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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0.03.02 16:49
  • 호수 1296

[독자의 글]유은희 당진중앙성결교회 집사
아버지와의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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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깔린 아침 시간, 아버지와의 동행이 시작한다. 현관문을 열고 나서며 어둠 속을 헤쳐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어젯밤에 진눈깨비가 왔는지 조금은 미끄럽고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만든다.

후두둑, 후두둑 밤새 들에 내려와 먹이를 찾던 짐승이 내려왔다 올라가는 소리인가 아니면 새들이 짝을 지어 나무에서 내려오는 소리인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멀리 동쪽 하늘엔 태양이 떠오르려고 붉은 구름 떼가 밀려오고 미세먼지로 인한 안개같은 것이 뿌옇게 앞을 가린다. 집에서 나올 때 마스크와 모자, 선글라스까지 완전 무장하고 나오니 다행이다. 아버지는 오른쪽, 나는 왼쪽 둘이서 아무 말 없이 걷는다.

가끔씩 흥얼거리는 나의 노랫소리, 아버지의 기침 소리와 반복되는 조그마한 말씨. 함께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룬다. 오른쪽 시냇가에선 졸졸졸 물 흘러가는 소리가 들리고 우리는 마냥 한없이 걷는다. 멀리 가로등이 하나씩 꺼지고 집 창가엔 불이 켜진다. 여기저기 어둠을 뚫고 운동을 나온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안녕하세요? 또 만나네요. 가십시오”라는 말이 이제는 친근감 있게 들린다. 언덕을 오를 때엔 구령에 맞춰 걷기도 하고, 30분 정도 걷다 보면 동네 한 바퀴가 된다.

공장에 가는 트럭 소리, 흙과 두엄 나르는 덤프트럭 소리, 목욕가는 누구네 자가용이 앞을 가린다. 몸에는 더운 열기가 피어오르고 집에 다다를 땐 아침 식사가 그립다. 운동하고 먹는 밥맛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아침 시간을 이용해서 걷기 운동하는 것이 너무 좋다. 이렇게 아버지와 나는 지금 10년이 넘는 운동을 해오고 있다. 아버지는 항상 깔끔하고 자기관리를 잘한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 96세여도 동네 사람들은 아버지를 70대 정도로 보인다고 말한다.

공자가 말하기를 “사람의 모든 행실 중에 가장 으뜸이 되는 것이 효도”라 하였다. 아버지에게 옷을 사드리는 등 물질적인 요소가 효가 될 수 없다. 평소에 거처할 때는 공경하는 마음을 다하고, 음식을 드릴 때는 즐겁게 드시도록 하고, 병이 났을 때는 근심스러운 얼굴로 간호하라고 했다.

얼마 남지 여생, 아버지를 잘 모시고 서로 배려하면서 살면 더없는 행복이 아닐까? 오늘도 아버지께서 노인복지관을 가신다면서 향수를 뿌리고 아끼는 모자를 쓰고 외출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5년이 지나고, 내가 뒷바라지 하니 아버지는 네가 있어 더없이 좋다며 마음을 표현하신다. 항상 깨끗한 방을 유지하고, 이발하며 몸을 단정히 하고, 아침에는 나와 함께 운동하는 아버지를 보면 배울 점도 많고 느끼는 바도 크다.

도서관에서 당진과 관련된 역사책을 보면서 내가 살고 있는 당진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당진도 많이 발전했다. 신문을 통해서 노인 복지, 청소년 복지 등을 위한 당진시의 정책과 각종 사례들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걷기 운동, 체조 등 지역 곳곳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여러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아버지와 나는 운동하는 데 불편함 없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교회 목사님이 말씀하길, 가정 다음에 교회라고 했다. 가정이 편안해야 무슨 일을 잘되고 편안하다는 뜻이다. 아버지가 이렇게 10년만 더 사시기를 기도한다. 아버지의 존재로 가정이 편안해지니, 아버지와 함께 계속 동행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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