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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18 13:5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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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향한 여든 노인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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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나를 돌봤던 것처럼…이제는 내가 할 차례
인생 써 내려간 시 엮어 두 번째 시집 <노을> 발간

석문면 교로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다, 사업하는 아버지를 따라 인천에서 자랐다. 경희대학교의 전신인 신흥대에 입학했다. 기계체조를 했던 나는 건강만큼은 자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사고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인천에서 꽤 잘나가던 재생타이어 공장을 운영했는데, 생산라인에서 부품이 튕겨져나와 머리에 떨어졌다고. 지금도 이마 한쪽이 함몰돼 있다. 다행히 가까스로 살아났지만, 9년 만에 후유증으로 길에서 쓰러져버렸다. 병명도 없었다. 하릴없이 경기도 이천에 거처를 마련하고 요양을 하면서 끄적끄적 낙서를 하기 시작한 게 어느덧 두 번째 시집 <노을>을 내기에 이르렀다. 

▲ 지난 2014년 아내와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설 명절을 앞두고 고향에 내려왔다. 섣달 그믐날 신례원까지 기차를 타고 와서, 버스로 갈아타고 고향집이 있는 교로리까지 가는데 하루 종일이 걸렸다. 집안 어른들은 설 명절을 쇠고, 선을 보고 가라고 밤새 나를 설득했다. 

정월 초 이튿날, 어머니와 함께 교로리에서 버스를 타고 삼봉으로 나와 버스를 갈아타고, 정미면 천의로 가서, 대호지면 두산리까지 어렵게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간 어느 집에 한 처녀가 밥상을 들고 나오는데, 까만 치마 아랫단에 하얀 천을 덧대 입고 있었다. 당시엔 아궁이에 불을 때다 치마를 태우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그 처녀와 웃방에서 맞선을 봤다. 그런데 전혀 단장하지도 않고 그 모습 그대로 들어온 것이다. “됐다!” 나는 생각했다. 꾸밈 없는 모습이 거짓 없이 참되 보였다. 게다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었던 점, 그리고 붓으로 집 주소를 한문으로 써서 주는 모습을 보고 ‘이 사람이다’ 싶었다. 

그렇게 아내(김순희)와 결혼을 했다. 아내는 내가 죽을 고비를 넘기며 아팠을 때 정성을 다해 간호하고 나를 돌봤다. 거기에 3명의 자식까지 돌보면서 내가 운영하던 사업체까지 도맡아 일했다. 아내 덕분에 내가 지금까지 살 수 있었다. 

그러던 아내가 2년 전부터 크게 아프기 시작했다. 거동하기도 힘들었다. 그런 아내에게 이제는 내가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 아침 밥을 짓고, 따뜻한 차를 끓여 내준다. 매 끼니를 직접 챙기면서 나름대로 성심껏 아내를 보살피고 있다. 사람들은 요양보호사를 쓰라고 권유하기도 했지만, 거절했다. 아내가 아픈 나를 돌봤던 것처럼, 이제는 내가 아내를 돌볼 차례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건강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지금은 많이 호전된 상태다. 아내의 건강이 회복돼 같이 산책하고, 산에도 가고 싶다. 

▲ 새마을문고에서 활동하면서 국민독서경진대회에 참여해 상도 받았다.

<글을 쓰는 이유> 

학창시절에 운동을 열심히 했을 뿐 국어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몸이 아프고, 이천에서 요양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글로 표현해보기 시작해 느지막이 글을 쓰며 노년을 보내고 있다. 하루가 길고 심심해 매일 조금씩 끄적대던 낙서가 어느덧 시집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쌓였다.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솜씨는 아니지만, 그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바로 나의 이야기, 내 마음을 담은 글이, 나를 치유했다. 

지난 2017년 여든을 맞이하며 첫 번째 시집 <심심해서>를 냈고, 최근에 두 번째 시집 <노을>이 나왔다. 삶 속에서 경험한 것들이 글감이 되는데, 아내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어렵고 힘든 시절을 함께 버텨준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글로 옮기곤 했다.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쓴다. 글을 쓰면서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쓸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쓰고 싶다.  

유윤근 씨는…
-1938년 석문면 교로리 출생 
-삼봉초, 인천 송도중·고등학교 졸업
-고대면 당진포1리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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