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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0.02.03 10:55
  • 수정 2020.02.04 20:48
  • 호수 1292

[칼럼]둥근 달에 담은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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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하 연호시문학회장

설날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어려서부터 불러온 동요다. 우리나라 최대 명절 설은 어른이나 아이들에게 무척 설레게 한다. 설 풍경을 그려보라 한다면 일가친척들이 다 모이고, 며느리는 집안의 안녕을 마음속으로 빌며 부엌에서 음식을 장만하느라 부산하고, 부모님은 설빔이라 해 자녀에게 새 옷을 사주곤 했다. 아이들은 왁자지껄 동네 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리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덕담과 함께 세뱃돈을 손에 쥐여 주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가친척들도 몇 안 되고 혼사 사는 사람들도 많아지면서 고향을 찾는 이들이 점점 줄고 있다. 설 연휴를 이용해 외국으로 여행을 가기도 한다. 물론 요즘 아이들은 설빔이란 말도 잘 모를 것이다. 지금이야 이웃끼리 얼굴도 모르고 지내는 것이 허다하지만 예전에는 명절이 돌아오면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울타리 넘어 조금 먼 거리라 해도 서로 나눠 먹곤 했다. 이웃들과 따듯한 마음과 정이 오가며 살았었다. 그러나 요즘엔 나도 나이를 먹어서일까. 설이 돌아오면 겁부터 나기 시작한다.

설을 준비하고 명절을 끝마칠 때까지 고단한 일정을 생각해보면 남자들은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설 차례상 놓는 게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며느리들은 며칠 전부터 부엌에서 하루종일 일한다는 것이다. 종일 일하느라 힘들지만 여행은 꿈도 못 꾸는 여성들도 많다. 손아래 동서들이 좀 늦게 올라치면 속으로 그러려니 하다가도 슬그머니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제법 매서워진다.

그러다가도 복닥복닥 모여 “차 막히는 오느라 수고했다”고 말 한마디 던지며 마음을 풀어본다. 조상을 위하고 가족이 오랜만에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는 명절 설. 조상의 얼을 따라 마음에 부모님 섬김과 사람 간의 도리, 인의예지신을 먼저 담아두면 명절이 돌아와도 힘들지 않을 것 같다.

정월 대보름

정월 대보름 속담 중에 ‘설은 나가 쇄도 보름은 집에서 쇄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

객지에 나가 있어 부득이하게 설에 집에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보름에는 꼭 돌아와야 한다는 말이다. 가족 품으로 돌아와 기력을 보충하고 담소를 나누며 집안의 앞날을 함께 걱정하고 계획하며 마음을 평화롭게 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보름이면 영양이 듬뿍 담긴 오곡밥과 5가지 나물을 먹는다. 밤이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구멍을 숭숭 뚫은 깡통에 자잘한 나무를 넣고 불을 지펴 멀리 휙 던지면 동그란 형태의 불꽃이 만들어진다.

쥐불놀이를 하다 어머니가 오곡밥을 시루 채 장독에 가져다 놓으면 아이들이 몰래 훔쳐 먹고 싸가기도 했는데, 돌이켜보면 어머니는 다 알고 어렵게 사는 이웃을 위한 배려를 했던 것 같다. 보름날에는 더위를 사고 파는 풍습도 있었다. 한 해의 여름 더위를 팔아 시원하게 건강히 지낸다 하여 보름날 아침 제일 먼저 일어나 “내 더위”를 외치며 서로 더위를 팔고 사가기도 했다.

많은 풍습들이 사라져 가고 있지만 현재까지 이어가는 풍습 중 하나가 달집태우기다. 하늘로 솟아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며 한 해 동안 좋은 일들이 생기게 해달라고, 가족들의 건강을 두 손을 모아 빈다.

오는 8일이면 정월 대보름이다. 소원을 비는 정월 대보름, 달의 기운을 받아 삶을 일궈가는 곳곳에 건강과 행복이 넘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둥근 달에 간절히 소망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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