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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구의 사람아 사람아-김동옥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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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쌓이는 건 가슴에 한 뿐일세

김동옥 할머니

살면서 쌓이는 건 가슴에 한 뿐일세
내땅 한뼘 없이
산수좋은 명당자리 어디 있겠나

옛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묘자리를 잘 가리고 못 가리는데 따라서 그 집안의 흥망이 좌우된다고 생각돼 왔다. 그래서 풍수설에 집착된 생각과 사상이 가히 장관을 이루고 있었던 고로 지금에 와서도 호사스러운 묘를 꾸며 사회의 지탄을 받고있는 졸부들도 생겨나게 되었다. 소위 명당자리를 골라 묘를 쓰게 되는 것이다.
명당이란 어떤 자리인가 생각해본다. 명당의 요건을 갖춘 자리라 함은 묘자리 밑으로 지하수가 흐르지 않아야 하며, 홍수에 피해를 보지 않고,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으며, 바람을 피할 수있어야 하고, 앞이 탁 트여 있고, 양지바른 곳, 이런 자리이면 명당자리로서 합격점이라고 생각이 든다.
“천년이 한으로 산이 솟아있고
만리의 하늘을 구름이 떠간다
예로 흥망이 이치가 있다는데
지난일을 거울삼아 오는 일을 조심하여라”
강희백의 시조이다.
이런 명당자리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다는 김동옥(79세)할머니는 합덕읍의 들판 옥금리에서 혼자 살고 계시다. 거동하기에 어렵고 열이 머리로 치솟아 침으로 겨우겨우 연명을 이어가시는 할머니이다.
슬하에 딸 수분씨(59세)를 두었는데 “글쎄 애미보다 먼저 갈랴구, 풍에다 당뇨병까지 곁들여 벌써 3년째 꼼짝 못하고 몸져 누
워있단 말이야. 어쩌자구 이 늙은 애미보다 먼저 갈랴구 그러는지” 하면서 조상들의 묘 탓이라고 혀를 차신다.
김동옥할머니의 고향은 충북 진천의 산골 마을이다. 17세 어린나이에 떠돌이 김삼문씨와 결혼하여 여기저기 옮겨다니면서 품팔이로 겨우 생활을 했다. 남의 집살이가 고달파 20여년전 영감님의 고향인 옥금리로 이사를 와서 정착하게 되었다. 늙어서 고향이라고 찾아들었으나 내 땅 한뼘도 없으니 어려운 살림살이는 어디서나 따라다녔다.
김동옥할머니는 딸만 3자매를 낳았으나 큰 딸만 출가시키고 두딸은 일찍 잃었다. 또 영감님도 84세의 천수를 살다가 10년전에 저승으로 떠났다. 들판에 산수좋은 명당자리가 가난한 할머니에게는 있을리 만무하다. 3년전 큰딸이 중풍에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김동옥할머니도 그자리에서 쓰러졌다. 정신을 차리니 모든 열이 머리로 치솟아 기억도 아련하고 수족도 쓰기가 어렵게 된 불구자가 되어 봄뜰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가물가물하신다.
“내가 살던 진천 땅에는 산수가 좋아 명당자리도 많었는데”하시면서 봄의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아스라히 보이는 덕산땅의 가야산을 올려다보신다.
김동옥할머니가 살고계시는 집뜰을 지나면 넓은 들판의 젖줄인 삽교천이 흐른다. 삽교천이 감돌아 굽이치는 줄기마다, 흐느껴 목메이는 여울마다 많은 기쁨과 슬픈 사연들이 깔려 있으련만 이제는 그 자취를 잊고 살고들 있다. 이 삽교천을 거슬러 30리 길을 따라 올라가면 가야산에 닿는다. 가야산은 명당중에 명당자리가 많기로 소문이 자자하여 많은 풍수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가야산을 바라오는 김동옥할머니는 무슨 생각에 잠겨 있을까. 수족을 못가누고 머리가 확확 쑤시면 자리에 눕고 외로이 삶의 종착지를 향해 조용히 가고 계시는 할머니는 깨끗하게 방을 정돈하여 누구를 기다리고 계실까. 찾아오는 사람없이 취재간 기자를 붙들고 부끄러움도 없이 두서도 없는 말씀이 이어져간다. 우리의 모든 조상들이 그러했듯이 가난해서 울고, 슬하에 자식없이 몸은 늙어 외로워 울고....
삽교천을 끼고 또 물을 의지하여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철을 가려볼 겨를도 없이 언제나 돋아나는 시름과 기쁨의 싹들. 정녕 합덕들판의 모든 과거를 저 개울은 알고 있을 것이다.
김동옥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인 몸이 건강했으면 하는 그 바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마음속 깊이에서 기원해 본다. 세월은 아득히 멀어져 갔으나 역사가 지나간 그 자취는 하나의 길로 이어져 가는것이 아니겠는가?

서금구/당진시대객원기자
합덕대건노인대학장
(0457)363-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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