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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0.03.23 17:32
  • 호수 1299

[종교칼럼] 도문 대한불교조계종 성당사 주지
행복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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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봄은 오고 있지만 쌀쌀한 겨울만큼이나 요즘은 지구촌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위축되어 있습니다. 어서 빨리 인류의 지식과 경험과 창조의 지혜로 치료제가 개발되고, 인류가 가진 우애와 연민의 마음으로 상생과 공존을 위한 협력의 길을 걸어 이 난세를 벗어나기를 기원합니다.

부처님께서 세상과 존재의 실상을 깨닫고 보니 세상과 모든 존재는 상호의존되어 일어나고 소멸하는 법칙에 따름을 알았습니다. 그것을 연기법이라 하고, 과거 현재 미래에 걸쳐 조건에 따라 시공간적으로 벌어지는 차별적인 발생과 소멸을 인과법이라 했습니다. 화엄경을 축약 설명한 의상대사의 법성게를 보면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일중일체다중일 일즉일체다즉일 일미진중함시방 일체진중역여시”, 이 뜻은 “하나 가운데 일체가 있고 일체 가운데 하나가 있으며,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이며, 하나의 미세 먼지 가운데 시방세계가 들어있고, 일체 먼지 중에도 그러하다”란 의미입니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나와 남은 세계는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연결되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행복하면 남도 행복해지고 남이 불행하면 나도 불행해집니다. 우리는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같아서 서로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단 사실을 이번 전염병 사태로 새삼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불교에서는 일체유심조라 해서 일체는 오직 마음이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즉 더불어 행복해지는 착한 요인이 많으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이 펼쳐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모두 협력하고 배려하며 인내심을 갖고 노력해 가면 반드시 전염병이 극복될 날이 올 것이고 그래서 부처님이 설하신 행복경의 일부를 살펴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많은 천신과 사람들이 행복을 바라고 있습니다. 으뜸가는 행복을 말씀해 주십시오”, “그대들에게 말할 테니 잘 듣고 숙고하라.”, “어리석은 사람들을 가까이하지 말고 어진 이와 가깝게 지내며 존경할 만한 사람을 가까이하는 것 이것이 더없는 행복이다.

부모를 섬기고 아내와 자식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것, 일에 질서가 있어 혼란스럽지 않은 것 이것이 더없는 행복이다. 남에게 베풀고 이치에 맞게 행동하며 적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것, 비난받지 않게 처신하는 것 이것이 더없는 행복이다. 악을 싫어해 멀리하고 술을 절제하고 덕행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 이것이 더없는 행복이다.

존경과 겸손과 만족과 감사 이것이 더없는 행복이다. 인내하고 온화하게 말하고 수행자들을 만나고 진리에 대한 가르침을 받는 것 이것이 더없는 행복이다. 세상일에 부딪혀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걱정과 티가 없이 편안한 것 이것이 더없는 행복이다. 이러한 일을 한다면 어떤 일이 닥쳐도 실패하지 않는다. 어느 곳에서나 행복할 수 있다. 이것이 더없는 행복이다.”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고 있는데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셔서 바라는 바가 있다면 모든 존재가 행복해지고 괴로운 세계에서 해탈하는 것 오직 이것입니다. 한국인이, 세계인이 힘을 모아 전염병을 물리치고 행복해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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