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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세미나

희한한 세미나

얼마전 서울 모처에서 성공적인 준법운동을 위한 세미나가 있었다. 그런데 주제발표자를 비롯한 몇몇을 제외하곤 참석자 거의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앉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준법운동은 새천년 첫해 연초부터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얼마나 법을 안지키면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그런 운동까지 벌이는지 알 만하다. 하지만 껍질 한겹만 벗겨 보면 정말 기막힌 일이다.
세미나 참석자들의 얼굴에 나타난 바와 같이 맥도 모르고 침통만 흔드는 격이다. 정부가 엉뚱하게 처방하고 있다는 얘기다. 법이란 모두가 지켜보자고 만들었다. 안지킬 법은 필요가 없다. 그리고 안지키는 사람에게는 그에 따른 응분의 조치를 한다. 그것이 모두가 편안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방책이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 탈법이 왜 생길까. 법을 안지키는 이유는 간단하다. 법의 집행을 잘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법자에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한다면 적어도 지금같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정부당국자들은 내심 싱가포르 수준의 시민을 원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 나라가 하루아침에 그냥 그렇게 된 게 아니다. 2년전 싱가포르에 체류하던 한 미국인이 법을 어겼다. 그래서 수십대의 태형으로 형량이 확정되었는데 힘센 미국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어김없이 형이 집행되었다.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 같으면 벌금형이나 구류 며칠로 끝냈을 일이었다.
유전무죄, 유권무죄현상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권력과 돈이 있는 자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인데도 없는 이들에겐 큰 죄가 되는 일이 하나 둘이 아닌 이상 이 사회가 바로 서기는 요원하다.
큰 사람들은 큰 죄를 짓고 대로를 활보하지만 작은 사람들은 작은 죄를 짓고도 벌벌 떤다. 또한 가게에서 돈 몇만원 훔친 사람과 수십명의 재산을 송두리째 물말아 먹은 경제사범의 형량이 엇비슷하다면 도대체 어느 누가 힘들게 일하고 법을 지키려 할까. 큼지막하게 대박 한번 터뜨리고 잠깐 다녀온다는 심성이 그저 생기는 게 아니다.
우리 정도의 문화와 경제수준에 있는 나라 앞에서 고개도 못들 일이다. 이미 만들어 놓은 법을 정부가 집행만 분명히 하면 준법운동은 필요가 없다. 문제의 해결은 아주 간단한 곳에 있다. 그보다 더 어려운 일도 해온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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