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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일반신문 ‘계도지’ 없어지는데
농축산 ‘계도지’ 왜 중단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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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상 충남지역언론연합 기자

30억 원, 충남도와 도내 15개 시·군청이 농업 관련 7개 신문사에 매년 대납해 주는 신문 구독료 액수다. 올해 예산안을 기준으로 30억 원을 어느 신문사가 얼마씩 받아 가는지 일일이 셈을 해보았다.

<한국농어민신문> 10억3600여만 원, (1만2340부) <농축유통신문> 8억4700여만 원(1만864부), <농정신문> 2억6000여만 원(4338부), <농수축산신문> 1억2900만 원(1072부), <충남농어민신문> 3300만 원(562부). 여기까지 구독료가 24억2600여만 원이다. 여기에 더해 <임업신문> 1억9000여만 원(2690부), <쌀전업농신문>(1305부)과 <전업농신문>(500부) 1억3000여만 원이 추가된다. 모두 주간 또는 격주로 발행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잡지 구독료 8500여만 원(1만 부)도 대납한다. <월간 친환경>이라는 잡지다. 농특산물 TV 홈쇼핑비(5400만 원)도 지원한다.

누구의 신문 구독료를 대납한 걸까?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은 농업경영인연합회 회원이거나 쌀전업농, 산림주, 임업 후계자들이다. 이들에게 농업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란다. 지원 근거 법률은 뭘까? 충남도와 시군 관계자는 “‘농업경영 안전 및 식품안전기본법 39조’와 관련 조례에 따라 구독료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법 조항을 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업경영체가 경영 혁신을 통하여 소득을 높일 수 있도록 정보 제공 등에 필요한 정책을 세우고 시행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정보가 필요하면 농업 후계자 등 해당 농민들이 직접 구독하면 된다. 후계 농민들이나 산림주들이 신문 대금을 내지 못할 만큼 어려운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굳이 구독료 지원을 해야 한다면 후계농이나 산림주가 아닌 영세농에게 지원하는 게 옳다. 또 해당 신문기사는 구독하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다. 실제 관련 연구자료를 보면 농업민 대부분은 TV나 인터넷을 통해 농업정보를 얻고 있다.

충남도와 시·군청이 지원하는 관련 신문 구독자는 4만3600여 명에 이른다. 그만큼 중복 구독자가 많다는 얘기다. 기자가 직접 몇 사람을 확인한 결과 한 집에 2~3부, 많게는 4부 이상이 들어오는 곳도 있었다. 중복지원이다. 이러다 보니 펴보지도 않고 버려지는 신문도 많다.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신문 구독료가 아니더라도 관련 농업단체에 상담, 교육 등 정보제공은 물론 소득 보조를 위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방정부는 왜 구독료 지원을 수십 년째 끊지 않는 걸까. 한국농어민신문은 (사)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와 (사)한국농축산업유통연구원이 공동출자, 설립했다. 회원인 후계 농업인들도 주주 자격으로 신문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임업신문>은 충남도가 지난 2012년 전국 자치단체 처음으로 세금으로 구독료를 지원한 신문이다. 임업 후계자들도 <임업신문>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농축유통신문>은 애초 국내 종묘회사인 흥농종묘가 운영하다 1997년 이후 계열 분리된 회사다.

구독료 일부가 다시 해당 농업인 단체 운영에 쓰이는 구조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신문사가 농민단체나 농촌지도자회 등과 사실상 구독료를 나눠 먹는 형태”라며 “그러다 보니 국회의원은 물론 지방의원에까지 찾아가 구독료 예산을 확대해 달라고 로비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예산이 줄거나 중단되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불편한 속사정이다. 이런 사정을 아는 또 다른 농업인단체들은 비슷한 유형의 신문을 만들고 자치단체에 구독료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한 방법은 많다. 도와 시·군이 정치권과 농민단체, 신문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실효성 여부를 점검해 지원 여부를 재평가하면 된다. 신문을 받아 보고 있는 농민들에게 한 부당 월 3000원 정도(50%)를 자부담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만 해도 꼭 필요한 농민만 신문을 구독해 저절로 예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계도지’가 있다. 박정희 정권이 1970년대부터 정부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통·반장 등에게 공짜로 나눠주던 신문을 지칭한다. 지금은 '관언유착’을 대표하는 용어로 꼽히고 있다. 아직도 ‘계도지’를 유지하고 있는 자치단체가 있지만, 대부분은 관련 예산을 없앴다. 신문사들이 스스로 ‘계도지’를 받지 않겠다는 선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찬가지로 신문사와 농업인단체 스스로 더는 세금으로 구독료를 받지 않겠다는 선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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