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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3 17:48
  • 호수 1291

사요라에서 한수진으로 사는 법
[세상 사는 이야기]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한수진 씨(읍내동‧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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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개업할 꿈 안고 한국행
어시장 2층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근무
한국 온 지 20년 “한국생활 행복해”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서 나고 자란 한수진 씨는 와인사업을 하는 부유한 가정에서 ‘사요라’라는 이름을 갖고 태어났다. 10남매 중 맏딸로 태어난 그는 공부를 잘하는 우등생으로 부모님의 기대를 한가득 받고 자랐다. 든든한 부모님의 후원 덕에 산부인과 의사라는 꿈을 안고 7년 간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다.

수진 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집에서 아기를 낳는다”며 “조카를 비롯해 몇 번 아기가 태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산부인과 의사라는 직업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열심히 공부한 결과 수진 씨는 산부인과 의사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건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싶었고, 이를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했다. 꿈을 위해 수진 씨는 2000년 5월 대한민국을 찾았다.

고려인 할머니…
“한국·우주베키스탄 비슷해”

수진 씨는 처음 방문한 한국이 친근했다고 전했다.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할머니에게 종종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의 할머니는 고려인이다. 할머니는 수진 씨에게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종종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수진 씨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을 가겠다고 했을 때도 유일하게 응원해 준 사람이 할머니였다. 그는 “할머니는 한국인과 결혼하는 것,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을 가장 먼저 축하해 준 사람”이라며 “엄마의 반대가 커서 몰래 한국을 왔던 그 순간에도 할머니는 내 편이 돼주셨다”고 회상했다.

“친절한 한국사람…한국 전도하기도”

서울과 남양주에서 일했던 그는 직장생활을 하다 남편을 만났다. 친절하고 솔직한 남편이 좋았던 그는 연애 후 결혼에 골인했다. 이후 남편의 고향인 당진을 찾았고, 이제는 승수(20), 혜수(13), 은수(11) 세 남매의 엄마가 됐다. 그리고 한국에 온 지 7년 만에 한국 국적을 받았고 사요라라는 이름을 ‘한수진’으로 개명했다.

하지만 수진 씨의 당진살이는 평탄치만은 않았다. 당진에 살면서 세신사, 경락마사지사, 빵가게 직원 등 다양한 업종에서 힘들게 일하기도 했다. 한국말이 서툴고, 아는 이도 없었기에 고향이 그리워 우울증까지 생겼다. 그럴 때마다 서울에 사는 동서가 수진 씨의 엄마가 돼줬다.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곳곳을 구경시켜주면서 수진 씨가 낯선 땅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렇게 외롭고 슬플 때마다 형님에게 의지하며 한국 생활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다. 수진 씨는 “힘들 때도 있었지만 한국에 대한 나쁜 기억은 전혀 없다”며 “한국인들이 친절해 좋았다”고 전했다.

“한국이 너무 좋아서 우즈베키스탄 친구들에게도 한국에 와서 같이 일하자고 편지를 쓰곤 했어요. 덕분에 그 당시 고향 친구들이 한국을 많이 왔죠. 지금은 서울과 부산 등 각 지역에서 잘 살고 있어요.”

제2의 삶…바리스타

현재 그는 어시장 2층에 위치한 카페 투게더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이곳은 당진시다문화가정지원센터(센터장 박선영)에서 운영하는 카페로 다문화인들이 실습도 하고 근무도 하고 있다.

2년 간 당진시청 카페테리아에서 매니저로 일했던 그는 “이전부터 바리스타가 하고 싶었는데 여건 상 배울 수 없었다”며 “우연한 계기로 바리스타 공부를 했고 커피마스터 자격증도 취득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기쁘고 행복하다”며 “기회를 준 센터에 감사하고, 앞으로 펼쳐질 삶을 기대하며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전했다.

“가족들이 응원을 많이 해줘요. 바리스타인 엄마가 멋지대요. 나중에 엄마와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며 아들도 바리스타, 커피마스터 자격증도 취득했어요. 앞으로도 커피 공부를 많이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제가 만든 커피를 맛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모든 다문화인들이 일할 수 있는 다문화 카페를 직접 운영하는 것이 제 꿈이에요.”

>> 한수진 씨는
- 1971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출생
- 2007년 한국 국적 취득
- 현 읍내동 거주
- 현 어시장 2층 카페 투게더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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