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당진에는 경기 불활 속에서도 한 자리에서 수년간 사업을 이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대규모 프랜차이즈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오래도록 지역 상권을 지켜온 소상공인들이다. 본지에서는 <이웃의 이야기, 소상공인> 기획보도를 통해 원도심을 비롯한 읍·면 지역을 지켜온 소상공인의 인생 스토리와 희망 메시지를 담아낼 예정이다.
합덕읍 운산리(서동)에 위치한 균일슈퍼는 여러 원룸 단지와 빌라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00년 10월 슈퍼를 인수한 김종국 대표는 올해 나이 84세로 대호지면 두산리 출신이다.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친구들과 달리 농사를 짓지 않고, 사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당진전통시장에서 10여 년 간 신발유통업을 하기도 하고, 인천과 당진에서 옷을 만들어 수출하는 사업을 하기도 했다.
한편 2000년 경 균일슈퍼를 인수한 그 해에 아내 유재선 씨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아내를 돌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균일슈퍼를 운영하게 됐다. 2012년에는 김 대표가 심장수술을 받아 한 달 정도 가게 운영을 중단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인생에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당연이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어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리 비울 수 없어 연중무휴”
균일슈퍼에는 각종 생활용품이나 먹거리 등 살면서 필요한 필수품들이 진열돼 있다. 또한 슈퍼 한 편에는 테이블 한 개와 의자 서너개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농사 일을 하다가 잠깐 들려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귀가하는 길에 들려 맥주 한 잔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코로나19로 경로당이나 복지관 등을 방문하기 어려운 지역 노인들이 이곳에 모여 함께 대화를 나누고 TV를 보기도 한다. 김 대표는 “개인적인 일이 있어도 균일슈퍼가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함부로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쉬는 날 없이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슈퍼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님들이 자주 방문하기 때문에, 심심할 틈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 덕분에 지금까지 운영”
한편 주변에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생기면서 균일슈퍼도 경제적인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아내와 함께할 수 있고, 동네 주민의 사랑방인 이곳을 지키고 있다.
김 대표는 “동네 주민 뿐 아니라 각국에서 일하러 온 외국인노동자들이 자주 찾는다”며 “꾸준하게 균일슈퍼를 찾아주는 손님들이 있기에 지금까지 균일슈퍼가 자리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동네 이웃들 덕분에 균일슈퍼가 20년 간 유지되고 있어요. 감사할 따름이에요. 주민들과 건강하게 어울리며 살았으면 합니다.”
>> 균일슈퍼는
▪주소: 합덕읍 버그내2길 23-22
▪문의: 362-4366
※이 기획기사는 2020년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