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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0.04.20 17:48
  • 호수 1303

[시론] 관계, 관계맺음에 대하여
김선순 시치료 독서치료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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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관계맺음이라는 말은 ‘함께, 상호작용’이라는 의미와 잘 어울린다. 흔히 하나가 아닌 둘 이상이 있어야 함을 말한다. 우리는 관계, 관계맺음을 잘해야 하고, 그러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습득하기 위해 배워왔다. 의사소통 기술을 배우고, 공감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혼자 있을 때보다 함께 더불어 있을 때를 선호의 방향으로 이끌었고, 혼자 있는 사람의 삶보다 여럿이 함께 하는 삶을 지향하려 했다.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그동안의 관계, 관계맺음을 뒤엎었다. 코로나19로 인한‘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강력한 조치는 관계, 관계맺음의 새로운 방식을 주문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관계, 관계맺음으로 소홀했던 개개인의 삶을 되돌아보도록 한다. 그동안 타인과 세상과의 전형적인 관계, 관계맺음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자신의 내면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최소한의 관계, 관계맺음을 하도록 했다. 타인과의 관계, 세상과의 관계맺음으로 가득 채워졌던 삶에서 자신의 내면을 향해 여유의 공간을 만들었고, 그 공간 안에 관계의 주체로서 나를 불러일으켰다. 관계, 관계맺음의 주체가 자신이라는 것을 잊고 살 만큼 타인과 세상과의 관계로 치우친 삶을 일깨웠다.

정신분석학자 융은 인간의 삶이란 자아가 자기를 찾아가는 여행이라고 했다. 여기서 자아란 사회와 관계에서 요구에 맞추며 만들어진 나이고, 자기란 나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본질 진짜 ‘나’이다. 자기는 깊은 내면 속에서 자기실현을 향해가는 성숙한 인간으로의 여정을 시작하라고 한다. 다양한 감정과 신체증상 등으로 신호를 보내며 자기실현의 시작을 촉구한다.

우리는 모두 존재로서 고유성을 갖고 있다. 타인과 구별되는 나만의 본질을 가지고 있고, 세상에 존재하는 나만의 의미를 가진다. 나의 본질과 의미에 대한 성찰은 우리의 삶에서 내 안에 숨겨진 사랑과 감사의 힘을 찾아내게 한다. 먼저 스스로 나를 돌보게 하고 스스로를 사랑하게 한다. 외부로 치우친 관계, 관계맺음에서 얻으려 발버둥치던 인정과 성공을 거두게 한다. 인정받기 위해 지나치게 애쓰지 않도록 하고 성공하기 위해 자신의 삶에 가장 소중한 나를 잃지 않게 한다.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본질과 의미를 성찰하는 일은 관계, 관계맺음에도 커다란 파장을 만든다. 나에 대한 돌봄과 인식은 타인과 세상을 향한 감정과 생각을 달라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어떤 감정과 생각을 갖느냐에 따라 어제와 똑같을지도 모르는 타인과 세상에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고, 새로운 의미로 수용 가능해진다. 우리는 굳이 애쓰며 배우려 하지 않아도 이루고자 했던 좋은 관계, 관계맺음의 길을 열 수 있다. 관계, 관계맺음의 시작은 깊은 내면의 나에게서 비롯되고, 내가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아픔과 힘듦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속에서 관계, 관계맺음의 사랑과 감사의 힘으로 함께 잘 극복해나가고 있다. 타인을 위하고 세상을 향한 조화로움을 만들어가며 아름다운 관계, 관계맺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관계, 관계맺음에서 가장 중요한 나 자신과의 관계맺음을 한번 들여다보았으면 한다. 현재 나는 내면의 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깊은 내면의 나와의 관계맺음을 위하여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내어주고 있는지 말이다. 내면의 나와 관계맺음을 활짝 열어 내 안에 있는 소중한 사랑과 감사가 타인과 세상과의 더 따뜻하고 행복한 관계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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