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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구의 사람아 사람아-톱질 김용백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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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린 톱질 천직으로 여기는 별난 젊은이 김용백씨.

톱질 김용백씨

대물린 톱질 천직으로 여기는 별난 젊은이 김용백씨.
가업 이어받아 직장일도 그만둬
톱날갈며 무아의 세계로

30평의 단독주택을 건축하기 위해 붉은 벽돌이 약 2만장 정도 들어간다고 한다. 만일 2만장의 벽돌들이 사람과 같이 감정을 가졌다고 가정을 하면 각 벽돌들이 사람의 눈에 잘띄는 곳에 있기를 원해 그 집은 평생가도 지을 수 없게될 것이다. 왜냐하면 서로 좋은 자리에 놓아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서로 나쁜자리, 즉 사람의 눈에 띄지않는 땅속에 파묻힌다면 화를 버럭내고 기어나올 테니까 말이다.
합덕 장날이면 어김없이 장바닥에 비닐을 깔고 톱 10여자루를 놓고 앉아서 톱수선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장터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와 신발의 모양새만 보아도 누구인지 알아맞힐 수 있다는 사람, 허기야 13년간이나 같은 장소에서 톱날만 쓸고 앉아 있었으니 보이는 것이란 장에 다니는 사람들의 발뿐이리라. 그럴 수 있다고 머리가 끄덕거려진다.
모대학의 철학교수가 독일에서 학술세미나를 끝내고 수도원에 들어가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한 젊은 수도자가 땅바닥에 앉아서 감자를 벗기고 있기에 “다른 수도자들은 집안에서 공부도 하고 기도를 올리고 있는데 당신은 감자만 벗기고 있으니 그 까닭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나는 15년간 감자만 벗겨왔는데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임무이라 천직으로 알고 감자를 벗긴다”라고 대답을 하면서 얼굴 가득히 미소를 짓더란다..
천직(天職)이란 하늘이 내려준 임무라는 뜻이 담긴 말이다.
김용백(39세). 이 젊은 사람이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합덕 장날마다 장바닥에 앉아 톱날을 세우는 일이다.
수입이 어느 정도냐고 물으니 “새톱은 하루에 댓자루 팔기가 어렵고 헌톱을 쓸어주는 것은 보통 30자루 정도지요”하면서 “몇
년전만 하여도 새톱은 30자루, 쓸어주는 톱은 백여자루가 넘었다”고 한다. 다른 장사를 하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아버지께서 하시던 일이라 가업으로 생각하며 일을 계속한다”라고 대답한다.
아버지 김완식씨는 7년전에 세상을 뜨시었다. 살아생전 35년간을 합덕장을 비롯 신평, 면천장에도 따라가 톱수선을 하였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작은 프레스 기계로 주철을 사다가 톱을 만들고 줄로 쓸고난 다음날 장으로 갖고가 팔기를 35년 동안 하였는데 아들 김용백씨는 어릴적부터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워서 익혔다.
김용백씨가 부지런히 손을 놀리며 톱을 쓸고 있다. 보통 양쪽날이 달린 톱은 10분 정도 걸리면 줄로 깨끗하게 벼릴 수가 있다
고 한다. 필자도 같이 길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30여분을 지켜보고 있었다.
김용백씨가 톱날을 세우면서 부지런히 손놀림을 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니 남을 탓하지 않고 감자를 벗기고 앉아있는 독일의 수도자처럼 이 일을 천직으로 알고 순리대로 세상에 적응하며 그 나름대로 조화를 이루며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그의 모습에서 환갑이 훨씬 넘긴 나이를 먹은 필자도 배워야 할 점이 많다는 것에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젊은 김용백씨의 진솔한 삶!가업으로 톱수선을 이어받아 장터에서 톱을 쓸고 있는 김용백씨는 합덕읍 소소리 출생으로 합덕중학을 졸업, 서울에서 상업고등학교를 나왔다. 한때는 직장에도 다녔다가 목이 좋은 곳이 있어 문방구점을 경영했는데 수입도 짭짤하게 올랐었다. 그러나 공기가 나빠 답답증이 생기고 몸이 허약해짐을 느끼고 있을 때 고향에 사시는 아버지가 중풍으로 몸져 누워있다는 연락을 받고 미련없이 장사를 걷어치고 고향으로 내려와 아버지의 대를 이어 톱수선에 나섰다.
“아직도 예산에는 과수원이 많아 톱도 잘 팔리고 수선일도 많아 예산 장날마다 원정을 가지요”한다.
김용백씨는 13년동안 톱수선을 하면서 근검절약하여 소소리 집에는 비육우 20마리를 사육하고 밭도 3천평 사서 마늘, 고추등 농사도 지으면서 고향을 기름지게 지키는 청년인 것이다.
시골은 우리모두의 고향인 것이다. 우리들의 삶을 지켜온 터전이며 우리의 얼이 담긴 곳이고 우리의 문화의 모태인 것이다.
만일 우리들이 농촌을 다 버린다면 우리들은 우리의 얼을 잃어버리고 나라도 잃게되는 끝간데 까지 가게될 줄도 모르는 일이다.
김용백씨의 손놀림을 바라보면서 일본의 선승(禪僧)인 즈즈끼씨의 선 사상에 관한 책중 한줄을 인용하면서 본란을 아껴주시는 독자들과 함께 감상하고자 한다.
“선(禪)이란 제3의 눈을 뜨게하여 우리의 무지로 우리에게서 닫혀버린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세계를 보이게 하는 것이다. 무지의 구름이 걷히면 무한한 하늘나라가 나타나고 거기서 최초로 우리 존재의 본질을 보게 될것이다”
아마도 김용백씨는 반짝이는 톱날에서 범인들이 생각하지 못한 또 다른 세상을 머리 속에 그리면서 열심히 손놀림을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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