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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구의 사람아 사람아-서금구 대건노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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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천심을 품게하고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서금구 대건노인대학장

김선생님! 내말 좀 들어보실려우?
가난은 천심을 품게하고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꽃동네의 기적이 우리가 살고있는 당진땅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살고있다.
슬픈얘기의 주인공, 어두운 그늘에서 살고있는 소외된 노인들은
사회의 거울이요, 풍요를 누리는 사람들의 귀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오밤중에 전화벨이 울렸다.
“거 아무개요? 나 ××사는 김씨인데 신문에 가난하게 살고있는 노인들 슬픈얘기 고만 쓰시요!” "탁"음산하게 바람이 몰아치는 추운 겨울날에 일어난 촌극이다.
“사람아 사람아”가 지난호로 11회째 나갔다. 외롭고 소외된 노인들은 오늘도 내일도 그날그날 시간을 좀먹고 산다. 하지만 그들이 바로 우리들의 할아버지, 할머니이기에 각박한 세상이지만 살아있음의 숨결을 느끼며 실오라기만한 인정이나마 맛들이게 하고 싶었다. 또 여생동안 허공에 뜬 희망이나마 가슴에 안겨드리고 싶었고, 독자들에게 노인들의 현주소를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글이었다.
가난은 자랑거리도 아니며 즐겁지도 못한 것이다. 정말 가난해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며 누구든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고 하였다. 7,80세 노인이 노쇠하고 병들고 혈육이 한점도 없는 혈혈단신인데 그 누구를 탓하고 원망하겠는가. 인심은 곧 천심이라고 했다. 그리고 천심은 가난한 노인들을 결코 버리지 않았다. 나는 늘 그걸 확인해 왔다.
“저는 고등학교 올해 졸업한 소녀입니다. 가진 것은 없지만 시간은 넉넉함으로 ××할아버지를 돕고 싶어서 전화드렸습니다. 도와드릴 방법을 알려주십시요”
“저는 일급 장애자입니다. ××할아버지에게 작은 정성을 보내드릴 방법을...” 이런 전화를 하루 평균 2통 꼴로 받았다. 족
100통의 통화를 한셈인데 그때마다 훈훈한 인정과 촉촉한 인간의 내음이 몸과 마음속 깊이 스며드는 장면이 연출되어 온 것이다.
“시부모님도 친정부모님도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제부모로 알고 정성껏 보살펴드리겠으니 할머니 한분만 소개해주십시요. 물질적으로 풍부하지는 못하지만 오로지 몸과 마음을 다할 것입니다” 구구절절하던 50대 초반 중년부인의 전화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 이쯤되면 전화상담까지 곁들인다.
“멀리 바라보니 강산은 끝이 없는데 집으로 보내는 편지는 천금이라 밤중에 달을 보니 어버이 생각에 눈물이 어리고 한낮 떠가는 구름에 동생 생각을 실려보낸다. 두 눈은 어두워 안개끼듯 흐려만 가고 머리는 희어 서리 내린듯 하얗도다 봄바람은 나의 시름을 알지 못하고 꾀꼬리 소리 가득한 숲길에 살랑거린다”이조창건 직후 영상을 지낸 성석린의 시조이다.
충북음성에 있는 꽃동네에는 수백명의 무의탁 노인들과 정신질환자들이 함께 살고있다. 그곳은 어떤 재벌이 돈벌이 하기 위해 지은것이 아니고 김선생이나 나나 서민들이 한달에 1천원씩 내는 성금이 모아져 이룩된 궁전이며 지상의 낙원이다. 우리는 그걸 깨달아야 한다.

다리밑에서 거적을 깔고 깡통에 담은 밥을 여러명이 나누어 먹고 있다. 손발이 멀쩡한 김기동씨는 집집으로 다니면서 동냥해
온 밥을 불구자, 걸인들과 함께 먹고있는 것이다. 이 광경을 수차례 지켜보고 있던 오웅진신부는 영감이 떠올랐다. 내가 저 사람들의 손과 발이 되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리어카에 블럭과 시멘트를 얹어 끌고와서 자리잡은 곳이 지금의 꽃동네의 초석이 된 것이다. 불과 20년도 안되는 가까운 지난날의 일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우리들의 스승인 것이다. 그들은 우리들에게 천심을 품게 해주고 이웃들에게 사랑을 나누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꽃동네의 기적이 우리가 살고있는 당진땅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살고있다. 슬픈얘기의 주인공, 어두운 그늘에서 살고있는 소외된 노인들은 사회의 거울이요, 풍요를 누리는 사람들의 귀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어제는 부활절이었다. 영생을 바라며 부활신앙을 가진 모든 크리스챤들에게 2년전 고인이 된 지학순주교의 말씀을 부활절 선물로 보내드린다.
“교회는 민중의 교회가 되고 민중의 교회로 인식될 것이어야 한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 일하고 그들을 편들므로써 그들의 실제상의 염원이 무엇인가를 그들에게 배우며 그들이 자신의 필요와 염원을 아직 정확히 파악하거나 확인하고 있지 못할 경우에는 그렇게 돕는 것을 의미한다.(지학순저 ‘정의가 강물처럼’중에)”

서금구/당진시대 객원기자
합덕대건노인대학장
(0457)363-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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