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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으로 추억속으로]
박인규 전 우강면개발위원장
어느 집 추녀 밑에서 선 본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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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규 전 우강면개발위원장
-1954년 송악읍 도원리 출생
-송악초·송악중
  합덕농고(현 합덕제철고) 졸업
-전 우강면 세류2리 이장
-전 우강면이장협의회장
-전 우강면개발위원장
-전 우강면주민자치 위원

<첫 번째 추억사진>
여전히 그리운 내 동생

우강에서 일평생을 살았지만, 태어난 곳은 송악읍 도원리다. 중학교 3학년이었던 1970년도에 우강면 세류리로 이사왔다. 다니던 송악중학교를 졸업하기 위해 1년 동안은 큰아버지 댁에서 살면서 통학했다. 현재 살고 있는 곳이 당시 이사 왔던 바로 그 터다. 이 사진은 이사 직후 6남매(명규·인규·명숙·천규·명자·정규)가 함께 집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내 바로 아래 동생인 명숙은 사고로 일찍 운명을 달리했다. 아직도 동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이 사진을 자주 보지 못한다. 막내 정규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동생이 대학생이었던 시절 아내(이재연)가 도시락도 싸주고 뒷바라지를 많이 했다. 현재 대전시청 서기관으로 근무하는데, 최근에 대통령 포장까지 받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두 번째 추억사진>
부대 앞에서 선을 보다

1975년도 21살에 입대해 제대를 앞두고 찍은 사진이다. 서해안지역에서 주로 근무했다. 나는 군대에 있었는데, 동생과 인연이 있던 아내를 아버지가 무척 예쁘게 봤었나보다. 나를 만나게 하려고 일부러 동생, 동생친구와 함께 내 면회를 보냈던 것이다. 이후 양가식구가 내가 있던 부대로 선을 보러올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 비상사태가 상황이라서 부대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결국 근처 다방도 가지 못한 채, 어느 집 추녀 밑에서 겨우 만나 선을 봤다.

<세 번째 추억사진>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

아내를 처음 봤을 때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걸 아신 아버지는 당장 부대로 쫒아와 호되게 혼을 내셨다. 한 번 두 번 만나다 보니 볼수록 ‘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1978년 12월 5일, 제대한 뒤 6개월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요즘에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전통적인 결혼방식은 남편이 아내의 집으로 가서 혼례를 올리고 아내를 시집으로 데리고 오는 것이다. 혼례 당일 너무 일찍 서둘렀던 것인지, 순성면 광천리에 위치한 처가에 아침 8시에 도착하는 바람에 아내가 신부화장도 제대로 못하고 서둘러 혼례를 치렀다.

그리고 아버지가 아내를 어찌나 마음에 들어했던지, 아내를 데리고 집에 오니 저 사진처럼 상다리가 부러지게 상을 차려놓으셨다. 한 이웃은 뜨거운 방에서 상에 올릴 잣을 괴다 화상을 입었다고 지금까지 이야기 하실 정도다.

<네 번째 추억사진>
옛집 앞에서 가족들과

아내가 시집 온 뒤 당시 살았던 옛집에서 온 가족이 함께 찍은 사진이다.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흘렀는지, 오랜만에 사진을 찾으면서 새삼 옛 생각에 잠겼다. 20년 전에 같은 자리에 지금의 집을 지어 살고 있다.

<다섯번째 추억사진>
가화포도 며느리 ‘진’

옛날엔 순성 가화포도가 유명한 지역의 특산물이었다. 당시엔 매년 포도축제를 했었는데 아내가 가화포도 며느리 선발대회에 나가 ‘진’으로 선발됐다. 당시 20~30대 많은 여성들이 출전했지만, 키도 크고 훤칠한 아내는 무려 47살의 최고령(?) 나이로 진이 됐다. 결혼 때 신부화장도 못했던 아내가 처음으로 예쁘게 화장을 했는데, 나는 그냥 시골 아저씨 차림으로 가서 사회자가 놀렸던 기억이 난다. 늙어서도 아내와 마트에서 같이 카트 끌고 다니면서 장 보는 게 내 소망이다. 삶이 끝나는 날까지 아내와 함께 하고 싶다.

<여섯 번째 추억사진>
‘불호랑이’ 같은 아버지

6.25 참전용사인 아버지가 올해 91세를 맞으셨다. 온 가족이 고향이나 다름 없는 우강면 세류리 집 앞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아버지는 ‘불호랑이’ 같았다. 강직하고, 남을 속일 줄 모르고, 불의를 보면 참지 않는 분이셨다. 그런 아버지와 어머니 덕분에 6남매 모두 바르고 착실하게 컸다. 여전히 형제들은 모두 우애가 좋고, 부모님 또한 건강하셔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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