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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18 13:5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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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선 코너 77]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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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선 코너 77

설마(雪魔)

장가 못간 산속의 일곱형제가 산아래 마을에 내려가 처녀들을 보쌈해 온다. 그리고 산골짜기에 눈사태를 일으켜 뒤쫓는 마을사람들을 막는다. 붙잡혀온 아가씨들은 반항, 새침 떨다가 차츰 이들 형제들과 정이 들었고 결국 눈이 녹고 꽃피는 봄이 될 때는 함께 결혼들을 한다. 영화 <7인의 신부> 줄거리이다.
눈오는 나라에 살면서도 그 많은 눈에 놀랬었다. 사실 히말라야, 알프스가 아니더라도 사람이 많이 거주하는 캐나다의 퀘백이나 미국 북동부에서 허리까지 눈쌓인 광경을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한다. 그러나 우리 지역에서 그런 광경이 연출될 줄은 설마했다.
그런데 이번의 눈내림은 더이상 낭만이 아니었다. 재산적 피해가 상상을 초월한다. 공식 피해집계는 200~300억원 정도인데 종전대로 복구하는 게 1천억원 내외로 될까하는 여론이다.
당진의 비닐시설 피해만도 40만평을 웃돈다. 농사 지어 얼마나 생긴다고 또 이런 상처인가. 그 뿐인가. 눈 내린지 사흘이 지났을 때도 30여개 노선에는 버스 불통으로 발이 끊겼다. 극심한 재난이다. 여기서 이번에 서로 모두가 자성하고 각성해야 될 일이 하나 둘이 아니다.
불감증에 무뎌진 우리는 재앙의 일요일을 평화롭게 보냈다. 설경 찍으러 카메라를 메고 나가거나 건강 걱정으로 눈길을 헤치며 등산 안했으면 다행이고 거의가 삼삼오오 휴일을 즐겼다. 그나마 성탄절 때부터 연말연시 눈의 삼재에 시달려온 일부 관련 공직자들만 묘수없는 상황대기를 했다.
더욱 한심한 건 30년이나 재해대처훈련을 받아온 국민의 능력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적기가 나타나면 고작 숨으려고 만방위훈련을 받아왔던가. 그 많은 트랙터는 7~8 양일간 어디에 숨겼는가. 제대로된 제설차량 한대 없는 것을 안다면 누구 따질 것 없이 지역 마을별로 비상대책을 강구해야겠다. 그게 사는 방법이다.
유사시엔 모두 덤벼야 한다. 대처못한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최선을 다한 후 기름 떨어지고 쌀 떨어졌다고 하소연 하는 것이 도리이다.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것이다. 할 말이 있을 수 없다. 너도 나도, 온종일 오락프로그램으로 일관한 방송도, 완벽하지 못한 재해 관리시스템은 말할 것도 없고, 다만 온갖 농기계를 동원해 주변도로를 말끔히 치우고 버스 오기를 기다린 오지마을 주민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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