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3-28 10:44 (목)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이 담긴 봉투

정이 담긴 봉투

우리지역 어느 단체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청첩장 안보내기 운동'을 펼쳐왔다. '상호 품앗이'라는 인식팽배로 호응은 크지 않았지만 이 조직 안에서는 지금이라도 이런 분위기가 뚜렷하다. 일면식만 있어도 계절에 상관없이 정신없게 날아드는 청첩장 공해를 줄여 보자는 게 이 운동이 전개된 동기이다.
여유없이 빠듯한 직장인이나 농민들은 몇장씩 겹쳐서 배달되는 청첩장이 공포의 대상이 되고, 아예 세금고지서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에 못살겠다는 말이 저절로 나와 사회문제가 안될 수 없다.
고래로 어려운 살림에 애경사를 당했을 때 가까운 이웃이나 친지들이 힘을 보태주던 경조금은 우리민족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좋은 풍속으로 인정되는 건 가까운 사이끼리의 도움으로 큰 일을 치르는데 있어서 비용충당 범위일 때의 얘기다. 그게 아닌 인맥관계에 눈도장 찍기나 얼굴만 아는 곳에 앞뒤 안가리고 알림장을 남발하여 한몫 챙기려다 보니 예서 제서 아우성이 터진다.
그런데 폐해인 줄 모두가 알면서도 근절되지 않는 것은 수십년간 온갖 곳을 다 인사해 왔는데 이제는 내차례라는 ‘나’ 중심의 사고가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언제 하더라도 해야 될 시정사항이라면 바로잡아야 한다.
마침 정부는 고급옷 로비의혹사건을 계기로 공직사회부터 칼을 대고 나섰다. 하지만 문제도 많다. 우선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형평성 시비도 있고, 성실한 공복을 부정한 자로 보게 되는 시각도 편하지 않다. 더구나 방명록도 못쓰게 하고 최소한의 인정마저 규정으로 차단하는 처사는 옳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큰 흐름을 잡기 위해선 세세한 곳까지 모두 살필 수 없다.
어쨌든 상층부의 물이 맑아지면 아래도 맑게 되고 결국은 일반주민에게 파급되는 날도 반드시 오게 된다. 바로 그날이 작은 힘을 서로 모아주는 우리 고유전통의 미풍양속을 찾는 날일 것이다. 아주 가까운 사람끼리 모여 기뻐해주고 위로도 하는.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