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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구의 사람아 사람아-합덕 오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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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민에서 이젠 자립의 길 '우뚝'

합덕 오윤근

영세민에서 이젠 자립의 길 '우뚝'
64세의 나이에 소를 기둥삼아 다시 시작한 힘찬 인생

단군신화에 나오는 우리들의 조상, 곰의 기질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누구와의 경쟁이 아니라 자기목표와 경쟁하며 제 힘으로 소원을 성취한 것. 이것이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의 이야기다. 곰은
호랑이와 함께 사람이 되고자 했다. 그것이 자기 모든 한계와 생애를 바쳐서 도달하고 싶은 목표기준이었다. 곰과 호랑이는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을 궁리한 끝에 전지전능한 환웅천왕에게서 그 방법을 알아냈다. 쑥과 마늘과 물만 먹으면서 1백일동안 햇볕을 안보며 토굴속에서 수도하는 것만이 사람이 되는 유일무이의 방법임을 알았다. 곰은 자기목표인 사람이 되기 위해 이 어려운 고행을 참고 이겨내어 마침내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이와같은 단군신화의 그림을 그려가면서 오늘의 주인공 오윤근(64세)씨를 소개한다.
남쪽으로 넓은 합덕의 들판을 안고 야트막한 구릉이 S자형으로 흐르는 합덕읍 상개리에 오윤근씨가 자리를 잡은 것은 3년전의 일이다. 텃밭 5백평에 12칸 정도의 함석집. 전형적인 우리시골의 농가이다. 그러나 이 텃밭이나 살림집은 오씨의 것이 아니다. 그는 1년에 쌀 1가마씩 도조를 내면서 농사를 짓는 농부이다. 넓은 들판에 둘러싸인 합덕이지만 1천5백여명의 영세민이 살고 있고, 오씨도 그중 한사람이다.
오씨는 93년 5월에 군에서 융자하는 영세민 생활안정기금 5백만원을 융자받고, 그동안 아끼고 아꼈던 3백만원을 합해 암소 세마리를 구입하여 사육하기 시작했다. 소를 사육하지 1년도 안되어 어미소 4마리와 송아지 3마리로 늘리는 동안 갖은 어려움을 이겨내며 오늘에 이르렀으니 우선은 성공하고 있는 셈이다.
오씨는 앞으로도 소사육을 계속하겠다는 집념으로 자신과 의욕에 차 있다. 물론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금년 초에 UR
이 타결하면서 축산농가에 어려움이 닥쳐오게된다는 것을 예측하고 그만두고 싶은생각이 여러번 떠올랐다. 그때마다 고집스럽게 참고 참으면서 소의 병관리를 철저히 하고 영양주사와 예방주사를 적시에 주입함으로써 과학적이고 기록하는 축산으로 오늘날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오씨는 비록 물질적으로 가난하고 어렵지만 마음으로는 크나큰 풍요를 누리면서 넉넉하게 살고있다. 물질이 풍요해도 마음과 꿈이 가난한 사람은 진짜 가난뱅이가 아니겠는가.
인공수정으로 막 출산한 암소는 첫 송아지를 사육하기가 쉽지않다. 어미소는 송아지를 발로 차대고, 송아지는 어미의 젖을빨줄도 모른다. 그 가운데서 오씨는 송아지를 보호하다가 소의 뒷발에 채여 콧등이 터지고 발에 밟혀 손가락 마디가 부러지는등 갖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연구하고 또 공부하여 오늘날에 많은 경험을 쌓았다.
정보화시대에 일초일초의 차이로 황금알을 낳고 얻는 시대에 살고있는 이즘, 40여년씩이나 뒤떨어진 뒤안길에서 소 몇마리를 삶의 기둥삼아 살아가는 우리들의 농부들, 그 수가 얼마나 될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오윤근씨는 송산면 삼거리에서 홀어미니를 모시고 밑으로 동생 3형제를 부양해야하는 어려운 형편에서 자랐다. 이때 나이 17세. 내 땅은 한뼘도 없어 그는 남의 땅을 소작하기 시작했다. 소작한 땅이라야 다랭이 논 두마지기인데 논도 박토라 다른 논의 소출의 반에반도 나오지 않았다. 가을에 다자란 벼는 다른논의 벼에 비하면 반정도 밖에 자라지 못했다. 그러니 무슨 소출을 기대하겠는가.
굶기를 밥먹듯 하면서 살다가 만 9년만에 군대생활에서 제대를 하고 지금의 박옥순씨와 29세에 결혼을 했다. 그뒤 농지정리나 간척장등을 따라다니면서 막일꾼으로 슬하에 5남1녀을 두면서 어렵사리 지냈다. 합덕들판에 농지정리하는 극동건설회사에 몸부쳐 살다가 마지막으로 자리잡은 곳이 지금의 집이다.
64세의 나이에도 오윤근씨는 희망을 잃지않고, 하면된다는 굳은 신념하나로 축산에 몸바쳐 살고있다. 소사육에 없어서는 안될 주사약을 손수 사다가 설명서에 있는 그대로, 또는 수의사가 알려주는 데로 노트를 하면서 주사를 놓는다. 그는 이제 소에게 번호를 매겨 매일매일 소 일지를 기록하면서 사육하고 있는 독실한 축산인인 것이다.
취재에 협조하고 자료를 제공하여준 합덕읍 서기 박범순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서금수/당진시대 객원기자
합덕대건노인대학장
(0457)363-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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