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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0.03.23 17:40
  • 호수 1299

[지속가능한 삶 실천하기 6] 육류 소비 줄이기
고기를 포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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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축산업 확대…환경문제로 이어져
채식, 극단적인 것만은 아냐…‘간헐적 채식’도 OK

▲ 삼계탕 전문점에서 홀로 공깃밥과 김치만 먹었다.

미루고 미뤘던 미션이다. 고기 없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채식에 대한 관심과 동경은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 ‘I am what I eat(내가 먹은 것이 바로 나)’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채식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고기를 포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방황(?)하다 ‘지속가능한 삶 실천하기’의 주제가 고갈되기 시작하면서 더는 미룰 수 없기에 드디어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산화탄소 발생량 15% 차지

건강, 다이어트, 공장식 사육에 대한 반대(동물윤리) 등 채식의 이유는 다양하다. 그러나 환경문제 때문에 채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쌀 소비량이 계속해서 감소해온 반면, 육식의 비중은 급격하게 늘었고, 축산업 또한 비대해졌다.

전세계 가축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7조1000억kg에 달한다. 이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를 차지한다고 한다. 또한 인류가 생산하는 식량의 40%가 가축의 사료로 쓰이며 축산업이 토지 사막화와 물부족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고기를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대부분의 채식주의자들은 극단적으로 식육과 축산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의 각 분야에 적당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축산업이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지구의 균형을 깨뜨릴 만큼 급격하게 확산됐고, 이 때문에 환경문제가 발생돼 왔다는 것이다.

지역에도 축산업에 종사하는 축산인들이 많기에,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육류 소비를 줄이자는 주장에 오해가 있을까봐 사족이 길었다.

어떤 것 먹지 않을지 스스로 결정

지난 일주일 동안 채식에 도전했다. 채식이라고 무조건 ‘풀’만 먹는 것은 아니다. △비건(완전 채식) △페스코(어류 섭취) △폴로(가금류 섭취) △락토(유제품 섭취) △오보(알류 섭취) △플렉시테리언(가끔 육식)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용어들로 구분하지만, 곡물·채소·과일 이외에 어떤 것을 먹고, 어떤 것을 먹지 않을지 스스로 결정하면 된다.

나는 소·닭·돼지 등과 같은 고기류와 달걀을 먹지 않기로 했다. 대신 생선과 해산물, 유제품은 먹었다. 우유와 버터 등 유제품을 채식에 포함한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재료로 쓰일 때가 많아 음식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마저 금지하면 정말 먹을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았다.

삼계탕 집에서 밥과 김치만

지난 일주일 간 대부분의 식단은 채소와 생선 등으로 이뤄졌다. 동태탕, 아구찜, 초밥, 콩나물밥, 나물, 김치 등을 먹었다. 점심식사의 경우 채식에 도전한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생선요리나 나물이 많이 나오는 식사로 메뉴를 정하는 등 배려해줬다. 하지만 저녁식사 메뉴는 참 고르기 어려웠다. 가장 흔한 회식메뉴인 삼겹살, 곱창, 족발, 치킨 등은 아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냥 저녁약속을 잡지 않는 게 마음이 편할 정도였다.

어느 날 저녁은 삼계탕과 갈비탕만 있는 식당에 가서 모두 ‘고깃국’을 먹는데 나 혼자 공깃밥에 김치만 먹었다. 만두전문점에서 약속이 있었던 날엔 정작 만두는 먹지 못하고 충무김밥을 (또 김치와) 먹었다. 죽이 먹고 싶었던 날엔 많고 많은 메뉴 중에 김치죽을 먹었으니, 밥과 김치 뿐인 식단이 자주 계속됐다. 빵집을 갔던 날엔 혹시라도 계란이 들어 있을까봐 한참을 고민했고, 김밥을 주문할 때는 햄과 계란을 빼달라고 따로 말을 해야 했다.

거의 매 끼니 고기가 빠지면 섭섭한 한국문화에서는 채식하기란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괜찮다고 하더라도, 함께 식사하는 이들이 불편하진 않을까 늘 신경 써야 했기 때문에 어느 식당에서건 채식메뉴가 따로 있다면 한결 약속이 편안할 것 같았다.

채식, 환경문제 생각하는 계기

채식을 하면서 소화는 확실히 더 잘됐고, 속이 더부룩한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다만 식사 후 2~3시간이 지나면 괜히 속이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고기는 안 먹는데 탄수화물을 두 배 먹는 느낌이랄까. 속이 가뿐해진 느낌 덕분에 고기가 엄청나게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진 않았는데, 가끔 내 앞에서 고기를 먹으며 맛있다고 놀려대는 후배들 덕분에 나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도 계속 채식을 고집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일주일 중 하루 이틀 정도 ‘간헐적 채식’이라도 계속 진행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처럼 채식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으로 벽을 느꼈던 다른 사람들에게도 채식이 극단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잠깐씩 도전해도 괜찮은 것이라고 권유하고 싶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육류 소비와 환경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된다면 그걸로도 충분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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