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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0.02.17 17:07
  • 호수 1294

[문화칼럼] 윤리적 문화소비와 공정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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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옥배 당진문화재단 사무처장/문예의전당 관장

예술가에 있어 문화예술의 창작활동은 경제활동에 속한다. 다른 경제적 활동이 없이 오직 예술만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전업 예술가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경제활동인 창작활동이 현실은 비경제적인 활동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것은 예술창작 활동이 경제적 수입으로 연결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경영학자는 예술인은 그들의 가치관으로 인하여 가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예술인은 경제적 여유가 발생하면 자신의 생활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예술 활동에 재투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술가로서 좀 더 높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는 단순히 타인과의 경쟁을 넘어 자기 자신과의 예술적 싸움에서 이겨내려는 것이다.

예술가의 경제적 수입으로 연결되지 않는 창작활동은 그 다음의 창작활동을 위축시킨다. 앞선 창작활동의 경제적 수입이 다음 창작활동의 경제적 밑받침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창작활동의 순환고리가 끊기고, 문화생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럼 왜 그러한 현상이 발생하는가?

공연을 예로 살펴보자. 공연작품을 제작하고 무대에 올렸을 때, 공연수입을 좌우하는 것은 티켓 수입이다. 티켓이 정상적으로 팔려야 하는데 그렇치 못하여 공연제작비가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물론 공연의 질이나 기획력이 떨어져 관객이 찾지 않는 경우는 여기에서 논외로 하자. 문제가 되는 것은 정상적인 공연인데, 정상가격의 티켓이 비싸다고 생각하거나 초대권이나 할인권을 찾는 관객의 문제이다. 마케팅 티켓을 제외하고 초대권 문화는 공연단체의 창작 순환고리를 끊어버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투입된 공연 제작비용이 있는데, 이를 비싸다고 공연을 찾지 않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공정무역’(fair trade)이란 용어가 있다. 상품에 대해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자는 경제적 사회운동이다. 개발도상국의 노동력이 자본주의 시장체제에 의해 제품생산 비용을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수준에 이르자, 제품 구매에 있어 노동력에 값하는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자는 윤리적 소비운동이다. 공정무역은 생산자와 기업 간 경제적 불균형을 없애 생산자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무역방식이다.

필자는 공정무역처럼 공연계의 ‘공정티켓’이 필요성을 생각한다. 공연창작비용을 정당하게 치르자는 것이다. 초대권과 할인권을 지양하고, 티켓이 비싸다는 인식보다는 정당한 티켓 값인가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그동안 공정여행, 공정커피 등 공정소비가 확대되었지만, 예술계의 공정소비는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예술가가 공연을 개최했을 경우 티켓을 초대권으로 하거나 정상 가격의 티켓 가격으로 매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애호가들이 공연준비에 투입된 비용만큼의 정상가격 티켓을 비싸다고 외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무역’처럼 ‘공정티켓’이 필요하다. 곧 예술활동이 경제적 활동임을 인정하는 애호가들의 인식전환이 요구된다.

문화생태계의 구축은 예술인에 대한 단편적 지원이 아닌 예술인이라는 직업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의 한 분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사회적ㆍ경제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예술 활동만을 통한 경제적 보상이 최소한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다른 방식의 수입활동에 의존하고 있다면 그것은 정상적인 직업 집단이라 할 수 없다.

공정티켓은 공연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안 중의 하나이다. 공정티켓은 예술단체로 하여금 안정적이고 질 높은 작품을 만들게 한다. 문화시장의 활성화, 지속가능한 문화생태계 구축은 예술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문화소비자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공정티켓은 문화메세나(문화후원)와 함께 문화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윤리적 문화소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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