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령 이타카가 보잘 곳 없는 곳일지라도
이타카는 너를 속인 적이 없다
너는 길 위에서 경험으로 가득한
현자가 되었으니
이타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미 이해했으리라
그리스의 시인 콘스탄틴 카바피가 지은 <이타카>라는 시의 마지막 연이다. 이타카는 그리스에 위치한 섬으로 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고향이다. 이 시는 이타카라는 이상향을 향해 떠나는 여행길에 대한 시다.
정미면 천의리 출신인 권하영(父 권종덕 · 母 유흥주) 씨가 지난 2016년 미국과 남미 지역을 3개월 동안 여행할 때, 이 시를 곱씹으며 여행의 의미를 되새겼다. 마음 속에 수없이 그렸던 우유니가 상상 속 그 모습이 아니었을 때 크게 실망할 법도 했지만, 이 시 때문에 위로받았다. 우유니를 찾아가는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것을 경험했고, 또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세계여행을 꿈꾸다
여느 청년들처럼 그도 20대를 지나는 여정에서 수없이 흔들리고 방황하며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 무렵 여행을 떠났다. 사진 한 장이 그를 우유니로 이끌었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경험을 쌓고 돈도 모았다. 그리고 1년 간의 ‘워홀’을 끝내고 돌아와 3개월 동안 미국 서부와 멕시코, 페루, 볼리비아를 다녀왔다.
사실 전혀 가본 적 없는 세계로 간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떠나야 하는 이유보다 현실을 핑계로 떠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더 많아지기도 한다. 그때 세계여행을 계속 꿈꾸고 상상하게 한 것이 책 <세계일주 바이블>이다.
사실 이 책은 누군가의 모험담을 담은 여행기가 아니다. 세계일주를 했던 배낭여행자들의 경험을 모은 정보서, 가이드북이다. 여행 루트 등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는 단순한 책인데, 세계여행을 꿈꾸던 권하영 씨에게는 끊임없이 여행을 상상하게 하고 결국엔 실천하게 만들었다.
물론 책과 같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세계일주를 하진 못했지만, 여행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모든 과정이 여행이기에 이 책은 그의 여정의 첫 페이지를 함께 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에는 세계일주 여행에 대한 실용적인 정보들이 담겨 있는데, 저는 미국 서부와 남미 일부지역만 다녀왔기 때문에 제게 실질적인 도움이 됐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오랫동안 여행을 꿈꾸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열정과 설렘이 계속되도록, 여행을 상상하게 만든 책이어서 기억에 남아요.”
인생 최고의 꽃같았던 날
1년 간 호주에서의 생활, 그리고 3개월 간의 여행을 모두 마친 뒤 돌아온 그는 ‘결국엔 현실이구나’ 하는 생각에 헛헛함을 느낀 것도 사실이지만, 뒤돌아 생각하면 그 시절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가장 꽃같은 날들이었다.
흔히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곤 하는데, ‘삶은 여행’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이외에 다른 비유를 찾기 힘들 정도로 여행은 인생을 닮았다. 도착하고 떠나고,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은 긴 인생을 짧은 여행기간 안에 담아 놓은 축약판이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진지하게 대면하고 삶을 성찰하기에 좋은 기회가 된다고.
이렇게 여행을 통해 얻은 어마어마한 자산은 그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됐다. 힘든 순간마다 여행했던 그 기억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게 마치 목마를 때 마시는 콜라같단다.
최근 서울에서 수입자동차 판매라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된 권 씨는 마치 여행을 앞둔 것처럼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그는 “앞으로도 여행이 계속되길 바란다”며 “축구를 좋아해 유럽의 축구구장을 가거나, 천재건축가 가우디를 찾아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