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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 입력 2020.02.07 20:21
  • 호수 1293

이근배 문학관 건립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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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문학적 재능·성과 … 문학 발전에 기여”
반 “친일파 백선엽·서정주 찬양 행적 비판”

송산면 삼월리 출신의 이근배 시인을 주제로 한 문학관 건립이 논의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시인은 문단 최초로 신춘문예 5관왕을 수상하는 등 문학적 재능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되는 반면, 친일파로 분류된 백선엽에 대한 헌시를 쓰는 등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찬양한 행적에 대해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송산면 삼월리 고향에 추진

최근 송산면에서는 삼월리 회화나무 일대 정비사업과 연계한 (가칭)이근배 문학관 건립을 논의했다. 남상경 송산면 부면장은 “송산면 삼월리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회화나무가 있다”면서 “회화나무 정비사업을 계획하던 중 이곳이 고향인 이근배 시인의 문학관을 건립, 관광자원화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당진시 각 부서별 추진업무가 담긴 확대간부회의 자료에도 송산면 2월 주요업무 계획으로 ‘문학관 건립을 위한 전문가 자문 실시’가 포함돼 있다.

 

“친일인사 찬양 행적 있어”

그러나 지역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근배 시인이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찬양하는 글을 쓰고, 친일인사 관련 기념사업회 등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파주 임진각에 세운 6.25전쟁참전기념비에는 이근배 시인이 쓴 <자유여, 영원한 호국의 횃불이여>라는 시가 새겨져 있다. 이 시를 통해 이 시인은 “구국의 명장 백선엽 장군이 세운 무공이 겨레의 내일을 밝히고 있다”며 백선엽을 찬양하고 있다.

하지만 백선엽은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독립군을 소탕하기 위해 창설된 간도특설대에 복무해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가 공개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됐다. 백 씨는 일제에 부역하다 해방을 맞은 뒤에는 한국군 장교로 부임, 미군정이 세운 군사영어학교를 졸업한 뒤 육군 중위로 임관, 한국전쟁에 참전해 전투를 지휘했으며, 육군참모총장까지 지냈다. 박정희 정권에서는 주캐나다 대사, 교통부 장관 한국종합화학 사장 등 정부와 재계에서 요직을 맡았으며, 현재 101세의 나이로 생존해 있는 인물이다.

또한 이근배 시인은 역시 친일파로 분류되는 서정주 기념사업회 발기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미당 서정주는 일제강점기 창씨개명한 이름으로 친일작품을 발표, 일제의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가미카제특공대에 투입된 조선인 청년을 미화한 <마쓰이 오장 송가>를 쓰는 등 친일행적으로 비판받아 왔다. 서정주 또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인물로, 이근배 시인은 서라벌예대 재학 시절 서정주에게 시를 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시민단체 반발

백선엽과 서정주 등을 칭송한 이근배 시인의 이같은 행적이 알려지면서 지역 시민단체들은 이근배 문학관 건립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광희 민족문제연구소 당진시지회장은 “친일파를 찬양하는 사람에 대해 문학관을 세우고 지자체가 나서 기념하는 것은 일사늑약에 찬성하는 것과 같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김학로 당진역사문화연구소장 또한 “이근배 시인은 정권과 권력에 아부한 사람들을 칭송한 돈과 권력을 좇는 해바라기 문학가”라며 “몰역사적인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제에 대해 저항시를 쓴 항일문학운동가 심훈 선생의 기념관이 있는 당진의 지역 상황에도 이근배 문학관은 전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차준국 당진시참여연대 부회장은 “친일행적이 명확하고 군사 정권에 빌붙은 사람들을 찬양한 인물에 대해 당진시 예산으로 그를 기념할 문학관을 건립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만약 문학관 건립 계획이 구체화 된다면 반대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근배 문학관 논의가 잠잠했던 이근배 시인의 과거 행적에 대해 밝히는 계기가 되고 있다”면서 “‘천재시인’이라며 이근배 시인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오히려 이 시인을 곤란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불어 현재 생존하는 문학인에 대한 문학관 건립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재형 당진문화연대 회장은 “백선엽 찬양 논란은 물론, 아직 문학적 평가가 완성되지 않은 생존작가의 문학관을 짓는 것은 해당 작가에 대한 문학적 평가를 왜곡시킬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장섭 한국문인협회 당진지부장은 “지역 문인이나 예술인들을 위한 회관 조차 없는 상황에서 한 개인을 위한 문학관이 건립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학적 성과 인정해야”

그러나 송산면 주민 등 일각에서는 문학관 건립을 통한 관광자원화 등을 기대하고 있다. 최충균 송산면주민자치위원장은 “전국적인 시인의 문학관이 지역에 건립된다면 좋은 일”이라고 말했으며, 김명회 당진시의원은 “지역의 여러 의견들을 들어봐야 하겠지만, 문학관이 건립돼 이근배 시인이 당진지역의 문학 발전을 위해 힘써준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역의 원로시인인 남상원 시인 또한 “20대 초반 다수의 신춘문예에 당선돼 문학성을 인정받아왔고, 현재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그 업적을 보면 문학관이 생길 만하다”면서 “지역에 이근배 시인의 문학관이 건립된다면 그 의미와 뜻은 충분히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논란에 대해 당진시 문화관광과 김낙기 문화정책팀장은 “문학관 건립이 결정된 사안은 아니다”라며 “별도로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작품 검증과 문학관 건립에 대해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지 등 종합적인 검토가 이뤄진 다음에야 건립 여부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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