩니다. 이렇게 갑과 을은 서로 물고 물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서로를 고객과 종업원으로 위치시키고 싸우는 것은 마치 총을 쏘는 사람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총알과 대적하는 일과 같습니다. 시민은 고객, 노동자는 종업원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고객 만족을 부르짖으면서 모든 관계를 갑과 을로 재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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