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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인생이 담긴 정미소
우리 이웃의 이야기, 소상공인 12
도이리정미소 (대호지면 도이리)

RPC 생기고 일 줄어…코로나19 영향도
“아버지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박경미l승인2020.06.27 12:31l(13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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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이리정미소의 최재광 대표와 정미소 내부 모습. 한 공간에서 도정과 포장 작업이 이뤄지는 것과 달리 도이리정미소에서는 도정과 포장 작업 등이 분리돼 이뤄지고 있다.

대호지면 도이리에 위치한 도이리정미소는 지역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운영돼 왔다. 아버지인 故 최수웅 씨와 아들 최재광 씨가 운영한 지도 43년이 흘렀는데, 이들 부자가 인수하기 전부터 정미소가 운영돼 왔다고 한다. 최재광 대표는 “내가 3살일 무렵 사성리에서 떡방앗간을 운영하던 아버지가 도이리로 이사해 정미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며 “다리 수술로 몸이 편찮았던 아버지 일을 군 제대 후 잠시 돕는다는 게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 후 27년 동안 최씨 부자는 함께 정미소를 지켜왔다. 언제나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아버지였지만 이별은 갑작스레 찾아왔다. 전날 밤만 해도 손주와 잘 놀아주던 아버지가 간밤에 하늘나라로 떠난 것이다.

정미소 안, 최 대표의 눈길이 가는 곳곳엔 아버지가 있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00일 가량 지났다”며 “가족들과 함께 정미소를 꾸려가고는 있지만 아버지 없이 잘 운영하고 있는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발동기로 기계 돌리던 시절

건조부터 시작해 도정, 포장작업까지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여느 정미소와 다르게 도이리정미소는 건조, 도정, 포장 작업이 서로 떨어진 각각의 공간에서 이뤄진다. 최 대표는 “정미소 부지가 작아 한곳에 시설들이 함께 있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37년의 세월 속에서 많은 것들이 변했다. 故 최수웅 대표가 정미소를 운영할 때만 해도 발동기로 기계를 운영했기에 소음이 컸다.

하지만 요즘은 발동기 대신 모터로 기계를 운영해 과거와 달리 소음도 크지 않단다. 도정한 쌀을 판매하는 데에도 변화가 생겼다. 故 최수웅 대표가 운영할 적만 해도 도정한 쌀을 80kg 가마에 포장해 판매했지만, 40kg씩 포장하다 현재는 20kg씩 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최 대표는 “1인 가구 등이 늘면서 쌀 소비량도 줄었다”며 “최근에는 10kg짜리를 찾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RPC 등장으로 설 자리 잃어

벼, 보리 등 곡물을 가공하는 정미소는 추수철이 오면 바빠진다. 아버지와 함께 일할 당시 가을철이면 인력사무소에 사람을 구해 일하곤 했을 정도다. 평소 아침 8시에 일을 시작한다면 가을철에는 새벽 5시부터 일을 시작했다. 벼를 건조시켜 쌓아뒀다가 여름까지 도정해서 쌀을 판매했던 정미소는 RPC(미곡종합처리장)의 등장으로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 최재광 대표는 “RPC가 생기고 나서 예전에 비해 1/3 수준으로 일이 줄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도 받아 더 어렵다. 그는 “도·소매처에 쌀을 판매하는데 떡집이나 학교급식, 식당 등에서 쌀 소비가 안 되다 보니 예년에 비해 수입이 좋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욕심내지 않는 삶”

어려운 환경에서도 그는 욕심내지 않는다. 이는 아버지 때부터 이어오던 신념이었다. 욕심내 설비를 늘리고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지역 내 다른 정미소의 일을 빼앗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지역에서 욕심을 부리는 것은 결국 내 이웃의 일을 빼앗는 것”이라며 “욕심내지 않고 성실함과 신용 하나로 지역민들의 믿음을 샀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 때부터 찾던 손님들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아버지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위치: 대호지면 충장로 572
▪문의: 353-1443

※이 기획기사는 2020년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

 


박경미  pkm94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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