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서금구의 사람아 사람아-김동식 할아버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떠들석한 추석도 내겐 외롭다

김동식 할아버지

떠들석한 추석도 내겐 외롭다
넓고 넓은 들판에 외톨이.
하나있던 아들 부인과도 사별.
지상보살은 어디 갔는가

8월 추석은 우리들에게 가장 즐거운 명절이다. 음력 8월 보름날, 둥근 보름달이 뜨면 우리 모두의 마음도 환하게 밝아진다.
여름동안 무더운 땡볕에서 땀흘려 가꾼 곡식으로 정성들여 장만한 음식으로 돌아가신 조상님께 차례를 드리고 모든 이웃들과 나누어 먹으므로 정을 더 두텁게 하는 명절이다. 그래서 사방팔방 흩어져 살던 식구들이 어른이 계신 고향으로 모여드니 그립던 사람과 만나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팔월 한가위만 같아라”하면서 삶의 보람과 행복함과 평화를 만끽하는 날이기도 한것이다. 우리는 옛날
에 쟁반같이 둥근달에는 옥토끼가 살고 있어 방아을 찧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토끼는 유순한 동물로 겁도 많고 남에게 해를끼치지도 못하며 땅굴을 파고 사는 동물로 밤에만 활동해 옛 사람들은 밝고 둥근 달과 토끼를 연상하였던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저기 저 달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은도끼로 찍어 내고 금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을 짓고 양친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지고 천년만년 살고지고”
남북이 분단된 후 처음으로 85년에 고향방문단이 평양에 간 일이 있었다. 그때 남쪽과 북쪽의 오누이가 40여년만에 만나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화면을 본 사람들의 감회는 글로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단 30분 만남으로 헤어진 오누이들은 둥근달이 떠오르면 서로 얼굴을 마주보듯 서로를 생각하며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있으라’고 말해 달은 오누이의 애절한 사연이 담긴 둥근달이기도 하다.
조용하고 한가롭던 농촌마을도 추석때만 되면 떠들썩하다. 합덕읍 신리에 사는 김동식(79세) 할아버지는 떠들썩한 바깥세상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작은 방에 홀로 앉아 세월만 낚고 있다.
“할아버지, 좋은 날 방에만 계시지말고 운동회 구경이라도 가보시죠”하고 말을 건네니 “뜀박질하는 어린녀석중 꼴찌라도 뛰는 손자녀석이라도 있어야 구경 할 맛이 있지”하는 대답으로 김동식 노인은 입을 열었다.
김동식 노인은 손바닥 크기의 작은 창에서 흘러들어오는 보름달에 심취한듯 내몸도 내마음도 사랑해 줄 사람을 찾아 헤매고 있는 듯, 좁은 단칸방에서 아무리 팔을 내저어도 반겨볼 사람을 붙들 수가 없는 외로움으로 마음이 정지되고 경직된 홀로 사는 노인이다.
김동식씨는 공주에서 출생하여 조실부모하고 남의 집에서 키워졌으며 철이 든 후부터는 머슴살이로 전전했다. 15세때에 팔도강산 유랑길에 나서 엿장수를 시작으로 아니해 본 장사가 없단다. 시골로 대처로 발길따라 떠돌며 전라도, 경상도, 평안도, 함경도등 멈추는 곳이 고향이요, 쉬는 곳이 내집이었다.
황해도 연백땅에서 머슴살이 할때 첫 장가를 들었다. 얼마를 신첩살림하다가 해방을 맞아 38선이 생기고 남과 북이 자유롭게 왕래를 못하게 되자 고향으로 내려오고 싶어 몸살이 날 정도였다. 부인보고 함께 남쪽으로 떠나자고 하니 부인은 부인대로 고향을 떠나서는 못산다고 하면서 서로서로 남과 북으로 헤어졌다.
김동식씨는 남으로 내려와 또 유랑생활을 하다가 30여년전 지금에 살고 있는 합덕신리의 어느 집에 머슴살이로 눌러앉게 되었다. 얼마를 지난후 재취를 하여 오막살이를 마련하게 됐다.
가난하고 고된 생활이었지만 내외의 금실은 좋아 아들 하나를 보게 되었다. 어렵사리 고등학교를 마쳐주었는데 원인모를 병에 걸려 그만 세상을 떠났다. 그후 부인도 시름시름 하더니 아들을 따라 다시는 못올 곳으로 가버렸는데 지금으로부터 8년전의 일이다.
김동식 노인은 넓고 넓은 들판에 또 외톨이가 되었다. 몸은 늙어 가누기도 어려운 79세의 연세에 거택보호자로 전락하고 겨우 목숨을 이어가며 좁은 방안에서 허공만 바라보는 처지가 된것이다.
필자가 김동식 할아버지의 집을 나서 누렇게 익어가는 나락들을 헤치면서 논두렁을 거닐으니 지상보살의 신화가 머리에서 맴돈다.
지상보살은 나보다도 외롭고 추운 이들을 위해 속옷까지 벗어주고 알몸됨이 부끄러워 땅속으로 숨어버렸으나 땅속의 지옥중생, 또 그들마저 안타까워 지옥이 다하기전 생불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보살이었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 3명중 2명이 종교인으로 나와있다. 불교, 개신교, 기독교, 천주교와 기타 종교인으로...모든 종교는 낮은 사람을 더 높여주고, 거만한 자들을 내쫓으며, 굶주리고 헐벗은 사람을 먹이고, 입혀주고, 권세있는 자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내주는 힘이 있는 것인데 종소리만 요란하고 찬송가 소리는 허공을 때리는 것 같아 나도 종교인으로 부끄러워 내 치부를 가리기에 허겁지겁인 것이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