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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0.01.23 18:15
  • 호수 1291

[문화 칼럼] 명인이 난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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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자 키아라 꽃차 카페 대표/전 당진시서예인회 사무국장

돌아보면, 꽃차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나는 늘 꽃과 녹차를 덖어 마셨다. 산야초에 관심이 많아 들로, 산으로 많이도 쏘다녔었다. 10여 년 전이니 그때만 해도 공기는 지금보다 맑고 자연환경도 나쁘지 않았다. 강원도나 산골에 가면 꽃이며 약초며 그냥 따서 말리곤 했다. 자연의 품이 정말 좋았다.

자연의 품속에서 왜 그렇게 배우고 싶은 것이 많았는지……. 꽃차와 약선차를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그후에도 진정한 차 마이스터가 되기 위해 늘 연구하고 배우고자 했다. 경기도로 강의 다닐 때는 수강생들과 함께 산과 들을 다니며 노방덩굴, 산국을 채취하며 현장에 있는 꽃들로 공부했다. 지금은 우연한 기회로 꽃차를 주메뉴로 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꽃차 카페를 운영하면서 배워도 배워도 늘 부족함을 느끼던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선생님 OO협회 인데요.”

마치 나를 아주 잘아는 듯이 말을 한다. 전화의 결론인즉 내가 꽃차, 약선차 명인이란다. 그런데 명인증이 없으니 자기네 협회로 오고 일정 금액을 내면 명인증을 발급해주겠다는 것이다. 선생님 같은 분이 명인을 안 받으면 누가 받겠느냐며 나를 한층 치켜세운다.

지난번 일이 떠올랐다. 어느 날 아산을 갔던 때, 시의원에 출마했고, 아산에서 시 낭송을 하는 분-그 분도 명인이다. 나보고 시낭송 한 지 10년이 넘었으니 시 낭송 명인을 받으라며, 몇백 명 있는 단톡방을 보여주면서 “들어오세요”라며 추천하는 것을 “아휴, 무슨 말씀이세요”하며 손사래 친 적이 있었다.

생각을 멈추고, “나는 아직 명인이 아닙니다”하고 전화를 끊고 그 협회에 들어가 봤다. 세상에나 무슨 명인이 이렇게 많단 말인가! 치킨 명인, 경마 명인, 약초 명인, 고추장 명인, 수맥 풍수지리 명인, 시 낭송 명인, 웃음치료 명인, 동치미 명인 등등. 대한민국에는 명인들만 있는가 보다. 문득 지난번 전화했던 제자의 말이 떠오른다. 제자는 “선생님! 저 명인 됐어요”라며 자랑하길래 “그래, 축하해. 그럼 나는 명인을 가르친 스승이네”하며 웃어넘겼었는데….

지금 여러 언론매체에서 ‘OO명인’이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명인’의 뜻을 검색해봤다. 명인이라 하면 ‘한 분야에서 기예가 뛰어난 사람이나 최고의 경지에 다다른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명인은 어떠한가. 공신력 있는 기관도 아닌 사단법인 협회에서 명인을 남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돈으로 명인을 산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명인은 강사료도 더 비싸고 명인이라 하면 높게 평가하는 게 현실이다. 과연 그들이 진정한 명인일까? 내가 잘 아는 꽃차 선생님도 어느 강의에나 명인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서 강의료가 비싼 것을 봤다. 건방진 이야기로 내가 보기에는 절대 명인이 아닌데….

며칠 뒤 생각해봤냐며 OO협회에서 전화가 다시 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는 명인이 되려면 아직 멀었네요”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으면서 씁쓸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냥 내가 명인이라 하면 누가 뭐라 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자기 자신에게는 솔직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자기 PR시대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을 하지만, 가르쳐준 선생도 부족함을 느끼며 늘 공부하고 배움하고 있는데 얼마 되지 않은 제자가 명인이라. 참 아이러니하다.

참고로 어느 김치 명인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 김치 명인은 레시피도 100% 공개하지 않는다. 한 두 가지는 꼭 남겨두고 다음 수업을 이야기한다. 수백만 원의 수업료를 지불하고 다음 수업을 신청해야만 알 수 있게 만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하지 말라고 다짐을 받는다.
2020년에는 명인들이 진정한 명인이 되도록, 베푸는 마음이 넉넉하고 늘 공부하는 명인들이 되기를 바라며 부족한 글을 끝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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