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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 당진시인협회장
역사의 기록으로 남은 당진 원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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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해 당진문화재단에서 원도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당진 원도심 이야기>를 발간했다. 이 책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기도 하고 또 떠나기도 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낸 원도심에 대해 당시 사진과 함께 지역의 원로 4명을 인터뷰한 구술을 채록돼 있다. 누군가의 인생은 지역의 역사가 되기도 한다. 책 속에 잠들어 있기엔 아쉬운 이야기 중 일부를 발췌해 지면에 싣는다.

새마을사업 담당하며 사진 찍어
40년 전만 해도 카메라는 귀한 물건이었다. 보통사람들은 결혼이나 졸업, 여행처럼 특별한 날에나 사진을 찍었다. 그런 와중에 홍윤표 씨가 전해준 사진들은 가뭄에 단비였다. 그의 사진들은 주로 70~80년대 당진읍내 건물 사진이었다. 촬영장소가 현재 어디쯤인지 가늠해보는 일은 곧 구도심의 역사를 되짚는 과정이었다.

“1976년 군청에서 근무할 때, 새마을사업을 담당하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일 때문에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 순간, 당진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틈날 때마다 당진읍내 사진을 찍었어요.”

정미면 수당리에서 태어난 홍윤표 씨는 학창시절부터 현재까지 줄곧 당진읍내에서 살아왔다. 홍 씨는 가정 형편상 중학교를 졸업한 뒤, 학업을 포기하고 구터미널에 있던 보건당약국에서 10년 가까이 일했다. 거기서 고등학교 검정고시 공부를 했고, 당진상고(현 당진정보고)에서 공무원시험을 봤다. 1972년 서산으로 첫 발령을 받아 1년간 근무한 것을 제외하면 2011년 퇴직까지 30여 년간 당진군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다.

“처음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을 당시 당진읍내는 지금이랑 많이 달라요. 요즘 군 단위의 면소재지 같은 분위기랄까요. 건물들도 대부분 단층이었어요. 대게가 함석집이었고, 더러 기와 집이나 초가집도 있었어요. 가원예식장 부근은 아무것도 없었고요. 남산도 솔밭이었고, 지금 분수대가 있는 남산광장은 전부 묘지였어요.”

군청 앞 〈송이다방〉, 〈나루터〉, 〈진다방〉
홍 씨는 당진읍내에서 근무를 시작했던 1976년, 26살이었던 당시의 당진읍내 풍경을 회상했다.

“당시 군청 앞에 흥아약국과 계림약국이 있었어요. 당진제과라는 과자가게도 있었고요. 모두 단층 건물이었죠. 입사 초기에 군청 공무원들 사이에 단골식당으로는 당진식당이 유명했어요. 갈비탕이나 된장찌개 같은 음식을 팔던 곳이었죠. 술집은 송이다방 1층에 있던 나루터가 인기가 있었어요. 흥아약국 앞에 있던 진다방도 유명했어요. 전화번호가 2153번, 아직도 기억나요.”

그의 사진 속 상점 간판을 잘 들여다보면 당진읍내 전화번호의 변천사도 알 수 있다. 70년대에는 네 자리였던 전화번호가 80년대에 들어서면 국번 ‘2’가 더해져 2-○○○○으로 바뀐다. 그 이후 다시 52-○○○○, 552-○○○○, 553-○○○○ 식으로 변했다. 휴대전화 사용으로 상점들의 전화번호를 외울 일이 없는 요즘, 그의 사소한 기억이 생소하고도 흥미롭다.

군청 입구 향나무 여전히 그 자리에
“민원인들이 찾아오면 으레 다방에서 만나고, 야근할 때면 동료들과 커피도 시켜 먹고 그랬죠. 춘원다방 맞은편에는 거북여관이 있었어요. 건물을 짓다가 돌거북이 나와서 거북여관이라고 이름을 지었다죠. 당시엔 읍내에 숙박업이 잘 됐어요. 대중교통이 빨리 끊기니까요. 여관만큼 하숙집도 많았어요. 지금처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하숙집이 아니라 그 여관보다 싼 값에 하룻밤 묵을 수 있는 집들을 하숙집이라고 불렀어요.”

그는 원도심을 이야기할 때 기준점이 되는 구 군청사에 대한 기억도 내어놓았다. “지금 입구에 있는 향나무는 40년 전에도 그 자리에 있었어요. 청사가 2층이었고, 별관은 나중에 지어진 거고요.”

홍윤표 씨는 구도심의 추억을 세세하게 꺼내 놓았다. 사진 속 간판이나 건물 위치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단편적인 정보 외에 그 안에 얽힌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귀중한 지역의 역사로 남았다. 동시에 그가 사진을 통해 구술한 이야기들은 당진에서 동시대를 살아온 지역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평범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당진시대방송미디어협동조합 우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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