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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의 이야기, 소상공인 6
쉼터가든(대호지면 조금리)
마을 주민들의 ‘쉼터’가 되다

주민들이 찾는 ‘메뉴판에 없는 메뉴’
“희망은 게으른 사람에겐 잡히지 않는다”
임아연l승인2020.05.18 13:26l(13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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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당진에는 경기 불활 속에서도 한 자리에서 수년간 사업을 이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대규모 프랜차이즈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오래도록 지역 상권을 지켜온 소상공인들이다. 본지에서는 <이웃의 이야기, 소상공인> 기획보도를 통해 원도심을 비롯한 읍·면 지역을 지켜온 소상공인의 인생 스토리와 희망 메시지를 담아낼 예정이다.

자그마한 시골 동네에 들어와 차린 치킨집이 어느덧 없는 것 빼고 다 파는 식당이 됐다. 세상의 절벽 끝으로 내몰린 그를 맞아준 건 결국 고향이었다. 고향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박인수’도 없었을 것이다.

‘쉼터치킨’에서 ‘쉼터가든’으로
대호지면 조금리에 위치한 식당 ‘쉼터가든’은 그야말로 지역주민들의 쉼터다. 농사일을 하다 목이 마른 사람이 쓱 들어와서는 냉장고에서 막걸리 한 병을 꺼내 마시며 갈증을 해소하고, 한 아주머니는 바구니 하나 가득 푸성귀를 담아와 전해준다. 식사 시간이 아니어도 늘 사람들이 오간다.

원래는 작은 치킨집으로 시작했다가, 동네 사람들이 “김치찌개 해줘유”, “된장찌개 해줘유” 하면서 이런저런 메뉴가 늘기 시작해 자리를 이전하며 쉼터가든으로 재탄생했다. 손님들이 원하는 음식을 하나 둘 하나보니 메뉴가 늘어 치킨부터 제육볶음, 전골·찌개류까지 20가지가 넘는다.

그러나 여전히 쉼터가든의 메뉴판은 완성되지 않았다. 마치 엄마에게 오늘 저녁 먹고 싶은 음식을 얘기하듯, 메뉴에 없더라도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을 쉼터에서 먹을 수 있다.

박인수 대표는 “11년 전, 대호지에 치킨집이 없어 ‘쉼터치킨’으로 시작했다가, 동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요리해주기 시작하면서 ‘쉼터가든’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동네주민들은 물론이고 낚시하러 온 타 지역 사람들도 우연히 들렸다가 정말 맛있게 먹고 간다”며 “작은 시골인데도 부대찌개며 돼지국밥이며, 새로 출시하는 메뉴마다 찾는 사람이 많아 식당일을 하다 보면 하루가 정말 짧다”고 말했다.

인생의 막다른 길에 찾은 고향
이렇게 삶의 터전을 일구며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고 있는 그에게는 쉽게 꺼내지 못할 만큼 힘든 날들이 있었다. 대호지면 출포리 출신으로 조금초·미호중을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간 그는 사업에 성공해 남부럽지 않을 만큼 부자로 살았다.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던가. 영원할 줄 알았던 삶이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건 순식간이었다. 삶의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 두 달 배기 아들을 안고 찾아온 곳은 어머니의 품, 고향이었다. 그때 그의 주머니에는 단돈 27만 원이 있었다.

“죽을 만큼 힘들었던 시절, 나를 버티게 해준 건 아들이었어요. 오로지 아들을 위해 쏟아지던 눈물을 머금으면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고, 지금에 이르렀어요. 그리고 이후에 태어난 딸까지.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 하고 집에 갔을 때 딸아이가 다리를 주물러주면 어느새 잠이 들어요. 과거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이러한 일상이 참으로 소중하고 행복합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오늘 하루만이라도 열심히 살자고 생각한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새벽 5시30분에 가게 문을 열고 하루를 준비하는 그의 성실함과 정직함이 그가 다시 삶을 살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박인수 대표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으로 산다”며 “하지만 그 희망은 게으른 사람에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인생역경을 함께 버텨준 아내, 그리고 늘 쉼터가든을 찾아주는 손님들에게 고맙다”면서 “지역주민들 덕분에 잘 자리 잡고 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쉼터가든은
▪주소: 대호지면 4.4만세로 62
▪문의: 010-5331-2505

※이 기획기사는 2020년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
 


임아연  zelkova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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