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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의 이야기, 소상공인 8] 유성주단상회 (읍내동)
“남편 설움 풀어주겠노라 다짐했죠”

전성기 땐 하루에 한복 600만 원 팔기도
“남편 떠나보내고 3년은 가게서 살아”
박경미l승인2020.05.29 20:17l(13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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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내 34년 동안 자리한 한복·이불가게 ‘유성주단상회’는 면천면 문봉리 출신의 김택숙 대표와 남편 故 고수산 씨가 함께 꾸린 곳이다. 부부가 함께 자리를 지켰지만 이젠 아내 김 대표만이 남았다.

故 고 씨는 군 제대 후 23살 어린 나이에 한복가게에서 일을 시작했다. 아내 김 대표는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설움을 겪는 남편을 보면서 ‘훗날 한복가게를 차려 남편의 설움을 풀어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이에 김 대표도 시장 노점에서 과일을 팔며 함께 생계를 꾸렸고, 남편이 한복가게에서 일한 지 20년 만에 부부는 ‘유성주단상회’를 차렸다.

현재 상회 안에는 이불이 즐비하지만 과거엔 한복가게로 시작했다. 부부가 유성주단상회를 차렸을 때 당진에는 한복집이 8개뿐이었다. 부부는 서울 종로에서 한복을 공수했고, 한복과 이불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김 대표는 “하루에 한복을 600만 원어치 팔기도 했고, 이불도 150만 원에서 많게는 5~600만 원씩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며 “과거에는 결혼하면 혼수로 시댁에 이불을 해오고, 한복을 맞췄기에 수요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소비 형태도 빠르게 달라졌다. IMF를 겪으며 한복대여점이 생겨났으며, 혼수 또한 옛날만큼 많은 양의 이불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그는 “지금은 1년에 한복 10벌을 못 판다”면서 “과거에는 결혼하면서 시부모님, 동기간에 이불을 선물했지만 이젠 부부 당사자가 쓸 이불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혼부부는 브랜드 제품을 사고, 젊은이들은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전했다.

유성주단상회를 덮친 암초는 김 대표의 삶에도 다가왔다. 남편 고 씨가 52세의 나이에 중풍으로 쓰러졌고, 약 15년간 병마와 싸우다 끝내 간암으로 60대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삶의 동반자였던 남편의 빈 자리는 그의 가슴에 고스란히 남았다. 남편을 떠나보낸 지 12년이 흐른 지금도 김 대표는 남편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힌다. 그는 “남편은 착하고 순수했던 사람”이라며 “장례를 치르고 남편 없이 혼자 가게에서 집으로 가는 길이 무서워 3년 동안 가게에서 잠을 자곤 했다”고 말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김 대표는 최대한 빚지지 않은 삶을 살고자 했다. 이날 이때까지 김 대표가 정기적으로 휴무를 가졌던 날은 추석과 구정 이틀이었다. 풍족하지 않은 어려운 시기였기에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상회를 문 열었고, 열심히 일했다. 다른 사람에게 신세 지지 않기 위해, 빚을 지지 않기 위해 절약하는 삶을 살았지만 그만큼 남을 돕지 못한 것이 미안함으로 남아 있다.

그는 “한 할머니가 만 원짜리 이불을 산다고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돈을 꺼내는데 7000원밖에 되지 않았다”며 “당시에 우리도 형편이 어려워 할머니한테 7000원을 받고 팔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 할머니가 우리 엄마 같이 생각됐다”며 “‘돈을 받지 말고 그냥 드릴걸’하는 후회가 지금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과거에 비해 점점 한복·이불가게의 설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더욱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번이 IMF 때보다 더 힘들었다는 김 대표는 정부의 재난지원금 조치 덕에 지난 한 달 숨통이 틔었단다. 3월과 4월 매출이 없었는데 5월에는 재난지원금을 사용하려는 손님들 덕에 장사가 썩 괜찮았다고. 김 대표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곳들도 장사가 됐을 것”이라며 “작은 영세업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전했다. 

 

>> 유성주단상회는
▪주소: 당진시장길 115 
▪문의: 355-4854

 

※이 기획기사는 2020년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
 


박경미  pkm94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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